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시대, 좋은 저널리즘의 왕도는 ‘스토리’

2011. 11. 28. 13:38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지난 10월 13일 ‘신문 발행을 넘어 다음 단계로의 도약’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제63회 세계신문협회(WAN)총회와 제18회 세계편집인포럼(World Editors Forum)이 이틀 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스마트폰, 태블릿 PC, 스마트 TV가 화두인 시대, 페이스북과 트위터 같은 소셜 미디어가 대세인 시대에 종이신문을 중심으로 한 신문산업과 저널리즘의 발전을 고민하고 토론하는 의미있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그와 동시에 ‘신문 발행에서 다음 단계’로 가는 확실한 전략과 답을 찾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사실 또한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과연 이 시대에 있어 좋은 저널리즘을 위해서는 어떤 변화가 있어야 할까요?




신문산업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이번 세계편집인포럼을 관통하는 두 개의 흐름 중 하나는 혁신, 통합, 유료화, 소셜 미디어 활용, 뉴스 애플리케이션 등과 같이 신문산업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다양한 시도와 전략이었습니다. 또 다른 하나는 달라진 환경 속에서 각 신문사들이 직면한 저널리즘 역할에 대한 문제였는데요. 예를 들면 위키리크스 이후 전통적인 신문의 취재 시스템, 신문 콘텐츠 차별화, 미디어 기업으로서 수익성을 추구하는 것과 저널리즘 윤리를 지키면서 공익을 우선시해야 하는 사회적 책임 간의 딜레마를 어떻게 균형 있게 극복할 것인가 등 저널리즘의 질적 수월성에 대한 내용이 그것입니다.

포럼에서 발표된 ‘월드 프레스 트렌드(World Press Trend)’를 통해 알 수 있었던 것은, 아쉽게도 신문산업은 더 이상 성장하는 산업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미디어 소비 행태는 국가마다 크고 작은 차이는 있지만, 모든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은 신문, 잡지 등 인쇄 매체를 통한 미디어 소비는 절대적인 이용량 자체가 전반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신문광고
 


GDP 대비 광고비, 신문광고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광고 자체가 경기변동에 매우 민감한데 경기가 안 좋아질 때 광고는 GDP 하락폭보다 더 큰 폭으로 떨어지고, 신문광고는 전체 광고비가 떨어지는 폭보다 더 크게 변동합니다.

한동안 반짝 증가하는 듯 보였던 신문발행부수는 2008년을 기점으로 감소하고 있습니다. 유럽, 북미 지역에서 발행부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을 뿐 아니라 지난 1년간 남미, 아시아 지역에서의 발행부수 성장세도 지난 5년간과 비교해 볼 때 감소한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다만 신문 열독률은 일부 국가에서 부러우리만치 여전히 높게 나타났는데요. 아이슬란드 96%, 일본 92%, 노르웨이•스웨덴•스위스 82%, 핀란드 80% 순으로 높은 열독률을 자랑했습니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일본 이외에 홍콩이 80%, 싱가포르가 78%였습니다. 

 
올해 세계신문협회와 세계편집인포럼의 테마는 ‘신문 발행 넘어 다음’을 더욱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듯했습니다. 세계편집인포럼에서는 다양한 신문사의 혁신 사례, 크고 작은 실험들이 소개되었는데요. 포럼과 관련된 모든 정보와 발표 내용은 아이패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World Newspaper Week’로 제공되었고, 포럼에 참가한 언론인들은 트위터(@newspaperworld #wef11, @newspaperworld #wnc11)를 통해 자신들의 의견을 실시간으로 개진하며 서로 소통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특히 뉴스콘텐츠 유료화, 통합뉴스룸, 페이스북 같은 소셜 미디어의 활용, 독자들과의 상호작용, 태블릿 PC의 애플리케이션 등 신문사가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전략과 관련된 내용에 많은 관심이 쏟아졌습니다.

