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교육 환경 속, 위기의 교실을 구하라

2025. 3. 12. 10:00웹진<미디어리터러시>

|글. 주민정 (진산중학교 교사)|

한국언론진흥재단은

급격한 디지털 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학교 현장에 발생하는

여러 문제를 알아보고,

대응책을 모색하기 위하여

‘미리 119 위기의 수업을 미리

(미디어 리터러시) 구하라!’라는 주제로

토의형 교사 연수를 마련했다.

디지털 미디어 시대,

달라진 교실 환경에서

달라진 학생들과 함께

수업해 나가는 교사들은

어떤 고민이 있을까?

이러한 위기를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인지를 두고

전국에서 모인 15명의 초·중·고 교급의

교사가 열띤 토의를 펼쳤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가 오고갔던

뜨거운 연수 현장을 소개한다.


지난 11월 9일, 15명의 초·중·고 교사는 변화된 미디어 환경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디지털 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발생하는 문제를 함께 심층 진단하며, 교육적 차원에서 필요한 대응책을 주도적으로 찾기 위해 김아미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 독립 연구자(이하 박사)와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교육원에서 만났다. 이번 연수 ‘미리 119, 위기의 수업을 미리(미디어 리터러시) 구하라!’는 여느 연수와 달리, 참가한 교사들과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 전문가가 학교 현장에서 경험하는 디지털 교육에 대한 각자 소회를 자유롭게 나누고 토론하며 AI 사회에서 아이들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교육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숙의할 수 있었던 귀한 시간이었다.

위기의 수업을 구하기 위하여
모인 교사들
‘미리 119, 위기의 수업을 미리 구하라!’ 연수 참여 교사들이 연수에 참여하게 된 동기를 말하고 있다. (출처: 필자 제공)

 

 

연수에 참가한 교사들은 각자 연수 신청 동기를 밝히며 디지털 환경에서 변화된 교실과 수업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나눴다.

(교사 A) “중학교에서 과학을 가르치고 있는데 자유 학기 수업시간에 AI 기술을 학생들과 어디까지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할지 궁금했다. 또 기술을 사용하면서도 여러 가지 우려되는 점이 있어 수업 설계 시 고민이 많아 참가하게 되었다.”

(교사 B) “청주에 있는 고등학교에서 독일어를 가르치는데 언어학습 활동을 할 때 학생들이 AI 기술을 비교육적으로 사용하다 보니 교실 현장에서 AI 기술로 인한 여러 부작용이 나타났다. AI 기술을 학생들이 교육적으로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수업을 하고 싶어 연수에 참여했다.”

(교사 C) “경기도에서 ‘언어와 매체’를 가르치는 국어교사인데 미디어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을 제대로 해보고 싶어 참여했다. AI 도구를 국어과 수업목표에 맞게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싶은데 적합한 수업 방법을 알고 싶다.”

(교사 D) “일산의 고등학교에서 사회문화를 가르치는데 일부 과목에서 AI 디지털교과서가 도입되는 등 교육의 변화가 큰 상황에서 교사도 AI 관련해서 발 빠르게 공부하고 배워야 AI 사회를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노력이 교사의 책무라고 생각해 연수를 신청했다.”

(교사 E) “사서 교사인데 학생용 스마트 기기 ‘디벗’이 지급되면서 디지털 교육에 대한 고민이 많아졌다. AI 환경에서 읽기와 쓰기 개념이 바뀌는데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난감했다. 무엇보다 종이책 읽기의 가치를 사서 교사로서 잘 알고 있지만 교실이 디지털 환경으로 바뀌면서 학생들은 사고하는 시간과 노력 없이 빠른 결과물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어 교사로서 걱정이 크다. 또 아이들의 문해력 향상을 위해 도서관에서 다양한 수업을 해보고 싶어 참여했다.”

디지털 교육 환경에
대응하는 교사의 자세

연수에 참여한 교사들은 급속하게 디지털화되는 교실 환경 속에서 디지털 교육의 부작용에 대한 공통된 우려를 표하며, 이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여러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토의을 진행하는 김아미 박사는 이와 연결하여 우리 삶의 많은 영역에 이미 들어 온 AI 기술을 학교에서 어떻게 교육적으로 다루면 좋을지 의견을 나누게 했다.

AI 기술을 학교에서 어떻게 교육적으로 다루면 좋을지를 주제로 김아미 박사와 참여 교사들이 토의를 벌이고 있다. (출처: 필자 제공)

 

(교사 F) “다양한 디지털 기계와 에듀테크가 우후죽순으로 교실 현장에 도입되고 있다. 교사는 무엇보다 아이들의 발달 수준을 고려하고 아이들이 사용하는 미디어를 정확하게 이해하여 교육과정에서 실질적인 리터러시 교육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수업을 설계해야 한다.”

(교사 G) “인공지능과 인간이 생각하는 방식의 차이를 학생들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수의 학생이 AI 기술의 빠른 결과 처리 속도에 처음에는 신기해하고 이 기술을 아무 생각 없이 쉽게 사용하는데 이러한 학습 습관이 우리의 뇌 발달과 학습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 학생 스스로 깨달을 수 있는 수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사 H) “생성형 AI가 제시하는 내용을 그대로 믿고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데이터에 대한 진위를 구분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검증하지 않은 AI가 생성한 자료를 그대로 사용하면 우리의 사고가 거짓 정보로 가득 차고 거짓 정보에 의해 조정될 수 있다.”

