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기자가 말하는 언론사 합격의 모든 것
2011. 12. 21. 09:55ㆍ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왜 기자가 되고 싶으세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어렵지 않다. “여론을 주도하고 싶어서”, 활동적이고 자유로운 직업이니까”, “그냥 멋있어 보여서” 등 수많은 대답이 가능하다. 그러나 “기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쉽게 대답하기가 어렵다. 워낙 전형 자체가 주관적인데다 준비하는 과정도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언론사들은 시험꾼(?)을 배격한다. 그들은 나이, 졸업연도, 지원횟수, 특이한 전형방식으로 시험꾼을 걸러내려 애쓴다. 그들이 뽑고 싶은 사람은 단지 시험을 준비한 사람이 아닌 언론인이 되는 것을 준비한 사람이다.
-책 <언론사 합격의 모든 것> (이재철 외 지음, 웅진윙스) 서문에서-
언론인이 되기 위해서 불철주야 가리지 않고 '언론고시'를 준비하는 많은 수험생이나 앞으로 사회 곳곳을 누비며 숨겨진 이야기를 찾고 싶은 기자를 꿈꾸는 분들이라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하는지 막막함을 느끼는 일이 많을 것 같습니다.
아무리 공부는 혼자 하는 것이라고 해도 주변에서 이끌어주는 ‘멘토’같은 존재가 옆에 있다면 이런 부담감을 덜 수 있는데요. 그래서 언론인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한 교과서와 같은 책이 있어서 소개해 드리려고 해요.
지금 소개해드리는 <언론사 합격의 모든 것>에서는 여섯명의 신입기자가 기자가 되기 위해서 밟아왔던 스터디부터 면접까지의 과정을 밝히고 있는데요. 단편적 기술이나 요령을 알리는 것보다는 자신들이 직접 겪은 생생한 체험담을 담았다는 점에서 다른 참고서들과 차이가 있습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신입기자들의 자기소개서 작성에서부터 논술, 작문, 기사쓰기 등 필기시험과 실무평가 그리고 면접에 이르기까지, 그 노하우를 들어본다면 목표에 한층 더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성공하는 스터디, 실패하는 스터디
요즘은 같은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함께 스터디를 하는 것이 필수 아닌 필수가 됐는데요. 이런 스터디 모임은 혼자 공부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덜할 수 있지만 오히려 독이 될지도 모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현재 국민일보 기자로 활동중인 조국현 기자는 필기시험에만 집중한 스터디가 처절한 실패를 맛보게 했다고 해요.
대부분의 스터디 그룹은 논술과 작문, 상식과 국어 등에 초점을 맞추어 공부를 하지만 이것이 기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전부는 분명 아니었다고 합니다. 즉, 기초만을 연습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거죠.
처음의 실패를 거울삼아 다시 시작한 스터디 모임은 스터디원 네 명 모두가 합격하게 된 ‘슈퍼 스터디 그룹’ 이었다고 하는데요. 과연 그들의 스터디는 어떻게 달랐을까요?
“우리는 처음 시작부터 철저히 필기시험 이후를 위한 스터디로 커리큘럼을 잡았다. 그래서 상식은 아예 준비하지도, 공부하지도 않았다. 상식은 스스로 알아서 하기로 했다.”
조 기자는 공부를 하는 스터디가 아닌 토론과 기사쓰기 그리고 면접 위주의 스터디를 했다고 해요. 두 가지 주제를 가지고 네 명이 편을 갈라 30분 정도씩 토론을 했고, 토론 태도나 비논리적인 주장과 같은 것들은 지적하고 신랄하게 비판을 하면서 장점보다는 단점을 찾는 스터디에 주력했다고 합니다.
이런 스터디 방법이 보통의 스터디 모임과의 차이점이라면 필기시험 후를 준비한 스터디였다는 점입니다. 실질적인 경쟁이 시작되는 시점을 미리 준비했기 때문에 그 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하는데요.
조 기자는 “필기 통과까지만 염두에 두고 스터디 커리큘럼을 정하면 그 이후 전형과정에서 낭패를 보기 일쑤다.”라고 말합니다.
