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책에서는 배울 수 없는 세상 이야기

2012. 2. 6. 11:44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이 글은 세명대 신문읽기 강좌 '신문으로 세상읽기'를 수강한 하지효(행정학과) 학생의 후기입니다.


중학생 시절 우연찮게 카이스트 정재승 교수의 ‘과학콘서트’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문과생인 내가 평소에는 잘 알지 못했던, 더불어 흥미 또한 없었던 과학 이론들을 생활 속의 예를 들어 쉽게 설명해주는 흥미로운 책이었다.

그런데 나는 그 책에서 알려주고자 했던 ‘과학’의 화려한 콘서트 같은 면보다는, 집필자인 정재승 교수의 개인적인 학창시절 회고를 적은 한 페이지가 더 큰 가치로 다가왔다.

그 내용은 이랬다. 당시 고등학생이던 저자는 기숙사에서 나와 집으로 향하는 고속버스에서 우연히 신문 한 장을 보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그 신문의 내용은 당시 중국의 천안문 사태를 다루고 있었다. 천안문 사건은 마오쩌둥 체제 말기 천안문 광장에서 학생과 중국 국민들이 민주주의와 자유를 위해 일어나자 중국 정부가 군부를 동원해 무력진압한 사건이다.

책의 저자는 이러한 역사적 사건이 바로 옆 나라에서 일어났는데도 알지 못한 채 기말고사를 위해 학교 공부만 했다고 한다. 그는 그러한 사실에 큰 비애감을 느끼고 본인의 전공인 과학 분야를 공부하면서도 절대로 사회와의 접점을 놓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2012년 현재 우리 대학생들은 청년백수, 이태백, 88만원세대 등 씁쓸한 신조어로 불리우고 있다. 10대 때 치열한 입시경쟁을 뚫고 더 큰 배움을 얻는다는 대학교에 들어왔지만 그러한 환희와 만족감을 누리기도 전에 입시경쟁보다 더 힘든 취업경쟁, 스펙경쟁에 매몰된다. 주변을 돌아보면 이젠 내 옆에 친구가 있는 것이 아니고 그저 경쟁자가 존재할 뿐, 넓은 시야를 가질 틈도 없이 그저 나의 전공과목 공부와, 영어, 자격증 취득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또한 4,580원의 최저시급으로 차곡차곡 모아서 내기엔 터무니없이 비싼 대학 등록금의 벽 앞에, 방학 때면 하루에도 8~10시간씩 일하는 우리 20대는 점점 더 이기적이며 개인주의적으로 변하고 있다.

앞에서 과학콘서트의 저자 정재승 교수의 경험과 같이 요즘 20대는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관심이 없다. 경마장의 경주마들처럼 주변 시야를 가리고 앞만 보고 내 길만 가게 된다. 그러나 '내가 왜 이렇게 힘든 길을 가야하는지, 왜 내가 가는 길은 이러한 길인지, 이 길 말고는 다른 길은 없는지'와 같은 의문을 품고 주변을 둘러봐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신문을 보고 세상이 어떻게 변화하며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나는 행정학을 전공하는 학생이다. 지방자치를 배우고 우리나라 민주주의에 대해 공부하며 정부의 역할 등을 배운다. 그러나 같은 과에서도 지방자치단체장의 일과 임무는 전공책에서 배워 숙지했을지라도, 본인의 지역구에 어느 지방자치단체장이 있는지 모르며 선거에도 관심이 없는 친구들이 많다. 또한 스마트폰은 하루 종일 손에서 놓지 않으면서도 중동국가의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과 재스민혁명 등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신문으로 세상읽기’ 수업을 들으면서 우리 대한민국 20대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라면 프랑스의 연금관련 법안 반대 시위, 99%가 1%에 저항하는 occupy 월가 시위, 재스민 혁명 등에 참여하는 다른 나라 청년들은 본인의 전공 이외에 스스로의 권리를 위해, 또 개인의 성취 이외에 공동체로서의 성취를 얻기 위해 다양하고 용감한 행동들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공부한다. 내가 이루고자 하는 나의 꿈을 위해서. 그리고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신문을 읽는다. 취업 면접에서 면접관이 묻는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시사상식’을 공부하는 것이 아니다. 21세기 지구촌 세계에서 나의 꿈을 이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사회는 혼자 사는 게 아니고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이기에, 내 주변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귀를 기울이고 관심을 가질 것이다. 또한 필요하다면 용기 있는 행동도 할 것이다.

그것이 내 꿈을 이루는 또 다른 근본적인 방법이란 것을 우리 20대가 알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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