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2. 15. 10:22ㆍ다독다독, 다시보기/미디어 리터러시
요즘 세상은 '노하우(Know-how)'가 아니라 '노웨어(Know-where)'시대라고 합니다. 정보홍수의 시대에서 누가 어느 만큼 알고 있는가 보다는 그 정보가 어디에 있는지 찾아내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말인데요. 그렇다면 범람하는 정보 중에서 양질의 정보를 걸러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를 해결하는 방안의 하나로 신문의 역할을 언급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예전에는 신문의 역할 중 사건•사고를 신속 정확하게 전달하는 보도 기능에 초점이 맞추어졌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NIE(신문활용교육)와 같이, 신문을 다양한 교육 활동에 접목시켜 세상을 읽는 가이드라인 역할도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공교육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거론되는 핀란드의 경우, 학생들의 학습능력과 창의력을 키우는 데 NIE가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합니다.
NIE전문가들이 모였다!
지난 12월 10~11일, 대전 KT인재 개발원에서는 <2011 미디어교육 전국대회>가 개최되었는데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마련한 이번 행사는 정부 관계자를 비롯해 신문사 기자, NIE 강사, 공공기관 NIE 담당자, NIE 전문가 등 460여 명이 참석해 ‘NIE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논의했다고 해요.
행사에 참석한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스마트 시대의 문화강국 비전’을 주제로 NIE의 중요성과 역할을 강조하기도 했는데요. 성황리에 마친 ‘2011 미디어교육 전국대회’. 그 현장으로 가보실까요?
입구에 들어서면 지난 ‘NIE 전국대회’ 수상작을 볼 수가 있는데요. 한 학생의 기사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독도 우체통이라는 신문을 발간한 서울 선곡초등학교 신효리(4학년) 학생은 <하늘에서 온 편지>라는 코너를 통해 가상기사를 작성했습니다.
‘8월 15일 광복절에 신문사로 편지가 하나 도착했습니다. 발신자는 놀랍게도 이순신 장군이었습니다. 내용은 독도를 지키고 사랑하자는 내용이었습니다. 편지를 읽고 이순신 장군이 당부하고 싶은 내용을 알게 되었습니다’로 시작되며 이순신 장군이 직접 쓴 듯한 편지 내용도 함께 첨부했는데요.
‘내가 하늘에서 편히 앉아 있을 수가 없어서 붓을 들었소, (···) 나와 수많은 조선인들이 피나는 노력과 죽음으로 이 땅을 지켰소, 독도는 예부터 우리나라 영토인데 여러분은 그것을 모른단 말이오. 영토가 있어야지만 그 나라의 백성들이 살 수 있소.’
어떤가요? 가상 기사이지만, 아이들의 창의력이 참 돋보였는데요. 많은 경험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NIE 교육은 간접경험을 대신해줄 수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꼭 필요한 교육이라고 합니다.
한참 NIE 전국대회 수상작을 보다가 조한무 경인교대 교수의 ‘교수와 평가를 함께 하는 수업’ 강의가 시작되었습니다. 조한무 교수는 실제로 진행되었던 사례를 보여줌으로써, NIE 교육이 아이들에게 왜 필요한지를 알려주었는데요. 임기응변이 섞인 재치있는 강의 내용으로 청중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습니다.
다문화 가정을 중심으로 한 소외계층 NIE
강의가 끝난 후, NIE 초등사례 분과, NIE 중등사례 분과, NIE 고등사례 분과, NIE 교육청 사례분과, NIE 언론사 사례분과, NIE 특수분과 등 6개 분과별로 나눠 각 현장 NIE 실천사례 발표와 질의응답, 전체 토론이 진행되었는데요. 그 중에서도 ‘다문화 가정을 중심으로 한 소외계층 NIE’가 주목을 끌었습니다.
발표자 권금상 박사는 “다문화 가정의 가장 큰 문제는 정보 제공이 부족하다는 것이기 때문에 다문화 가정의 인권과 인식개선으로 NIE 교육은 꼭 필요하다”고 말했는데요. 부모에게 정보력이 없다면 자녀에게까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NIE 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어도 서툰 다문화 가정에게 NIE는 왜 필요할까요? 그 이유는 크게 의식 차원과 사회적 차원, 인권 차원으로 나눌 수가 있습니다. 다문화 가정은 대체로 가난한 농촌에서 살고 있어 경제적으로 많은 여유가 없다고 합니다. 특히, 한국어에 서툰 외국인 엄마로 인해 자녀들의 학업에 격차가 생기는 등 부모의 문제가 자녀의 사회이동능력이나 사회적 계급문제로 이어지고 있어 다문화 가정을 위한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하는데요. 그 지원 정책이 바로 ‘NIE 교육’입니다.
권금상 박사는 농촌지역에서 가장 구독을 많이 하는 농민신문사의 월간지 ‘디지털 농업’을 통해 이주민들에 대한 이해를 확장하고 인식개선에 앞장서고 있는데요. NIE교육을 통해 문화 향유의 격차 해소와 정보 격차 해소, 표현과 소통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실제 사례로 네팔의 한 여성은 여성을 가르치지 않는 가부장사회에서 겪는 불편함과 억압 등을 NIE 교육을 통해 극복할 수 있었다고 하는데요. 이를 통해 문맹을 깨우치고, 비로소 신문을 읽게 되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그녀는 세상소식을 타인을 통해 듣지 않고도 알 수 있게 되어 기쁘다고 했다네요.