필기시험, 기출문제를 알면 답이 보인다
2007년 MBC에서는 신선한 출제 유형으로 언론사 수험가에 상당한 관심을 끌어왔었는데요. 이는 상식책 몇 권 외운 것이 아닌 대졸 신입사원으로서 갖춰야 할 교양을 평가하는 방식의 시험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해요.
그래서 언론사를 준비하며 잘 훈련된 ‘시험꾼’이 아닌 ‘통합적인 역량’을 지닌 언론인을 뽑는다는 의도를 보여줬고, 요즘은 대부분의 언론사도 이런 유형으로 많이 바뀌었습니다.
이렇게 단순히 외워서 푸는 시험이 아닌 다양한 접근을 요하는 시험을 대비하기 위해 이 책에서 중앙일보 이현택 기자는 다음과 같이 조언을 하고 있습니다.
시청각 자료에 주목하라
TV를 통해 비디오 또는 방송 리포트를 보여주고 자신의 생각을 쓰거나, 판소리를 들려주고 작문하라는 식의 문제 유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엮어서 쓰는 방법을 고민하라
2007년 중앙일보에서는 신정아, 박태환, 덩샤오핑, 나의 4가지 키워드로 이를 연관지어 작문하는 문제가 출제됐다. 그래서 이를 유형화할 수 있는 글쓰기 연습이 필요하다.
영어에 주목하라
향후 몇몇 언론사에서는 영어 인터뷰를 10분간 듣고 이를 바탕으로 기사를 작성하라는 식의 문제가 출제될 가능성이 크다.
신문사에서는 그래픽시험이 출제될 수 있다
최근 서양 유력지에는 ‘그래픽만 봐도 이해가 간다’는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국내 신문들도 절치부심하고 있다. 그래서 신문의 그래픽을 여러 번 연구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맞춤화된 상식 전략이 필요하다
앞으로는 상식 약술은 물론 이에 대한 찬반논리 서술, 본인의 생각, 관련 기획안 및 기사작성까지 한번에 ‘패키지’로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신문 스크랩이나 지속적인 토론으로 극복할 수 있다. 따라서 자신이 지원하려는 언론사를 정하고, 이에 맞는 상식 공부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겠다.
필기시험과 실무평가의 복병 기획안
방송국 PD도 아니고 기자가 웬 기획안이냐구요? 기자의 ‘기획안’이란 기획취재 계획안을 말하는데요. 필기시험과 실무평가에서 점차 중요성을 더해가는 것이 바로 기획안이라고 합니다.
기획안은 취재 아이템에 대한 ‘보고’를 위해 쓰이며, 기자 자신이 생각한 아이템을 기사화할 경우 의미가 있음을 설득하기 위한 보고서로 쓰이기 때문에 꼭 필요하겠죠. 언론사 입장에서도 많은 수험생 중 실무에 대한 센스가 있는 지원자를 가려내기 위한 방편으로 애용한다고 이현택 기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그럼 이런 기획안을 작성할 때 강조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요? 이에 대해 그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평소에 갖고 있던 문제의식 반영’과 ‘톡톡 튀는 아이디어’, ‘현실성’을 꼽았는데요.
모 언론사의 시험장의 한 지원자가 평소 관심 분야였던 ‘코시안 어린이들의 교육 실태’에 대한 기획안을 작성했고, 평가위원으로부터 “평소에 문제의식을 갖고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며 좋은 반응을 보였다고 해요.
하지만 이 기자의 경우 갑자기 준비한 아이디어에 대해 의견을 제출해서 ‘잘 쓴 기획안’이라는 평가는 받았지만 고민의 흔적은 보이지 않아 ‘신선하다’ 정도의 평가에 머물렀다고 합니다.
