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올바른 미디어교육을 위해 함께 내딛는 한 걸음

2025. 5. 14. 10:00웹진<미디어리터러시>

글. 송연경 (미리프렌즈)

지난 11월 15일부터 17일까지

사흘간 열린

<2024 미디어리터러시(ME:LI) 3일>

행사의 마지막 날,

<2024 미디어교육 전국대회>가

대미를 장식했다.

올해로 16년째 재단에서 진행 중인

미디어교육 전국대회는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 속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방안을

함께 모색하기 위한

지식 공유와 토론의 장으로

미디어 교육자들의 관심이

뜨거운 행사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대학생 기자단

‘미리프렌즈’의 송연경 기자가

행사 현장을 다녀왔다.

따끈따끈한 취재기를 함께 만나보자.

미디어교육 전국대회의 시작:
기조 강연 ‘AI 시대, 변화된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지난 11월 17일, 신한카드 SOL페이 스퀘어 라이브홀에서 열린 <2024 미디어교육 전국대회> 현장에 다녀왔다. 미디어교육 전국대회는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미디어교육의 확산과 전문성 향상을 위해 2009년부터 매년 개최하는 행사다. 올해는 ‘AI 시대가 가져온 변화와 미디어교육의 본질’이라는 대주제로 오전 11시부터 오후 17시 30분까지 국내외 저명한 연사들의 강연과 다양한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열띤 토론의 장이자 활발한 지식 교류의 장이었던 현장을 지금부터 생생하게 들려드리고자 한다.

장동선 궁금한뇌연구소 대표의 기조 강연 (출처: 한국언론진흥재단 제공)

 

첫 순서는 장동선 궁금한뇌연구소 대표로, ‘AI 시대, 변화된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라는 주제로 기조 강연을 진행했다. 인간은 자신과 닮은 구석을 가진 대상을 인간화하여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강연을 들으며 얼마 전 읽었던 심너울 작가의 소설집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에 실린 네 번째 소설 ‘컴퓨터 공학과 교육학의 통섭에 대하여’가 떠올랐다. 소설 속 전교생이 단 한 명인 시골 학교에 인공지능 친구 로봇을 설치하는데,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로봇을 ‘쟤’ 혹은 ‘걔’라 칭하며 인격을 부여하고 있었다. 얼굴이 있고 같은 언어를 쓴다는 사실만으로도 인간의 뇌는 그 상대를 인간처럼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인간과 비슷한 수준의 소통이 가능해진 AI가 넘쳐나는 요즘, 우리는 AI가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매 순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인간은 AI의 ‘주인’이 되어야 하며, AI의 알고리즘에 삶이 지배당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박사님의 말씀과 연결해 생각해볼 수 있는 지점이었다.

토크콘서트:
숏폼과 집중력, 변화된 미디어
환경에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토크콘서트 ‘숏폼과 집중력, 변화된 미디어 환경에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출처: 한국언론진흥재단 제공)

 

다음으로는 김아미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 독립 연구자의 진행 속에 10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이현길 파주 파평초등학교 교사, 이성배 대구경북과학기술원 교수, 양진하 한국일보 숏폼 콘텐츠 ‘휙’ 팀 리드 기자, 류동근 틱톡코리아 상무가 연사로 참여한 토크콘서트가 이어졌다. 교육자, 언론인, 기업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한자리에 모여 숏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상황 자체만으로도 흥미로웠다.

특히 이현길 교사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이 교사는 ‘현길쌤의 두둠칫’이라는 유튜브 채널에서 학생들과 함께하는 댄스 챌린지 영상, 교실 속 이야기 등을 콘텐츠로 생산하고 수업 시간에도 교육 도구로써 숏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수업에서 숏폼은 학생 스스로 좋아하는 분야에 더 관심을 두게 하고, 댄스 챌린지는 자신을 스스럼없이 드러내는 도구가 된다. 학생들과 함께 유튜브 영상에 달리는 댓글을 보며 생산자의 입장에서 미디어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견지할 수 있다는 점 또한 인상적이었다.

이 외에도 양진하 기자는 10대 청소년들이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해 댓글창이 공론장이 되기도 하고, 뉴스 정보를 얻는 창구로 활용하기도 한다며 숏폼의 또 다른 긍정적 측면을 언급하기도 했다. 무의식적으로 가지고 있었던 숏폼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을 깰 수 있는 시간이었다.

미디어교육 연구 사례 발표
신호재 공주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의 온라인 강연  (출처: 한국언론진흥재단 제공)
 
박유신 서울 삼광초등학교 교사의 발표 (출처: 한국언론진흥재단 제공)

 

뒤이어 미디어교육 연구발표 시간이 있었다. 신호재 공주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는 한국언론진흥재단과 진행한 ‘공교육 과정의 미디어 리터러시 평가 도구 개발’ 연구에 대한 발표를 진행했는데, 과목과 상관없이 전방위적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학생들의 수행평가 도구 개발에 있어 미디어 리터러시와 관련된 성취 기준과 각 기준에 대한 근거를 마련하는 방안 또한 언급했다.

