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고 아늑한 정동길 북카페, 산 다미아노

2012. 2. 7. 15:14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수많은 사람들과 차량으로 복잡한 서울의 대표적 도심인 광화문. 하지만 주변을 조금만 거닐다보면 서울의 한 중심부라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을 정도로 고즈넉한 길이 많습니다. 거리 곳곳은 계절에 따라 특유의 분위기도 만들고 있어서 많은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유명한데요. 

특히 덕수궁을 끼고 둘러있는 돌담길과 정동길에는 오래된 미술관과 박물관 등이 위치해 있어서 더욱 운치를 느낄 수 있죠.

정동길에 접어들어 조금 걷다보면 보는 것 만으로도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카페가 눈에 띄는데요. 바로 프란체스코 작은 형제회에서 운영하는 북카페 ‘산 다미아노’입니다. 




성 프란치스코의 스토리가 담긴 북카페

젊은 시절을 방황하며 보내다가 어느날 산 다미아노(San Damiano) 성당에서 종교적 체험을 한 후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바꿨던 성 프란치스코는 중세 시대의 암울했던 교회와 세상을 고치기 위해 평화와 일치, 사랑과 나눔의 삶을 실천하며 전세계적으로도 많은 사랑을 받았던 성인으로 유명하죠. 


 

이런 그를 기념하기 위해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는 1987년 이곳 정동에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을 지었고, 2010년에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자는 의미로 문화공간인 북카페 ‘산 다미아노’를 열게 됐다고 해요. 

마치 성당을 떠올리게 만드는 내부는 천장이 무척 높았던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북카페답게 한쪽 면 전체를 채우고 있는 책들은 조명이 너무 예쁜 책장 덕분에 저절로 책에 손이 가도록 만들더라구요~ 

 

 

산 다미아노 성당에서 성 프란치스코가 하느님을 만났던 것처럼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도 세상 사람들과 만나는 통교의 장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는데요. 그래서인지 다양한 문화에 대한 소통과 대화, 만남과 나눔을 제공하는 장소로서 큰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공정무역커피만 사용하는 착한 카페

공정무역커피(Fair Trade Coffee)란, 제 3세계 가난한 소규모 커피재배 농가에서 수확한 커피 생두를 생산자들에게 정당한 가격을 지불하여 생산된 커피를 말합니다. 이러한 커피를 소비함으로써 개도국의 노동자들에게 보다 나은 무역조건을 제시하고, 그들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기 때문에 커피를 대량 소비하는 많은 국가에서는 공정무역커피운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랑과 나눔이라는 공간답게 이곳 산 다미아노에서는 공정무역커피만 사용한다고 해요. 이뿐만 아니라 이곳의 책들은 이렇게 나눔을 실천하고자 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기증을 받아 알차게 채워 넣고 있는데요. 조금씩 책장을 채워 나가던 책들이 이제는 한쪽 벽면에 가득 들어서게 됐습니다. 

자기계발 서적부터 인문, 과학, 예술, 아동도서까지 소장하고 있는 도서의 종류도 정말 다양했는데요. 무엇보다도 시중에 절판돼 쉽게 볼 수 없는 책들도 많이 있기 때문에 특이한 책들도 많이 보였습니다. 




종교, 교육, 문화가 함께 하는 복합공간

길을 지나면서 카페를 보면 얼핏 종교시설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이곳은 다양한 문화가 흐르는 열린 공간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카페 내부에는 각종 악기와 소모임방, 빔프로젝터 등이 마련되어 있는데요. 

정동이라는 지리적 위치에 있어서 많은 직장인들에게 휴식 공간을 제공하면서 각종 공연과 모임, 출판기념회, 피로연장 등 다양한 모임을 위한 대관도 가능하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장이 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북카페를 기본으로 다양한 문화콘텐츠가 흐르는 공간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 서울 튜티앙상블과 함께 한 달에 한번 무료 콘서트도 진행하고 있는데요, 책과 함께 재미있는 문화생활도 충족시킬 수 있는 알찬 북카페인 것 같습니다.

도심 속 시끄러운 소음을 피해 마음을 달래기 좋은 공간. 고요한 겨울밤과도 너무 잘 어울리는 이곳 산 다미아노는 다른 사람들의 대화와 시끄러운 음악에 방해 받지 않으면서 책도 읽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은 분들이라면 꼭 한번 들러보기에 좋은 곳이라 생각됩니다. ^^


©다독다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