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6. 28. 09:49ㆍ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여기도 스토리텔링, 저기도 스토리텔링. 몇 년 전부터 슬슬 흘러나오기 시작하더니, 어느 순간 우리 주변이 온통 ‘스토리텔링’으로 가득합니다. 대충 이야기를 사용해서 뭘 한다는 것 같은데…정확히 어떤 개념인지 모르니 “억지로 이야기를 만들어서 뭘 어쩌라는 거야?”라는 볼멘소리를 하기 십상이죠.
스토리텔링은 ‘story’ 와 ‘tell’ 과 ‘ing’의 합성어입니다. 이를 조합해보면 ‘상대방에게 알리고자 하는 바를 생생한 이야기로 전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죠. 옥스퍼드 영어대사전은 스토리텔링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활동’이라고 광범위하게 정의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어릴 때부터 듣고 자란 '옛날 옛적에~'로 시작하는 구전 동화가 바로 스토리텔링인거죠! 오늘은 알게 모르게 우리 주변에 존재했던 스토리텔링을 책, 게임 등 사례로 살펴볼게요~
책 '마시멜로 이야기'가 보여주는 스토리텔링의 힘
우리나라에서는 오랫동안 ‘이야기=동화=어린이용’이라는 공식이 적용되어 홀대받았지만, 서구에서는 스토리텔링 클럽이 있을 정도로 대중화되었습니다. 어려운 지식을 쉽게 전하는 방법으로 각광받았죠.
2000년대 초반 마시멜로 열풍을 불러일으킨 『마시멜로 이야기』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자기계발서는 예전부터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좀 달라요. 성공하는 삶을 위해 갖춰야할 덕목인 욕구, 목표, 노력, 끈기를 How-to 식으로 나열해 설명하지 않습니다. 성공한 대기업 회장이 운전기사 아서에게 눈 앞의 유혹에 굴하지 않고 잘 참고 노력해온 자신의 삶을 들려줄 뿐입니다. 회장의 이야기를 듣고 큰 깨달음을 얻은 운전기사 아서가 변화가는 과정을 보며 독자들도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노력, 끈기, 목표 같은 것들을 이야기 속에서 자연스레 깨닫게 되죠. '노력은 이런 거고 목표는 이렇게 잡아야합니다' 라고 설명해주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 속에 노력과 목표에 대한 팁을 녹여내는 도서 스토리텔링의 대표적인 사례『마시멜로 이야기』, 이 책의 성공 이후 스토리텔링 형식을 도입한 책이 우후죽순처럼 등장했으니 책에도 스토리텔링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아시겠죠?
[출처-인터넷 서점 알라딘]
그 외 스토리텔링 형식을 도입한 책
『다람쥐 주식회사 이야기』, 『배려 : 마음을 움직이는 힘』,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
게임 '블래이드 앤 소울'에 장서희가 있다?
스토리텔링은 과거보다 한층 진화했습니다. 이제는 전혀 관계없을 것 같은 분야에서도 스토리텔링이 사용됩니다. 게임에도 스토리텔링이 쓰입니다.
하루에도 수십 종이 새로 출시할 만큼 경쟁이 치열한 게임시장에서는 ‘세계관’이라고 표현하는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게임의 세계관은 유저가 이 게임을 왜 하는지 목표의식을 심어줄 뿐 아니라 게임 세계관에 맞춰 또 다른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바탕이 되죠. 게임 스토리텔링은 더 나아가 게임 속 캐릭터에까지 적용되고 있습니다. 순수 개발비로만 500억 원 가량을 쓴 대작 '블레이드 앤 소울'은 출시 3일 만에 디아블로를 제치고 국내 PC방 점유율 1위에 오른 게임이죠. 이 인기 비결은 단순히 화려한 그래픽이 아닙니다. 게임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에 그 캐릭터만의 이야기를 부여한 섬세한 스토리텔링 덕분입니다.