이런 기획안 평가의 문제 유형은 하나의 자료를 제시한 후 ‘이야깃거리가 되는 기사 3꼭지를 제시하라’와 같은 ‘자료제시형’, 주어진 주제에 대해 기획안을 작성하는 ‘창작 및 브리핑형’, ‘자유주제 및 현장취재형’의 유형으로 크게 나눌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기획안 작성은 결국 자신이 평소 생각하던 기사거리를 다른 사람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도록 만드는 일이란 건데요. 그래서 평소 신문이나 방송의 기획 기사를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스스로 취재 기획안을 작성해보는 훈련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해요. 이렇게 작성한 기획안은 취재의 기대효과나 방법, 기간 등에 대한 감을 살려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면접관은 나만 미워해? 최종면접 준비법
중앙일보 임주리 기자는 최종면접을 앞두고 다른 언론사에 합격한 선배에게 이런 조언을 얻었다고 합니다. ‘왜 기자인가’, ‘왜 신문인가’, ‘왜 중앙일보여야 하는가’
이 세 가지는 얼핏 누구나 아는 당연한 질문일 수 있겠지만, 이에 대해 진실된 답을 준비할 수 있는 사람은 소수일 것이라고 임 기자는 말하고 있는데요. 그래서 이를 마음 속 깊이 간직하고 시험을 치른 그의 합격 키워드는 ‘겸손’, ‘5분 전’, ‘사명감’ 이었다고 해요.
이재철 기자 역시 면접의 포인트에 대해 ‘나는 정말 이 언론사의 기자가 되고 싶은가?’라고 물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이런 문제에 대해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두 가지다. 첫째는 실제 면접장에서도 그렇게 말할 정도로 본인의 마음이 정리되지 않았다면 지원을 아예 안 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정말 내키지는 않지만 그 언론사에 가고 싶은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바로 그 마음을 가진 자아를 일깨우라는 것이다. 면접장에 들어설 때 평소의 자신이 아닌 바로 그 언론사에 입사하고 싶은 자신을 데리고 가라. 그리고 그의 정신을 빌려 사고하는 게 좋다고 본다.
-P. 292-
최종면접에서 합격에 이르는 비결은 5명의 기자 누구도 명쾌하게 답을 말해주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하나같이 강조하는 것이 바로 ‘기자가 하고 싶고, 되어야만 하는 이유’만큼은 명확해야 한다는 점인데요.
최종면접 단계까지 올랐다면 합격하는 것도 불합격하는 것도 전혀 이상한 상황은 아닙니다. 그동안 공부하느라 노심초사했던 시간들이 보상받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기회는 있는 것이죠.
어느 회사든지 원하는 인재는 궁극적으로 비슷합니다. 그러므로 최종면접에 참가했다는 사실은 다른 회사에서도 내가 원하는 인재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기에 면접이라는 부담감을 떨쳐내고 마음 편하게 갖고 임하는 것을 그들은 강조하고 있습니다.
언론사 입사 준비, 선배가 권하는 시원한 물 한 잔
서두에도 말했지만 이 책은 기자가 되기 위한 비법을 담은 책은 아닙니다. 그런 비법을 담은 책이라 해도 시험의 가장 중요한 요소들 대부분은 주관적 잣대에 의해 평가되기 때문에 정답이 없다고도 할 수 있구요.
언론사 입사 시험을 준비하면서 가장 큰 어려움은 정보의 부족인데요. 이 점을 잘 아는 여섯명의 기자들이 수험생들의 갈증을 풀어주기 위해 몸소 겪은 성공과 실패의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책 <언론사 합격의 모든 것>, 기존의 책들과 다르게 언론인이 되기 위한 ‘좋은 학벌과 토익의 연관성’에 대한 실질적인 이야기 등을 마치 대화하듯이 들려주기도 하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더욱 피부에 와닿는 현실적인 조언을 많이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합격한 기자들의 이야기라 해도 그것이 무조건 옳은 것은 아니겠죠. ‘타산지석’이라는 말처럼 그들이 어떻게 실패를 했고, 어떻게 해서 성공을 한 것인지 그 과정을 알고 나면 다소 막연했던 언론인에 대한 목표가 조금 더 명확하게 보이지 않을까요?
어떠한 활동이든 그 활동이 자신이 기자가 되는 데 도움이 된다면 좋다. 자신이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면접에서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면 어떠한 활동이든 좋다. 인턴기자에만 목맬 필요도 없다. 인턴기자 했다고 다 기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 매주 봉사활동을 충실히 한 것, 건물청소를 했던 것, 신문이나 우유를 돌리는 것도 어떻게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자신만의 무기가 될 수 있다. 남들 다 하는 것보다 자신만이 경험할 수 있는 블루오션을 찾아라.
-국민일보 이재철 기자의 집필 후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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