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의 인생을 바꾸는 책 고르는 방법

2012. 6. 15. 10:27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다독다독> 가족 여러분, 님 웨일즈가 쓴 ‘아리랑’ 아시죠? 일제시대 독립운동을 했던 ‘김산’이란 분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유명한 소설이죠. 아리랑을 읽은 많은 사람들은 김산이 어린 나이에 조국의 독립을 위해 집을 나서는 장면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출처-yes24]


 "나는 겨우 열한 살 밖에 안 된 어린 나이에 집을 나와 혼자 힘으로 살아왔다. 주린 배  옆구리에 3개국 사전을 끌어안고 일본, 만주, 중국을 떠돌던 초라하나 열정적인 학생이었다"



열한 살, 지금의 초등학교 5학년 정도 됩니다. 그가 비폭력 3.1만세운동의 처참한 실패를 경험한 후 ‘국제미아가 된 조국을 원망하며, 울음소리가 함성으로 바뀔 때까지 돌아오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일본으로 떠났을 때 그는 열네 살, 중학교 2학년 나이였습니다.

그가 겨우 열 다섯에 무일푼으로 일본을 떠나 만주 하얼빈에 내려 민족주의 계열의 군사학교로 가기 위해 30일 간 700리를 걷는 대장정기는 어른인 저도 부끄러워 고개를 못 들 정도로 대견하고, 대담하며, 눈물겹습니다.

‘큰 바다에서 큰 고기 난다’고 했습니다. 고래는 태평양에서 살지 연못에서는 살지 않습니다. ‘청년이라면 고래 한 마리 가슴에 키우라’는 시인의 외침도 떠오릅니다. 큰 인물들은 반드시 이른 나이에 큰 뜻을 품고, 그 뜻을 이루기 위해 어떠한 고난에도 일로정진하는 것이 있다는 말을 하기 위해 ‘아리랑’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그렇습니다. 막연했던 초등학교와 달리 중·고등학교 시절은 자신의 미래를 구체적으로 설계하고, 준비하는 시기입니다. 캄캄한 터널을 들어가서 빛이 보이는 터널 끝으로 빠져나오기까지 6년의 시간이 누구에게나 주어지게 됩니다. 미래에 어떤 사람이 될지, 어떤 삶을 살게 될 것인지 하는 큰 줄기가 터널 안에서 결정됩니다.

터널은 어둡습니다. 부모님, 선생님께서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안내하지만 소리만 들릴 뿐입니다. 실제로 터널 벽과 바닥을 더듬으며 앞으로 걸어가야 할 사람은 자신입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목탁이자 등대불이 바로 ‘책’입니다.

이 시기에 읽을 책은 동화와 만화 수준을 벗어나야 합니다. 앞서 말했던 ‘아리랑’은 물론이고 백범 김구의 ‘백범일지’, 이순신 장군 일대기를 그린 김훈의 ‘칼의 노래’처럼 보다 구체적이고 생생한 역사적 인물과 만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나라의 훌륭한 인물부터 세계적 위인까지, 역사에서 문학/철학/예술/과학까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부터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까지, 과거부터 현재의 각 분야 위인들을 고루 만나야 합니다. 대개는 자신이 읽고 나면 어떤 느낌이 크게 오는 책과 자신의 꿈, 적성, 자질이 일치하는 경우가 높기 때문입니다.


▲백범 김구선생 61주기 추모식(위 오른쪽 사진/2010. 06. 26), 이순신 장군 탄신 467주년 다례식(아래 오른쪽 사진/2012. 04. 28)[출처-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yes24, 서울신문, yes24, 서울신문]



책을 통해 위대한 인물에게 구체적인 ‘미래’를 안내 받는 것과 함께 우주, 자연, 인생, 철학 등 내가 태어나, 사는 지구와 인류 사회에 대한 탐구도 중요합니다. 우주의 무한함과 지구의 소중함, 100년 정도 사는 인간 삶의 의미, 그 100년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가에 대한 정신적 사유(고뇌)는 성숙한 청년이 되기 위한 매우 의미 있는 노력입니다.

이런 준비를 위해 읽을 책들은 경쟁과 승리를 말하는 책보다 공존과 사랑을 말하는 책이 좋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동식물, 사람과 자연 사이에 사랑이 흐르는 책을 생각하면 됩니다. 가령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 같은 소설을 읽으면서 타인에 대한 사랑과 배려에 대한 마음을 다집니다. 이어령 선생님의 에세이를 읽으면 균형감을 가지고 세상을 보는 눈을 기르게 됩니다.

물론 한 두 가지 기준과 안내로 책을 고르고, 시간을 내서 책을 읽는다는 건 우리나라 현실에서 쉽지 않습니다. 학교 성적, 대학입시 공부도 바쁜 것이 우리의 중, 고등학생이기 때문입니다.


[출처-서울신문, 2005. 11. 24]



그래서 제가 제안하는 중고등학생의 가장 효과적인 독서방법은 교과서에 자주, 많이 등장하거나 인용되는 문학작품, 인물, 나라, 도시 등과 관련된 책을 골라 읽으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링컨-남북전쟁-노예해방’식의 단순히 암기만 하고 마는 학교(교과서)공부는 시험문제는 맞출지 몰라도 청년의 정신적 성숙에 필요한 지식 축적에는 아무 도움도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링컨전기’나 ‘미국 남북전쟁사’ 같은 책을 읽어 ‘남북전쟁의 배경-노예해방의 인류사적 의미-링컨의 역할-오늘의 역사에 미친 영향’을 함께 아는 속에서 ‘링컨-남북전쟁-노예해방’을 알게 되는 것은 ‘단순 암기’와 너무도 차이가 클 것입니다. 당연히 시험에 필요한 지식도 훨씬 오랫동안, 훨씬 많은 내용들이 기억됨은 물론입니다. 미래의 꿈을 설계하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도 보다 효과적으로 기울일 수 있게 됩니다. 

한마디로 중고등학생 시절 읽는 책은 자신의 미래를 함께 준비하는 ‘종합 과외 선생님’으로 생각하면 됩니다. 그만큼의 도움을 책은 반드시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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