발표가 끝난 후, 충남여성정책개발원에서 다문화 정책을 연구하고 있는 권금상 박사에게 다문화 가정에 대한 NIE 교육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외국인 수가 2.5% 차지하고 있는 만큼, 최근 다문화 가정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다문화 가정이 증가할 경우 문제점은 무엇인가요?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외국인들은 주로 노동자이거나, 국제결혼을 한 여성들입니다. 결혼이주여성의 경우 농촌지역을 중심으로 다문화가정이 형성되고 있는데, 매매성 결혼과정이나 이주여성을 노동의 일환으로 여기는 문화 때문에 인권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박사님께서는 다문화 가정의 인권개선 사업으로 ‘NIE’를 제안하셨는데요. 다문화 가정에 ‘NIE’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가난한 농촌이 대부분인 이들은 대도시의 가정과 달리 정보획득에서 열악하며 격차를 보입니다. 농경사회는 다양한 문화적인 소통로가 없고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문화가 아니므로, 이러한 현상이 생기는 거죠. 게다가 집합교육이 어려운 대상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농촌지역에서 가장 구독을 많이 하는 농민신문사의 월간지를 통해 이주민들에 대한 이해를 확장하고 인식개선을 도모하고자 ‘NIE 교육’은 꼭 필요합니다.
농촌 신문사 월간지 ‘디지털 농업’을 통해 다문화 가정을 직접 방문해 우리 농촌과 그들이 말하는 한국에 대해 연재하고 계신데요. 취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다문화가정의 여성들은 모두 국가별로 다른 특성과 다른 문화를 보입니다. 특히 남녀평등, 인간평등을 몸에 익힌 사회주의국가에서 온 여성들의 경우 한국의 가부장 문화를 수긍하기 힘들어합니다. 제가 만난 부부들은 대부분 나이차이가 많이 났고, 연애결혼을 한 이주여성들은 평등한 관계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인상에 남는 여성은 한국에 와서 부부싸움을 심하게 해 경찰을 불렀는데, 그 당시 다문화가정지원센터의 센터장이 달려와 적극적으로 개입해주어 오해가 풀렸다고 하며 어려운 위기의 순간 서로 말이 통하도록 누군가 개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또한, 지난달에는 남편을 살해하고 교도소에 수감 중인 몽골여성의 면회를 다녀왔습니다. 어린 딸도 그 후 병으로 죽고 본인으로 인해 남편의 출혈이 심해 죽은 사실도 몰랐던 여성은 정신치료를 받은 후 정신장애로 구형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남편의 가족은 이 여성이 사형선고 받기를 원하고 있어 주변사람들을 안타깝게 합니다. 그 여성은 평소에 남편으로부터 심한 술주정과 폭력을 겪었고, 남편은 아픈 아이를 위해 돈을 주지 않았었다고 합니다. 이 뿐만이 아니라 종종 이주여성이 살해되었다는 참변소식을 들을 때마다 우리의 인식이 먼저 개선되어야 함을 절감합니다.
인터뷰를 통해서 수집한 사례를 바탕으로 우리 농촌 다문화 가정에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교육은 무엇일까요?
이주여성을 한국여성과 동등하게 바라보고 대접해 주는 것입니다. 남성과 가족들이 변해야 합니다. 여성들은 한국어를 배우지만 가족들은 아무도 여성나라의 기본적인 말조차 배우려 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진정한 다문화사회가 아닙니다. 인정하고 평화롭게 살기 위해서는 동등하게 대하고 함께 의논하고 국적을 빨리 취득하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주어야 합니다.
아내가 도망갈까봐 비협조적이고 억압하고 의심하면 누구라도 견디기 어렵습니다. 비록 우리보다 어려운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다수라 하더라도 다들 가족이라는 뿌리를 내리고 행복하게 살고 싶어 한국에 온 사람들이고 아이들의 엄마입니다. 특히 농촌은 미래에 농사를 지을 사람들이 다문화여성들이므로 그들이 지역 사회의 주인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그들의 역량을 강화시키고 함께 살아갈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서로의 연구를 공유하는 다양한 NIE 사례
이 밖에도 관악고등학교 김병련 교사의 ‘장애인의 미디어 환경 연구 분석’ 발표가 있었는데요, 신문과 인터넷, 게임 등 여러 미디어 채널이 있지만, 그 중에서 장애 학생들에게도 비판력과 사고력을 키울 수 있도록 무가지 신문을 활용한다고 해요. 무가지 신문을 활용하는 이유는 어려운 정치•사회 기사가 적고, 광고가 많아 아이들에게 흥미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주로 생활정보와 날씨, 연예기사를 활용해 교육한다고 합니다.
NIE 언론사 사례분과에서는 대전일보의 ‘역사 속으로 떠나는 NIE캠프'가 소개되었는데요. 학생들이 역사현장을 탐사하면서 직접 취재와 사진촬영, 신문제작까지 함으로써, NIE의 콘텐츠 영역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또한, 초등분과에서는 'E-NIE를 활용한 수업사례와 진로교육', 중등분과에서는 '신문을 활용한 창의적인 글쓰기 사례', 고등분과에서는 '대입제도와 연관시켜 사설 칼럼을 활용한 NIE 활동 및 연구학교 운영 사례' 등을 발표했는데요. 서로의 연구이론을 공유하는 장으로 열기가 매우 뜨거웠답니다.
교육현장에서 쓰이는 다양한 NIE활용사례를 알 수 있었던 <2011 미디어교육 전국대회>는 현직자들이 참여했던 만큼, 흥미롭고 실제적인 사례를 접할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였던 것 같습니다. 신문의 활용법은 참 무궁무진합니다. 특히 자라날 아이들, 그리고 문화 사각지대에 있는 이주여성들에게는 무엇과도 대체할 수 없는 ‘문화 교과서’가 되지 않을까요? 앞으로도 NIE를 활용한 다양한 사례를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다독다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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