이론과 실천의 조화: 교사 연구자로서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여정

2025. 3. 26. 10:00웹진<미디어리터러시>

|글. 김세진 (인천 신정초등학교 교사)

국내 최초 미디어교육기관인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전 국민의

미디어 리터러시 함양에 기여한

교육자를 발굴하여

노고를 격려하는 동시에

우수 교육사례를 공유하고,

이에 대한 공로를 포상하기 위하여

2024년 <미디어교육대상>을 주최했다.

총 7명의 수상자 가운데

교육부장관상의 영예를 안은

김세진 인천 신정초등학교 교사의

수상 후기를 함께 들어본다.

교사이자 연구자로서
새로운 여정의 시작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수업이 일상이던 그 시절, 여느 때처럼 화면 앞에서 수업하던 어느 날 문득 아이들의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연결된 듯하지만, 어딘가 끊어진 듯한 희미한 표정들. 화면 속 아이들과 나의 모습은 물리적으로 가까워 보였지만, 심리적으로는 너무나 멀게 느껴졌다. 그 거리감을 깨달은 그 순간이 어쩌면 내가 교사로서, 그리고 연구자로서의 여정을 시작한 첫걸음이었는지도 모른다.

몇 달간 이어진 비대면 수업은 교실 안에 감춰져 있던 문제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학생들 간 디지털 역량의 차이, 교사들 간 기술적 격차, 그리고 세대 간 디지털 문화의 단절. 그 뿐만 아니라, 화면 뒤에서 다른 관심사에 빠진 아이들까지. 디지털 격차의 밑바닥을 마주한 나는 그저 막막함에 갇혀 혼란스러운 날들을 보내곤 하였다. 그러던 중 우연히 경인교대에 디지털미디어교육 전공 석사 과정이 신설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마치 나를 위해 준비된 기회처럼 느껴졌고, 망설일 이유가 없던 나는 곧바로 입학을 결심했다.

대학원에서의 시간은 디지털 미디어교육의 새로운 세계를 만나는 여정이었다. 이전에는 어린이들의 미디어 이용을 보호주의적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담론을 그대로 따라갔다면, 대학원에 진학한 뒤부터는 진정으로 학생들에게 필요한 미디어 리터러시가 무엇인지에 대해 스스로 질문하기 시작했다. 동료들과 고민을 나누고, 전공 교수님들의 통찰을 배우며 미디어교육에 대한 나의 시야는 점점 더 넓어졌다. 시야의 확장은 나의 정체성을 교사에 머무르지 않고, 미디어교육 연구자로 나아가는 데 중요한 발판이 되었다.

연구자로서 가장 관심을 가졌던 주제는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의 실제적인 디지털 미디어 이용 경험이었다. 그저 하지 말라고 외치는 사회 담론 속에서 정작 당사자인 어린이들의 목소리는 어디에도 찾을 수 없었기에, 이들의 목소리를 찾아 알리고 싶었다. 어린이들은 디지털 환경에서 무엇을 경험하고 어떻게 생각하고, 또 어떤 행동을 하는지 자세히 알고 싶었다. 이러한 관심은 석사 학위 논문 <초등학생의 온라인 채팅 경험과 인식에 관한 사례 연구>로 이어졌다.

석사 과정을 마친 후에도 갈증은 남아 있었다. 3년 동안의 배움으로도 미디어교육의 깊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졸업과 함께 밀려온 것이다. 이러한 아쉬움은 결국 박사 과정 진학으로 이어졌고, 지금도 미디어교육 연구자의 길을 열심히 걸어가고 있다. 물론, 교사로서의 업무와 연구를 병행하는 일은 쉽지 않다. 가끔은 지나가는 선배 교사 연구자를 붙잡고 그 길을 헤쳐나갈 수 있었던 비결을 묻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교사 연구자로서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을 포기할 수 없다는 점이다. 연구를 통해 얻은 통찰을 수업에 녹여냈을 때, 학생들이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세상을 보는 눈을 키워가는 모습을 보았을 땐, 모든 고생이 보람으로 바뀌는 순간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교사 연구자로서의 여정은 계속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같은 고민을 품고 있는 동료 교사들과 함께 이러한 경험을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