[출처-서울신문]
블래이드 앤 소울의 여자 주인공 남소유, 이 캐릭터는 원조 막장 드라마 '아내의 유혹'에 나왔던 '구은재'에 나왔던 역할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습니다. 적의 첩자로 남자를 유혹하는 남소유 캐릭터는 이름부터 허투로 짓지 않았어요. 첩자라는 역할에 맞춰 '남의 소유'라는 이름 뜻을 가지고 있답니다.
블래이드 앤 소울은 무술을 가르쳐준 사부가 악당들에게 살해되자 그 제자들이 무공을 쌓으며 사부의 복수를 한다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펼쳐집니다. 게임 속 사부 이름은 홍석근, 실제 게임의 기술 부문을 총괄했던 엔씨소프트 개발자 이름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홍석근 개발자 외에도 블래이드 앤 소울 캐릭어에는 엔씨소프트 직원의 실명이 나옵니다. 게임 캐릭터 하나하나에 개성을 부여하는 이런 스토리텔링이 유저가 게임에 몰두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거죠~
그 외 스토리텔링 형식을 도입한 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 '콜 오브 듀티 : 모던 워페어'
신문에도 스토리텔링이 있다!
신문은 어떨까요? 요즘 독자들은 스트레이트 기사를 잘 보지 않습니다. 딱딱하고 건조한 신문기사 대신 TV나 라디오, 혹은 블로그 같은 대안미디어에 눈길을 돌리죠. 독자들을 다시 끌어모으기 위해 기자들은 많은 실험을 했습니다. 그 결과 나온 것이 신문에서 구현하는 스토리텔링이라고 할 수 있는 ‘내러티브 기사’입니다.
내러티브 기사는 1960년대 미국 신문이 처음 선보였습니다. 기사의 결론을 중요한 내용순으로 적는 고정된 역피라미드식 6하원칙에서 탈피해 이야기로 풀어주는 형태죠. 독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1979년 퓰리처재단이 내러티브 기사만 대상으로 한 ‘퓰리처상 피처라이팅 부문’을 신설하여 내러티브 뉴스를 저널리즘의 한 장르로 인정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아래 기사를 보실까요?
2002년 12월, 미군 이슬람 목사는 병사들로 가득 찬 쿠바 관타나모 기지의 강당에 섰다. 그의 임무는 병사들에게 이슬람에 대해 강의하는 것이었다.
그 강의에 그보다 더 적합한 인물은 없었다. 웨스트포인트에서 교육을 받은 이 군종목사는 이전에도 수천 명의 군인들 앞에서 10여 차례 이상 같은 종류의 강의를 했었다. 그의 상관들은 그 강의를 수용소 캠프의 성공을 위해 큰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출처-시애틀 타임즈]
어떤가요? 신문기사라기보다 논픽션물 같습니다. 미군 내 이슬람 군종목사 문제라는 무거운 주제를 내러티브 기법으로 풀어내 호평받은 <시애틀 타임즈>의 ‘Suspicion in the ranks’ 시리즈(☞기사 보러가기) 도입부입니다.
워싱턴포스트 기자 시절 스토리텔링 기법을 도입한 보도물로 많은 상을 받았고, 현재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 저널리즘 스쿨에서 멀티미디어 내러티브를 강의하고 있는 스티븐 킹 교수는 “인간과 진실 사이의 최단거리는 스토리다”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지금까지 책, 게임, 신문의 대표적인 스토리텔링 사례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게임이나 책같이 스토리텔링이 당연시 되는 영역뿐 아니라 특별히 생각해보지 않았던 신문까지 스토리텔링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걸 알았네요. 신문기사에도 내러티브 기사라는 형식으로 스토리텔링이 저널리즘의 한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는 것도 잘 아셨죠? 우리 삶 뿐만 아니라 언론에서도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스토리텔링 기법들, 앞으로 유심히 지켜봐주세요^^
©다독다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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