 

<지난 10월 13일부터 15일까지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제18회 세계신문편집인 포럼 모습.>


신문 혁신을 위한 다양한 실험 시도

-뉴스콘텐츠 유료화 
올해는 익히 알려진 뉴욕타임스의 사례 외에도 슬로바키아(SME), 독일(Berliner Morgenpost)의 유료화 모델 사례들이 발표되었습니다. 이들 신문의 공통점은 신문의 정기구독자들에게는 무료이고(로열티에 대한 보상), 디지털 이용자들이 지불해야 하는 온라인 뉴스 가격은 종이신문 구독료보다는 약간 낮게 책정하고 있다는 것인데요. 온라인 뉴스는 무료라는 인식이 많기 때문에 신문사와 독자는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는데, 돈을 지불할 만한 가치가 있는 기사인지, 왜 유료화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신문사가 끊임없이 설명해야 한다는 발표 내용은 유료화를 고민하는 언론사들이 새겨들을 만한 지적이었습니다. 결국 사람들은 품격 있는 저널리즘에 돈을 지불할 의사가 있고, 유료화의 전제는 품격 있는 저널리즘이라는 것이 이들 발표의 결론입니다.


-태블릿 애플리케이션
아이패드의 등장이 신문산업의 구세주처럼 인식되기도 했지만 태블릿 PC가 제공하는 ‘신문’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현재진행형입니다. 미국 가르시아 미디어의 CEO 마리오 가르시아는 태블릿이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은 신문의 온라인판이 아니라는 명제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성공적인 태블릿 앱은 신문이 아니라는 것으로, 단순하고 항해하기 쉬워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우리의 눈과 손가락과 뇌를 위한 새로운 디자인이 요구되며 그러기 위해선 ‘단순하고, 깨끗하고 분명해야(Simple, Clean and Clear)’ 한다는 것이 그의 제안입니다.

<이미지 출처 : http://www.apple.com>





-독자와의 상호작용/소셜 미디어의 활용
트위터, 페이스북, 클라우드소싱에 이르기까지 독자와 온라인에서 상호작용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미국 저널레지스터(Journal Resister)의 짐 바디는 독자와 소통할 수 있는 두 가지 방식을 제안했습니다. 하나는 적극적 관여로 오픈 뉴스룸을 이용한 독자와의 대화나 독자들을 위한 이벤트, 독자들과 함께하는 활동으로 독자와 함께 기사를 만든다거나 독자의 입장에서 이미 나온 기사에서 빠진 내용에 대한 의견개진을 할 수 있는 온라인 토론 공간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소극적 관여로 독자 제보, 독자와 정보교환 채널을 공유하는 것 등을 고려할 수 있다고 합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Economist)는 매일 100만 명 이상에게 트위트하며 80만 명 이상의 페이스북 친구를 가지고 있는데요. 소셜 미디어를 매개로 한 참여 증가와 함께 한 달 만에 페이지뷰가 6배 늘었고, 이와 병행해 인쇄매체의 구독 역시 증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코노미스트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소셜미디어를 통한 뉴스 이용은 제살 깎기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소셜 미디어를 통한 유입이 온라인 트래픽을 증가시키고, 오프라인 독자 확장으로 이어지기도 하지요. 더 나은 스토리텔링, 좀 더 관여적인 독자, 보다 효율적인 시장을 위해 소셜 미디어의 활용이 요구되는 대목입니다.

2011년 스웨덴 신문상을 수상한 노란(Norran)의 아네테 노바크는 독자와 대화하지 않으면 독자와의 관계를 형성할 수 없고, 독자가 무엇을 알고 싶어할 것이라고 예단해 신문을 제작하는 시대는 이제 지나갔으며, 독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직접 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독자의 참여를 불러일으키는 다양한 아이디어, 혁신에 대해 열려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종이신문의 혁신
디지털에 몰리는 관심에도 불구하고 신문사 수익의 대부분은 여전히 종이신문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수익의 근본이 되는 독자 수를 유지하고 증가시키기 위해 종이신문의 혁신은 필요합니다. 포럼에서 발표된 다양한 혁신 중에는 오스트리아의 어린이 신문 클라이네 킨데르차이퉁(Kleine Kinderzeitung), 인도네시아의 청년층을 위한 신문 자와 포스(Jawa Pos)의 사례가 특히 흥미로웠습니다.