이론에서 실천으로 나아간
도전적 수업 사례
:미디어체험부 ‘위디시’ 동아리 활동

이론을 실천으로 옮기는 과정은 항상 도전적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미디어교육을 중심으로 한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현재 근무하고 있는 학교에서 미디어 체험부 ‘위디시(We are Digital Citizens)’라는 동아리를 만들게 되었다. 이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실현하는 첫걸음이었고, 체계적인 설계를 바탕으로 진행된 활동이었다.

위디시 동아리에서의 미디어교육은 고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미디어 접근, 수용, 제작, 참여를 아우르는 포괄적인 수업을 목표로 했다. 수업을 구성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점은 학생들이 실제 미디어 환경과 연계된 학습을 통해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책임 있는 디지털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학생들의 일상 속 미디어 경험을 학습 활동에 자연스럽게 연결하고, 그들이 직접 참여하고 변화할 수 있는 수업 환경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러한 노력은 감사하게도 여러 성과로 이어졌다. 위디시의 수업 사례는 2023년 디지털 미디어 문해교육 교사활동단 수업 사례 우수상과 2024년 시청자미디어재단 미디어교육 수업 사례 공모전 청소년 부문 대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물론 상을 받았다고 해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완성도가 입증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개인적으로 고쳐야 할 점이 많다고 느꼈던 수업 사례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성과는 내가 교사 연구자로서 선택한 길이 틀리지 않았음을 조용히 응원하는 메시지처럼 다가왔다.

AI 디지털교과서 기사를 분석하는 모습 (출처: 필자 제공)

 

 

수업 사례 중 가장 최근에 진행했던 수업을 소개하자면, 미디어 생비자인 학생들이 자신의 미디어 이용 습관을 돌아보고, 정보를 비판적으로 분석하며, 이를 바탕으로 사회 참여를 실천했던 프로젝트가 떠오른다. 학생들은 여러 미디어교육 관련 사이트(SNU 팩트체크센터, 시청자미디어재단 팩트수사대, 미리네 등)를 활용해 허위조작정보를 식별하는 방법을 배우고, 수평적 읽기 방식으로 정보의 신뢰성을 평가하는 연습을 진행하였다. 또한, 뉴스 기사를 분석하며 제작자의 의도에 따라 달라지는 미디어 표현을 분석했다. 이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디지털 미디어를 활용(카드 뉴스, 영상 뉴스 제작, 댓글 작성, 제안하는 글쓰기 등)해 사회 문제를 알리고 해결책을 제안하며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좌: AI 디지털 교과서에 대한 기사 분석 결과(패들렛), 우: 정보의 신뢰성 평가 연습(기사 분석 전) (출처: 필자 제공)

 

개인적으로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점을 두었던 활동은 AI 디지털 교과서를 주제로 한 기사 분석 프로젝트였다. 학생들은 AI 디지털 교과서와 관련된 긍정적 기사와 부정적 기사를 각각 분석하며, 서로 다른 관점을 비교했다. 기사 분석의 소재로 AI 디지털 교과서를 선택한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 번째 이유로는 내년부터 교육 현장에서 AI 디지털 교과서가 적용될 예정이라는 소식이 여러 번 보도되고 있지만, 정작 그 이용의 당사자인 학생들의 목소리는 어디에도 없었기 때문이고, 두 번째 이유로는 학생들조차 이 문제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생이 AI 디지털 교과서 사용에 대해 제안하는 글 예시 (출처: 필자 제공)
 

 

이러한 나의 문제의식을 들여다보기라도 한 듯, 한 학생은 여러 기사를 읽고 난 뒤 “왜 기사에 학생들의 목소리는 없을까요?”라며 의문을 품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학생의 문제의식은 직접 교육부에 자신의 의견을 제출하는 사회 참여로 이어졌다. AI 디지털 교과서에 대한 자신의 의문을 글로 담아 여러 문제점을 보완해 달라는 제안을 하며 사회 참여를 실천한 것이다. 그 학생이 자신의 글이 교육부에서 심사 중이라는 소식을 기쁘게 전하는 모습은 나에게 큰 감동으로 남았다. 아이들이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과정을 지켜보며 비판적 리터러시가 실현되는 순간을 직접 목격한 기쁨의 순간이었다.