두 번째 발표는 박유신 서울 삼광초등학교 교사(전국미디어리터러시교사협회 회장)가 ‘디지털 시민성과 게임 리터러시’라는 주제로 진행했다. 재작년 메타버스가 한창 유행이던 시절, 초등학생들은 ‘로블록스’라는 게임 속 세상으로 뛰어들었고, 어른들의 관심이 생성형 AI로 넘어간 현재에도 메타버스에 남아 또 다른 사회를 만들고 있었다. 박 교사는 학생들이 ‘로블록스’를 주제로 그린 마인드맵을 자료로 보여주었다. 게임내에서 돈의 역할을 하는 ‘로벅스’를 얻기 위해 아이들은 강제 노동을 하고 구걸하기도 하며, 때로는 어른들로부터 사기를 당하기도 한다. 로블록스라는 가상 세계 속에서 아이들은 냉혹한 현실을 경험하며 공고한 커뮤니티를 만들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게임을 금지하는 것이 해답이 될 순 없다. “행복하게 로블록스를 이용해서 좋은 하루가 되게 하자”라는 한 학생의 말처럼 아이들이 조금 더 건강한 커뮤니티를 경험하고 디지털 시민으로서 존중받을 수 있도록 어른들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내외 미디어교육 사례
발표 및 라운드테이블
가나 대표 오스만 아부바카리 사디크의 발표 (출처: 한국언론진흥재단 제공)

 

다음으로는 페차쿠차[1] 라는 새로운 방식의 해외 미디어교육 사례 발표 시간이 있었다. 한국, 호주, 가나, 그리스, 대만, 미국 총 6개국의 연사가 참여했다. 해당 세션은 각 나라별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혹은 어떤 어려움에 부딪히고 있는지 등을 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6~9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알고리즘 이해를 돕기 위해 직접 찍은 사진을 큐레이션 해보는 프로그램, 허위정보에 반박하는 SNS 계정을 만들어 팩트체크를 진행하는 프로그램, 혹은 미디어를 읽고 분석하는 과정을 직접 팟캐스트로 만들어보는 식의 활동이 세계 각지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일환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다양한 국가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미디어 교육에 힘쓰고 있다는 것이 여실히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한국 대표 강용철 경희여자중학교 교사의 발표 (출처: 한국언론진흥재단 제공)

 

한국 사례 발표자이자 좌장인 강용철 경희여자중학교 교사의 질문으로 진행된 라운드테이블에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6개국의 연사들이 공통적인 부분에서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었다. 첫 번째는 미디어 리터러시를 교육하는 교사들의 트레이닝 부족 문제였다. 어떻게 해야 아이들이 효과적인 학습을 할 수 있을지, 어떻게 다른 과목과 미디어 리터러시를 융합하여 가르칠 수 있을지 등의 논의를 진행할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두 번째 문제는 공식 커리큘럼으로의 편입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현재 국가 차원의 공식 커리큘럼으로 존재하기보다는 선택적인 노력에 따라 하나의 프로그램 형태로 전달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연사들은 이 부분에 대해 모두 아쉬움을 표하며 미디어 리터러시가 자체 과목으로서 교과 과정에 편입되는 것이 큰 도전과제라고 언급했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같은 문제에 대해 이토록 열정적으로 고민하고 노력하는 분들이 있다는 것이 서로에게 큰 힘이 되는 시간이었길 바란다.

특별 강연: AI의 시대,
미디어교육의 본질은 달라지는가
데이비드 버킹엄 러프버러대학교 명예 교수의 특별 강연 (출처: 한국언론진흥재단 제공)

 

마지막 특별 강연은 세계적인 미디어교육 학자인 데이비드 버킹엄 러프버러대학교 명예 교수가 장식했다. AI가 우리에게 가져다줄 사회적, 환경적, 교육적 영향력을 하나씩 살피고, 앞으로 교육자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까지 짚어볼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AI가 존재하기 위해선 대량의 데이터가 필요하며, 데이터의 출처는 인간의 삶 구석구석이다. 어떤 인간의 어떤 데이터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AI는 질문에 대한 각기 다른 식의 답변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AI에 어떤 데이터를 제공할지 깊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AI 기술에 쓰이는 데이터를 보관하는 데에는 상당한 양의 에너지가 들어가며, 이는 곧 환경문제와 직결된다. 규모가 큰 데이터센터 하나를 유지하기 위해선 어마어마한 전기와 물이 활용된다고 한다. 지구 반대편에서는 물이 부족해서 목숨이 위태로운 인간이 존재하는 한편, 지구의 또 다른 곳에선 그 사람들을 살릴 수 있는 양의 물이 데이터 보존에 쓰이고 있다. 참 아이러니한 현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디어교육과 관련한 흥미로운 이야기도 많이 전했다. 개인적으로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과정에 미디어의 역사, 회사의 소유 구조, 마케팅 방식, 자본의 흐름 등의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는 이야기가 가장 흥미로운 지점이자 공감되는 부분이었다.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기 위해서는, 미디어가 생산되는 과정을 파악하고 해당 콘텐츠를 생산하는 기업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들이 어떤 이익을 보게 되는지 이해하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인 것 같다. 어쩌면 그동안의 교육에서는 이런 지점들을 배제한 채 비판적인 시각 그 자체에만 집중해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버킹엄 교수의 강연을 함께 경청한 많은 교육자들이 새로운 방식의 교육에 도전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로써 2024 미디어교육 전국대회의 모든 일정이 끝났다. 미디어의 소비자로서만 기술의 발전을 바라봐 왔던 나는 이번 기회에 교육자의 시선으로 새롭게 미디어를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 점점 더 빠른 속도로 변화할 세상에서 이번 행사처럼 다양한 전문가들이 함께 고민을 나누고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기회는 정말 소중한 것 같다. 내년 전국대회에서는 어떤 새로운 연구 과제들이 등장할지 벌써 기대가 된다. 이런 행사를 계기로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관심을 가지길 바란다.


[1] 각 슬라이드당 20초씩, 총 20장을 6분 40초 내에 발표하는 프레젠테이션 방식으로, 짧은 시간 내 핵심적인 내용을 전달하며 집중력을 높일 수 있는 발표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