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에 꼭 한번 되새겨야 할 사건 3가지

2012. 6. 6. 10:12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현충일이요? 슬픈 날인 것 같은데 잘 모르겠어요” 지난해 현충일을 앞두고 나온 신문 기사의 한 인터뷰 내용입니다. 기사에 따르면 초등학생 대부분이 현충일이 무슨 날인지 몰랐다고 하네요.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이의 충성을 기념하는 날인 현충일, 요즈음의 어린 학생들에게는 쉬는 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되어버린 걸까요? 우리가 지금처럼 살 수 있는 것은 앞서 자신을 희생하셨던 많은 분들이 있었기 때문을 잊지 말아야 하는데 말이죠. 그래서 오늘은 현충일에 꼭 한번 되새겨야 할 사건 3가지를 통해 현충일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연평도 포격 당시 모습 <서울신문 2012. 12. 22>

 


포격 170여 발에 깨졌던 평화, 연평도 포격

 

지난 2010년 11월 23일, 한가로운 오후, 길에서 뭔가를 구경하느라 몰려 있던 사람들 무리가 갑자기 웅성대기 시작했습니다. 거의 동시에 울려대는 핸드폰 친구들이 보내는 문자였습니다. ‘연평도가 폭격 당했대!’

 

북한이 연평도에 쏜 170여 발의 포격에는 인명살상용으로 사용되는 방사포, 열압력탄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열압력탄은 공중에서 터지면서 작은 파편을 사방에 뿌리기 때문에 인명 피해가 큰 포탄인데요. 포격 직후 연평부대는 80여 발의 대응 사격을 실시하고 우리 국군은 서해 5도에 진돗개(국지적 도발이나 적 부대 및 요원의 침투, 무장탈영병 발생 시 발령되는 경계태세) 하나를 발령했습니다. 이 사건으로 대한민국 해병대원 2명(故 문광욱 일병, 故 서정우 하사)이 전사했습니다.



 ▲연평도 평화공원 내 전사자들 황동 부조상 <서울신문 2011. 11. 18>

 

 故 서정우 하사는 포격 당시 말년 휴가를 받아 인천행 여객선에 탑승하려다 포탄이 떨어지는 것을 목격하고 해병 부대로 자진 복귀하던 중 파편에 맞아 사망해 안타까움을 더했습니다. 그 외에도 해병대원 16명이 중경상을 입었으며, 민간인도 2명 사망, 중경상 3명에 이르는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인명 피해 뿐인가요. 무참히 깨져버린 대한민국의 평화 앞에 많은 사람들이 대한민국이 휴전 중인 분단국가임을 뼈저리게 느꼈던 사건이었습니다.

 

 軍, 서해5도 ‘진돗개 하나’ 발령… 경찰까지 동원 <서울신문 2010. 11. 23>

 

 


기습 어뢰공격에 산화된 천안함 승조원 46명

 

연평도 포격보다 몇 달 앞선 2010년 3월 26일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경계 임무를 수행하던 해군 제2함대사 소속 천안함이 북한 잠수정의 기습 어뢰공격으로 침몰하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당시 뉴스에서 어뢰에 맞아 갈갈이 찢어진 천안함의 모습을 보는 것은 충격이었는데요.

 

단단하고 유연한 곡선을 뽐내야 하는 군함의 처참한 모습은 많은 이들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들었습니다. 더구나 천안함과 함께 희생된 수 많은 목숨들...승조원 104명 중 58명을 구조했지만 46명의 승조원이 산화됐고, 구조 활동을 벌이던 해군 한주호 준위까지 전사했습니다. 구조가 진행 중인 현장에 울려퍼지던 전사자 가족들의 울음소리는 ‘그들이 우리를, 나를 지키려다 죽었다’는 사람들의 죄의식마저 자극했습니다. 서해를 지키다 명을 달리한 그들은 너무나 아깝고 안타까운 목숨들이었습니다.

 

해군 초계함, 백령도 인근서 침몰 <한겨레 2010. 06. 18>



▲위 : 침몰 뒤 인양된 천안함 <서울신문 2012. 11. 19>, 

아래 : '천안함 46용사 2주기 추모 특별 사진전' <서울신문 2012. 03. 21>

 



송악산 고지를 탈환하라! 육탄10용사

 

영화 ‘고지전’ 보셨나요? 고수와 신하균의 연기 대결에 이제훈이라는 새로운 배우가 빛을 발한 영화죠. 남과 북의 휴전협상이 난항을 거듭하는 1951년을 배경으로 영화 ‘고지전’은 남북 병사들의 생존을 건 전투를 집요하게 파고듭니다. 많은 사람들이 의식하고 있지 못하지만 불과 몇십년 전만 해도 한반도에서는 이런 치열한 전투가 연일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파주시 문산읍 통일공원의 '육탄10용사' 동상

 


 1949년 5월 3일의 일이었죠. 전략적 요충지인 송악산은 개성을 지키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될 곳이었죠. 마치 영화 고지전에 나오는 애록고지처럼요. 고지 탈환을 위한 아군의 희생자만 늘어나자 북한군의 기관총에 대응할 전략을 짰습니다. 바로, 육탄공격.  서부덕 상사를 선두로 김종해, 윤승원, 이희복, 박평서, 황금재, 양용순, 윤옥춘, 오제룡 하사 등 8명이 자원했습니다. 기관총 사격에 총상을 입으면서도 끝까지 목표지점까지 접근해 자폭한 이들 9명. 그리고 앞서 북한군의 토치카 파괴를 위해 홀로 수류탄 7개를 들고 돌진하다 전사한 박창근 하사를 합쳐 육탄10용사라 부르게 됐습니다. 이들의 희생으로 송악산 고지를 재탈환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요. 그리 머지 않은 옛날, 이렇게 나라를 끔찍이 생각하던 분들의 희생이 있었다니 기분이 묘하네요.


육탄10용사 제63주기 추도식 4일 파주 통일공원서 개최 <헤럴드경제 2012. 05. 03>

 

대한민국은 세계 15위권 안에 드는 경제 대국으로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탈바꿈한 유일무이한 나라입니다. 일제 식민지, 6. 25 전쟁, 분단... 대한민국이 걸어온 길은 결코 평탄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역경을 이겨내고 대한민국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분들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 아닐까요? 현충일, 막연하게 엄숙하고 슬픈 날로만 기억하지 말아주세요. 이번 현충일에는 연평도에서, 서해안 천안함에서, 6. 25 전쟁이 한창이던 개성 송악산에서 나라를 위해 기꺼이 목숨 바쳤던 분들을 기억하며 꽃 한송이를 준비하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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