좌: 학생의 사회 참여 모습(교육부에 제안하는 글쓰기) 우: 학생이 자신의 사회 참여가 실현되는 것을 기뻐하는 장면 (출처: 필자 제공)

 

다른 선생님들께 이 사례를 공유했을 때, 대부분은 초등학생이 이렇게 사고할 수 있다는 점에 놀라워하셨다. 이 수업 사례를 통해 초등학생들도 비판적 리터러시를 지닌 사회 시민으로서 충분히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다는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었다. 학생들이 비판적 리터러시를 실현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이 마련된다면, 그들은 자신이 가진 미디어 리터러시를 충분히 발현할 수 있다는 점을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말하고 싶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확산을 위한 노력:
교내에서 교외를 넘어 해외까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교실 안에서의 실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학생들에게 필요한 교육을 지속적으로 확산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나는 교내에서 시작해 교외로, 더 나아가 해외로 이어지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동료 교사 및 연구자들과 협력하며 교육의 가능성을 탐구하고 공유해왔다. 이러한 노력은 교사로서, 연구자로서 쌓아온 경험과 고민이 녹아 있는 여정이었다.

① 교내에서의 기반 다지기

현재 근무하는 교내에서부터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중요성을 알리고 이를 체계적으로 실천하고자 여러 노력을 실천했다. 2023년에는 ‘미래형 교육과정 연구 실천팀’에 참여해 교내형 미디어교육과정을 설계하는 일을 맡았다. 기존 교육과정에 교내형 미디어 리터러시의 성취 기준과 핵심 개념을 반영하고, 학생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실습 중심의 학습 모델을 개발했다. 이러한 활동은 교내 교사들에게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알리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2024년에는 보다 체계적인 접근을 위해 ‘DMZ(디지털 시민교육 연구하는 신정초 MZ 교사 소규모 모임)’를 조직했다. 이 그룹은 학년별로 학생들의 발달 단계와 미디어 사용 경험에 맞춘 디지털 시민 교육 자료를 개발했다. 정기 워크숍에서는 교사들이 직접 교육 자료를 실험하고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자료의 완성도를 높였다. 또한, 교내 디지털 격차 해소를 목표로 ‘인천 하이테크 하이터치 실천 그룹’의 대표 교사로 활동하며 동료 교사 연수 및 수업 나눔 워크숍을 진행했다. 이러한 노력은 교사들 간의 협력을 강화하며,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필요성을 학교 전반에 공유하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기여했다.

② 교외로의 확산과 협력

교내에서 쌓은 경험은 지역 사회와 전국적인 차원으로 이어졌다. 2023 미디어 문해교육 교사활동단에 참여하고, 2024년에는 ‘인천 미디어교육 교사연구회’와 ‘교육부 전국 단위 수업·평가 교사연구회’에 참여해 지역과 전국의 교사들과 협력하며 인천형 미디어교육 방안을 개발하고자 하였다. 정기적인 워크숍을 통해 미디어교육 방안을 점검하고, 실제 수업에서 겪은 어려움과 성과를 공유하며 실질적인 개선책을 모색했다. 이 과정에서 참여 교사들은 각자의 수업 사례를 기반으로 자료를 보완하며,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갔다.

이 연구회 활동의 성과는 2024년 인천 수업나눔한마당에서 ‘미디어교육’ 부스를 통해 널리 공유되었다. 이를 통해 지역 내 교사들이 함께 모여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다양한 사례와 자료를 체험하고, 서로의 경험을 나누는 장이 될 수 있었다.