오스트리아의 경우 어린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가 타 국가에 비해 매우 낮게 나오자 그에 대한 우려에서 6세에서 11세 연령대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어린이 신문을 만들게 되었는데요. 신문지면은 정치, 동물, 스포츠, 오락 등의 내용으로 구성되며 독자와 전문가들에 의해 기사 품질이 체크됩니다. 어린이들에게 어렵거나 생소한 정치는 ‘독재자란 무엇인가’와 같은 기사로 제공되는 식입니다. 이 신문의 경우 종이신문의 중요성을 알게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온라인판은 만들지 않고 있습니다. 
 
<이미지출처 : http://lilies-tan.blogspot.com/>


인도네시아의 자와 포스는 청년 독자층 확보로 2011년 올해의 세계청년독자상(World Young Reader Prize)을 수상한 신문인데요. 30세 이하 신문독자의 50% 이상이 자와 포스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독자수에서도 인도네시아 최대 신문으로 성장한 이 신문은 젊은 독자와의 긴밀한 스킨십을 강조합니다. 신문의 내용도 청소년, 여성, 사이클링, 젊은 가족(젊은 가족이 200달러를 가지고 쇼핑하는 내용) 등으로 구성되고 있으며 특히 청소년 섹션은 기자, 디자이너, 사진기자, 편집자 등의 평균 연령이 모두 20대로 독자의 눈높이에서 제작하고 있습니다. 

-인포그래픽과 스토리텔링
새로운 플랫폼들의 경쟁과 압박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신문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어떤 콘텐츠에 집중해야 할까요? 오스트리아의 데어스탄다르트(Der Standard)는 코멘트와 분석 기사가 강한 신문이라고 했습니다. 불확실한 시기에 사람들이 원하는 방향성을 잡아 주는 배경 설명, 자세한 분석과 그래픽, 전문가 조언이 담긴 기획 기사는 이슈적인 차원에서나 경제적인 차원 모두에서 성공적이라는 평가인데요. 신문이 속보 경쟁에서 생존할 수 있는 차별화된 콘텐츠 전략의 전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 http://tauhuayboy.wordpress.com/>


싱가포르의 스트레이츠타임스(The Straits Times) 역시 속도보다 내용과 분석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독자들은 단순한 속보가 아닌 신문의 신뢰도와 양질의 스토리텔링을 원한다는 것이기 때문이죠. 포럼에서는 기자들의 페이스북 활용, 데이터 저널리즘, 뉴스와 관련된 게임을 만들어 주는 흥미로운 소프트웨어인 카투니스트라는 뉴스 게임(News game)에 대한 소개도 있었는데요. 저널리즘의 질과 뉴스에 대한 흥미를 높이는 새로운 시도들을 눈여겨 볼만합니다.


좋은 저널리즘의 왕도는 ‘스토리’
 
신문의 혁신이 어려운 이유는 혁신에 대한 두려움, 혁신에 소요되는 비용과 혁신의 성과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이기도 합니다. 세계편집인포럼에서 소개된 사례들이 변화와 혁신이라는 숙제를 풀어가는 작은 실마리가 돼주길 기대해 봅니다.

스마트 시대에 길을 묻는 신문산업과 신문산업에 종사하는 모든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과 성찰입니다. 다만 변하지 않는 뉴스 생태계의 진리는 스토리 퍼스트(story first)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언제나 스토리가 왕이라는, 좋은 저널리스트는 좋은 이야기꾼이라는 평범한 진리는 디지털 격랑의 시대에 신문이 되새겨야 할 신문의 무기이자 신문의 힘이 아닐까요?
 

이 글은 월간 <신문과 방송 11월호>중 김영주(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위원)님의 '다음 도약은 디지털 먼저? 스토리 먼저!'를 옮겨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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