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4. 27. 17:51ㆍ다독다독, 다시보기/미디어 리터러시
지난 해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대학생 4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신문을 열심히 읽은 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이 더 높다고 합니다. 또한 청소년기에 신문활용교육(NIE)을 받은 경험이 있는 응답자의 경우 그렇지 않은 응답자보다 미디어에 대한 비판적 이해 능력이 높다는 결론도 나왔습니다. 즉 미디어 내용이 목적에 의해 구성된 결과물이라는 인식, 미디어가 특정 집단, 직업을 편견적으로 묘사할 수 있음을 알고 있었다고 하네요.
신문을 볼 때 “비판적 사고를 하면서 보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됩니다. 비판적 사고란 “객관적 증거에 비추어 사태를 비교·검토하고 인과관계를 명백히 하여 여기서 얻어진 판단에 따라 결론을 맺거나 행동하는 과정”이라고 정의 할 수 있습니다. 조금 귀찮고 힘들긴 합니다. 주어진 걸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독자가 한 발 더 나아가야 하니까요.
광고를 100% 신뢰하지 않듯이, 신문도 100% 신뢰할 수는 없다고 합니다. 신문사도 하나의 기업인만큼 자사의 이익에 따라 편집방향과 논조를 결정하곤 합니다. 신문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면, ‘신문의 생각’만을 이야기하게 됩니다. 신문을 매개로 ‘자신의 생각’을 가져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비판적 사고’를 기르는 훈련을 해야 하죠.
신문을 비판적으로 읽는 방법 몇 가지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물론 이 포스트 역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비판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사실, 잊지 마세요^^
어디까지 사실이고, 어디까지 의견인가?
비판적으로 신문보기의 1단계는 사실과 의견이 구분입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인가요? 하지만 생각보다 쉽진 않습니다.
신문이 스트레이트기사와 오피니언 면으로만 구성된 시절이 있었습니다만, 지금은 무 자르듯 “이 기사는 스트레이트, 이 기사는 의견기사” 나눌 수 없습니다. 기사의 형태가 그만큼 다양해졌기 때문이죠. 기자가 적극적으로 사건 현장에 뛰어드는 탐사보도는 물론이요, 최근 각광받고 있는 내러티브형 기사를 볼까요? 읽는 재미도 있고 심층적이지만 그런 만큼 철저히 기자의 입장에서 사안을 바라볼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기자 자신이 아닌 인터뷰를 통해 의견을 사실처럼 전달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한 기사에 전 국민의 생각을 반영할 순 없습니다. 전문가라던 지 일반인 두세 명을 고를 수밖에 없는데, 기사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면 이들의 주관적인 생각을 마치 사실인 양 받아들이게 됩니다.
반대로 기자나 기고자의 주관적인 시선으로 쓴 칼럼도 ‘사실’에 기반을 두거나 이를 근거로 해서 씁니다. 전문 칼럼니스트들은 좀 더 독자들의 주의를 끌 수 있도록 다양하고 흥미로운 소스들을 많이 수집한다고 합니다. 즉 의견을 거르면 좋은 ‘사실’들을 많이 찾아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신문을 읽을 때는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부터 의견인지 유심히 살펴봐야 합니다.
겹쳐보기 – 논조가 다른 신문을 함께 읽자
“객관적인 보도는 애초에 불가능하다. 수만 가지 사건 중 신문에 실을 사건을 고르는 과정에서 이미 주관이 개입했다”는 말이 있습니다. 실제로 A신문에는 실린 사건이 B신문에는 실리지 않는가 하면, B신문에서 크게 다룬 사건을 A신문은 단신으로 처리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굉장히 큰 사안에 대해서도 신문사의 논조나 입장에 따라 다른 방향으로 다루기도 하죠.
그렇다면 어느 한 신문이 틀린 걸까요? 그보다는 모두 사실을 말하고 있으나, 그 사실들의 우선순위를 달리 했다는 표현이 옳을 듯싶습니다.
따라서 신문을 읽는다면 한 신문만 혹은 비슷한 논조를 가진 신문만 읽기보다 논조가 다른 신문을 함께 읽는 것이 좋습니다. 다소 보수적인 논조의 신문과 진보적인 논조를 가진 신문, 이런 식으로 짝 지워 주는 거죠.
취재 과정에서 기사에 실릴 이야기가 확실한 사실인지 알아보기 위해 여러 사람이, 혹은 여러 경로로 검토해보는 과정을 ‘크로스체킹’이라고 합니다. 비판적 사고를 기르기 위해선 독자 역시 크로스체킹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신문은 요약본 – 원본을 찾아보자
학창 시절, 독후감 숙제는 나왔는데 책은 보기 싫으니까 요약본을 찾아본 경험, 저만 가지고 있는 건 아니겠죠? 독후감 혹은 서평을 쓰다보면, 책 원본을 짧게 압축하는 과정에서 당연히 많은 내용을 누락하게 됩니다. 조금만 신경을 써서 읽으면 누가 책을 읽었고 누가 요약본을 기반으로 썼는지 금세 알 수 있죠.
신문도 마찬가지입니다. 취재, 인터뷰, 검색 등을 통해 엄청나게 많은 자료를 수집합니다. 그 중에서 필요한 부분만을 취합해 기사를 만듭니다. 짧은 기사 안에 담을 부분이니, 전체 자료에서 가장 중요하고 확실한 부분을 뽑았겠죠. 하지만 기사에 실리지 않은 수많은 자료들은 그냥 묻히고 맙니다.
다행히 우리는 누구나 인터넷을 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를 충분히 이용해야겠죠? 신문에 나온 다양한 자료는 대개 공개 자료입니다. 각종 정부부처의 발표, 통계자료는 해당 정부부처 홈페이지에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논문이나 연구자료 역시 국회도서관이나 연구논문 사이트를 검색해보면 금방 찾을 수 있더군요.
원본을 찾는 건 두 가지 의의가 있습니다. 먼저 신문에 실리지 않은 숨은 진실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신문에 실린 내용이 어떤 배경에 기반을 두어 도출된 결론인 지 알 수 있습니다. 신문에게 중요하게 실린 사실들보다 더 중요한 사실이 숨겨져 있는 경우도 있으니까, 가능하면 원본을 찾아보는 훈련을 꼭 해보시기 바랍니다.
나만의 노하우를 쌓아가자
서두에 말씀드렸지만, 제가 위에 말씀드린 방법들조차 저나 이 전에 비판적 신문읽기를 이미 해 오신 분들이 만들어낸 방법입니다. 즉 개인의 생각이 많이 개입되어 있습니다. 제가 의도적으로 잘못된 방법을 말씀드릴 수도 있다는 뜻이죠(물론 그러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자신에게 특화된 방법을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외국어에 강한 분들이라면, 한국 언론이 다룬 사건을 해외에서는 뭐라고 다루는 지, 혹은 같은 유형의 사건이라도 기사에 어떤 차이가 있는 지 알아보시면 좋겠네요. 애독가 독자라면, 기사에 언급한 내용이 원서에서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지 비교해보시는 것도 재미있을 듯싶습니다.
비판적으로 신문읽기는 분명 피곤한 과정입니다. 하지만 그 이점은 분명합니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주인공이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진실을 보기 위해 빨간약을 삼킨 장면, 기억하시죠? 비판적으로 신문읽기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을 바로 보기 위한 ‘빨간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어진 현실이 아닌 진짜 현실을 보기 위해서, 더 많은 분들이 ‘피곤하게 신문읽기’에 돌입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다독다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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