(교사 I) “디지털 기술을 꼭 수업에서 사용해야 하는지는 교사의 수업 목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연령층에 맞게 AI 수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초등 저학년에서는 아날로그적인 수업 비중을 높이고 중·고등학생 때 에듀테크를 활용한 수업이 바람직하다.”

이야기가 진전되면서 김아미 박사는 AI 시대에 우리 아이들이 무엇을 알게 해야하는지 묻고 AI 리터러시 수업을 위한 교육 내용을 구체적으로 생각해보게 했다.

(교사 H) “AI 리터러시 수업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AI 윤리의식이 아닐까? 생성형 AI로 무수한 정보를 생산하고 제공하는데 이에 대한 책임이 모호한 상황이다. AI 교육을 위한 지침이 교사에게 필요하며 학생들에게도 AI 기술 사용에 앞서 AI 윤리를 먼저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사 K) “정보 진위 분별하는 경험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보 검색에 그치지 않고 정보의 출처를 검증하고 올바른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사 B) “내가 원하는 맞춤형 정보를 얻기 위해 질문을 잘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다각적으로 사고하고 질문하는 방법을 배우며 그 질문에 대한 결과를 심층적으로 논의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교사 J) “생성형 AI 기술의 원리와 가동 방식을 이해하고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AI 기술이 우리 생활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지금 그 기술을 어떤 방식으로 사용하고 있는지 학생들이 꼭 파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AI 기술의 긍정적, 부정적 영향을 알아야 그 기술을 바람직하게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교사 G) “한편으로 기후위기와 연결해서 생각해 보았을 때 AI 기술이 환경 파괴에도 큰 영향을 주는데 그 기술을 사용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도 학생들이 꼭 고려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술 사용 결정에 대한 부연 설명을 하며 김아미 박사는 학습자의 성장 단계에 따른 인공지능 도구 활용 수업 효과 및 관계에 대해서도 고민해 보게 했다. 바로 디지털 교과서에 대한 논의로 이어졌고 많은 교사가 디지털 교과서의 학문적 효과 및 연구에 대해 궁금해했다. ‘디지털 읽기가 학생들의 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그간의 학문적 연구에 관심 있던 한 교사는 스웨덴이 디지털 교육을 중단하고 종이 교과서로 돌아간 이유를 예로 들며 우리도 디지털 교육의 빠른 전환에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아미 박사는 매리언 울프의 《다시, 책으로》를 언급하며 디지털 읽기는 ‘하이퍼링크라는 특성이 있어 하나의 텍스트에 머물지 않으며 여러 텍스트를 열어서 읽을 때의 효과’에 대한 연구가 있다고 소개했다. 이와 함께 수학 교과에 나타난 스웨덴 AI 교육 사례를 설명하며 ‘AI 수학교육이 기초 단계의 수학 연습 문제는 많지만, 심화 수업을 하기에는 여러 가지 한계가 있었다.’라고 밝힌 논문이 있다고 했다. 현재까지의 AI 교육은 교육의 본질에 맞지 않는 여러 어려움과 한계를 겪고 있기 때문에 학교 현장에 있는 교사들이 무엇보다 교육적으로 필요한 AI 기술을 구체적으로 요구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디지털 교육의
효과와 의미 되짚기

마지막으로 김 박사는 디지털 교육의 효과와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자고 제안했다. 디지털 교육에 대해서 무작정 부정적인 시각을 가질 것이 아니라 디지털 기술이 이미 우리 삶에 들어왔기 때문에 ‘디지털 기기 사용 시 발생하는 문제를 직접 경험하고 해결하는 방법을 생각하는 교육’이 더 바람직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고 했다. 또한 디지털 네이티브인 아이들에게 ‘적극적인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통해 기술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효율적인 교육 방법’일 수 있다고 전했다.

교사 H는 “디지털 기술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중요하지만 우선 학생들에게 디지털 기술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라고 말하며 AI 기술이 교육적으로 고려되지 않고 바로 교육 현장에서 사용되기 때문에 AI 기술을 교육적으로 어떻게 활용할지 교사의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교사 K는 “AI 기술을 수업에 활용할 때 교사가 먼저 사용해 보고 교육적으로 효과가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라고 했다.

두 시간여 동안의 토의에 참가한 교사들이 학교 현장에서 나타나는 디지털 시대의 변화와 양상을 집중적으로 진단하며 학생을 위한 디지털 교육의 본질에 대해 깊이 고민할 기회를 마련해주었다. 또한 교사로서 어떤 수업을 설계해야 할지 스스로 방향을 찾는 데 도움을 주었다. 무엇보다 이번 연수는 전문가의 강의 중심 형식에서 벗어나 토의 형식으로 연수가 진행되어 초·중·고 교급별 디지털 교육 사례를 서로 공유하고, ‘교육의 본질에 맞는 디지털 교육을 해야 한다.’라는 교육적 의지가 강하게 꿈틀거리는 소중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