③ 실질적인 교육 자료 개발

교육의 확산에는 교사가 활용할 수 있는 자료와 콘텐츠가 필수적이었다. 나는 여러 기관과 협력하여 현장 중심의 자료를 개발하며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했다. 2023년에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초등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강의 원고를 집필하며, ‘미디어 이용자로서의 어린이 권리’와 ‘일상을 유지하는 미디어 수업’이라는 주제로 초등교사들에게 실질적인 교육 사례를 제공했다. 이 강의는 교사들에게 미디어교육의 이론적 배경뿐 아니라, 이를 실천으로 옮길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며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또한, 동아출판과 협력하여 초등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 자료를 개발했고, 시청자미디어재단과 함께 ‘미디어리’ 콘텐츠를 집필하여 교육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했다. 어린이과학동아의 ‘레벨 업! 디지털 바른 생활’ 정기 집필을 통해서는 학생들에게 친숙한 콘텐츠로 미디어 리터러시를 자연스럽게 학습할 기회를 제공했다. 특히, 경인교육대학교의 학부생 대상 G-MOOC 강의(디지털 시민교육) 개발과 촬영을 통해 예비 교사들에게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중요성을 전달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늘봄 교육 미디어 강사 연수(9월) (출처: 필자 제공)

 

그 외에도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미디어 강사 연수를 맡아 학교 현장의 미디어교육 사례를 공유하는 경험을 가졌다. 이러한 자료 개발 및 연수가 이론을 넘어 현장에서 쉽게 적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사례를 제공하고,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확산에 기여했기를 바란다.

④ 국제적 활동으로 시야 확장

국내에서 미디어교육 자료를 개발하며 점차 전문성의 부족함을 느끼게 되었고, 이를 극복하려면 국제적 활동을 통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대한 시야를 확장할 필요성이 있음을 절감했다. 이러한 필요성을 바탕으로 2023년 한국언론진흥재단 주관의 해외 연수에 참여하게 되었고, 싱가포르에서 다양한 미디어교육 기관을 방문하고 구글 주관의 ‘APAC Trusted Media Summit’에 참석하여 허위조작정보 대응 사례를 접할 수 있었다. 이 경험을 통해 미디어교육과 허위조작정보 문제에 대한 나만의 관점을 확립하고, 해외 미디어교육 관계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국제적인 미디어 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쌓을 수 있었다.

또한, 좋은 기회로 지도 교수님과 동기 대학원생 선생님들과 함께 호주에서 열린 ‘Digital Child’ 워크숍에 참석하게 되었다. 이 워크숍에서는 석사 논문에 관한 내용을 발표하며 전 세계 연구자들과 교류하는 귀중한 기회를 가졌다. 발표 후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연구 방법론에 대한 다양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연구자로서 관점을 더욱 풍부하게 확장할 수 있었다. 또한, 호주를 비롯한 여러 나라의 디지털 미디어 환경과 관련된 다양한 연구 사례를 접하며, 우리나라 교육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다.

이러한 국제적 경험들은 연구자로서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의 기회가 되었으며, 미디어교육에 대한 전문성을 성장시키는 중요한 발판이 되었다. 다양한 교육 방식과 정책 사례를 접하며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국제적 흐름과 트렌드를 이해하게 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교육 현장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좌: 싱가포르 ‘구글 APAC Trusted Media Summit’에 참석한 모습 우: 호주 ‘Digital Child’ 워크숍 발표 모습 (출처: 필자 제공)

함께 만들어가는
미디어교육의 미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결코 개인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동안의 활동과 성과는 동료 교사들과의 협력, 학생들과의 소통, 연구자들의 조언 덕분에 가능했다. 나는 이 길에서 작은 역할을 맡았을 뿐이며, 선배들과 동료 교사들의 노력과 지혜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있으며, 여전히 더 배워나가고 있다. 이번 미디어교육대상을 받은 것도 함께 걸어온 분들 덕분이다. 이 자리를 빌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중요성을 일깨워주신 교수님들, 항상 응원해 주신 동료 교사들, 그리고 이론을 실천으로 옮겨 보여준 학생들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