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신문기사, 현직 기자를 감동시킨 기사는?

2012. 6. 7. 10:54다독다독, 다시보기/기획연재




지금까지 내가 본 신문기사, 방송 뉴스 가운데는 정말 훌륭한 기사들이 많았습니다. 기사 자체에서 감동과 인간미가 풍겨 나오는 뉴스, 읽는 데는 5분도 채 안되지만 이를 작성하기 위해 취재한 기자는 한 달 이상을 고생한 기사, 국민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누구도 감히 보도를 못했던 기사 등등... 이렇다 보니 어느 것 하나 콕 집어서 ‘내가 본 최고의 기사’라고 하기는 힘들지만 여기서는 지난 2007년에 봤던 한겨레신문의 기사를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한국을 감동시킨 일본인 며느리’라는 제목으로 실린 이 기사는 한겨레신문 김진철 기자가 작성한 것인데요. 

기사의 내용은 일본에서 시집온 미야자키 히사미 씨는 남편 이진기 씨가 뇌수막염으로 1급 장애인이 됐지만 헌신적으로 돌보는 내용이었어요. 또 히사미 씨는 일본에 있는 친정아버지를 한국으로 모셔와 돌아가시기 직전 까지 병수발을 했습니다.


▲기사 바로가기


미야자키씨는 농협효행상을 받아 다른 매체에서도 보도가 된 적이 있었어요. 하지만 제가 한겨레신문의 ‘한국을 감동시킨 일본인 며느리’ 기사를 최고의 기사로 뽑은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습니다. 


저는 우선 이 기사를 작성한 김진철 기자가 많은 발품을 팔았을 것이라는 것을 기사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기사에서 김진철 기자는 미야자키 씨를 서울의 농협에서 만났다고 했지만, 기자는 그녀의 스토리를 취재하기 위해 꽤 많은 전화와 노력을 했을 것입니다. 


기사는 독자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 노력한 기자의 흔적이 보였습니다. 특히 한겨레신문 같은  종이신문은 지면의 한계 때문에 기사를 길게 쓰고 싶어도 그렇게 할 수 없어요. 기사가 적으면 사진을 키워 지면을 채우지만, 기사가 많다면 이를 압축시켜 지면을 구성해야 하거든요. 


김진철 기자 역시 더 쓰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을 것이지만 지면의 제약으로 기자가 하고 싶었던 말을 압축시켰어야 했을 겁니다. 기사는 압축이 참 힘든데요. 기자 입장에서 짧은 기사를 늘리라고 하면 쉽게 할 수 있지만 긴 기사를 짧게 줄이려면 아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에요. 


미야자키 씨의 기사에는 그녀의 생활스토리와 인간적인 효심, 한 남편의 여자로서 삶 등 모든 소소한 내용을 모두 소화해 냈어요. 기사를 읽어 보면 왜 미야자키씨가 농협효행상을 받을 만 한지 금방 느낄 수 있죠. 


감동적인 휴먼스토리 기사는 다른 언론사에도 종종 실립니다. 매체의 지향은 달라도 휴먼스토리의 공통점은 보이는데요. 그것은 취재기자가 많은 발품을 팔고 독자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면면이 보인다는 것입니다.


기사와 뉴스에 사람냄새가 나는 것은 참 좋습니다. 미야자키 씨의 이야기처럼 감동적인 내용도 좋고, 그냥 동네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우리 이웃의 소소한 이야기도 상관없습니다. 한겨레신문에 실렸던 미야자키 씨 이야기 역시 사람냄새가 물씬 풍기는 기사에요. 독자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 노력했던 취재기자의 구슬땀이 지면에 밴 기사, 그래서 저는 이 기사는 내가 본 최고의 기사로 꼽고 싶습니다. 


©다독다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