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6. 22. 11:17ㆍ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알다시피 대한민국의 ‘영어사랑’은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된 영어공부는 중고등학교 학창시절을 지나고 대학에 진학하고 사회에 나가서까지도 우리의 발목을 붙들고 놓아줄 생각을 안 하지요. 요즘은 영어유치원, 영어로 배우는 태권도나 영어체험학습, 영어골프연수, 영어커피숍까지 성황이죠. 하여튼 대한민국이라는 땅에서 ‘영어’가 포함된 모든 메뉴는 사시사철 호황인 것 같네요.
영어는 언제부턴가 이 땅의 새로운 권력이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영어양극화 현상 역시 매우 심각한 수준이지요. 상황이 이렇다보니 현재 우리나라의 영어 사교육 시장은 몸집이 비대해져 연간 10조 원까지 불어났다고 합니다. 이는 전체 사교육비의 약 33%를 차지하는 수준이기도 하고요. 오늘날 한국인에게 있어서 영어는 언어와 소통 그 자체의 의미를 넘어 진로, 취업 등 개인의 사회적 지위마저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중고등학교 때는 땡, 하고 학교만 졸업하면 영어로 인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줄 알았어요. 하지만 웬걸, 영어는 대학에서도, 대학원에서도, 사회에 나와서도 그림자처럼 주변을 맴도는 것이 아니겠어요. 아, 지긋지긋한 녀석. 이러한 상황에서 몇 해 전 소설가 복거일 선생이 주장한 ‘영어공용화론’은 사회적으로 많은 논쟁을 불러 일으켰지요. 일단, 그의 주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세계화 시대에 필수적인 영어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어 좀 더 빨리 제도적으로 구축해 훈련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 한국어로 된 정보는 세계 지식·정보에 비해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질적으로도 차이가 난다. 영어권 국가의 국민들이 얻는 양질의 정보를 우리는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얻을 수 있다. 사람은 태어날 때 어떤 언어든지 습득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태어나는데 결정적 시기로 구분되는 11세 이전에 자연스럽게 언어를 구사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
언뜻 모든 게 옳은 주장 같지만 사실 이에 대한 비판여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가장 큰 반대의견은 민족적·문화적 정체성에 위기가 도래한다는 것이죠. 음, 어쨌든 영어공용화가 우리나라에서 추진될 가능성은 극히 적어 보이네요. 그러니 한마디로 ‘아 언젠간 나도 원어민(?)이 될 수 있겠다’라는 꿈은 깨시길!
이처럼 우리는 이미 영어의 중요성을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더 알다가는 머리가 터져버릴 정도로 잘 알고 있지요. 관건은 이토록 중요한 영어를 대체 어떻게 잘 구사하느냐 입니다. 어떤 방법으로, 얼마나 학습해야 영어의 말문이 트이느냐는 거죠.
토종 영어도사의 영어 정복기
사교육 시장의 영어강사 연봉이 10억을 훌쩍 넘는 나라도, 영어로 인해 연간 이토록 어마어마한 돈을 투자하는 나라도, 자녀를 영어권으로 유학 보내기 위해 ‘기러기 아빠’가 수두룩한 나라도 세계적으로 눈을 씻고 찾아보기가 힘들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보다 더 놀라운 사실이 있습니다. 바로 우리가 실질적으로 영어에 투자한 시간입니다.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대학까지 합치면 장장 10년 이상의 세월. 10년간 영어를 공부하는데도 우리는 왜 외국인 앞에서는 입이 얼어 버릴까요? 다리에 힘이 풀리고 자꾸만 눈을 피하게 되는 것일까요? 대체 왜?
영어를 잘하려면 아예 외국에서 태어났거나 적어도 3~4년 이상 유학을 다녀와야 한다고 철썩 같이 믿는 사람이 많을 것입니다. 물론 그렇다면 영어를 잘할 확률이 높겠죠. 그런데 중요한 건 그래야만 반드시 영어를 잘하는 건 아니라는 것입니다. 어떻게 그걸 확신 하냐고 묻는다면 이 사람을 소개하고 싶네요. 영어 강사 이보영. 우리에게는 FM 영어 프로그램 <모닝 스페셜>의 진행자로 친숙한 분이죠. 그녀는 흔한 어학연수 한 번 안 다녀왔지만 자타공인 대한민국 최고의 영어강사 중 한 명으로 성공했습니다. 누군가 할 수 있었다는 것은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의미 아닐까요?
그런 그녀가 자신만의 영어공부법을 고스란히 담은 책을 냈다는 기사를 신문에서 봤을 때 얼씨구나 무릎을 쳤습니다. <이보영의 영어공부 비밀노트>라는 책을 다 읽고 가장 놀라웠던 것은 우리나라에서 영어를 가장 잘 하기로 소문난 사람 중 하나인 그녀가 지금도 온종일 영어공부에 매진하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녀는 여전히 쓰고, 읽고, 새로운 표현들을 외우고, 따라 하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외국어 공부의 가장 큰 장애는 자만심이라는 말이 사실인 것 같아요. 흔히들 외국어 학습에는 왕도도 없고 마무리도 없다고들 표현하지요. 언어는 지속적으로 생겨나고 소멸되므로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고요. 더군다나 모국어도 아닌 이상 표현이 입에 붙을 때까지 반복적으로 학습해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 각설하고, 토종 영어도사 이보영의 영어 학습법을 간략히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하나, 생활 속으로 영어를 끌어들이기
책만 덮으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늘 영어를 가까이 할 수 있는 환경을 스스로 만들어야 합니다. 영어동화책을 읽거나 라디오도 영어로 된 방송을 청취하는 습관을 익혀나갑니다.
둘, 다각도로 영어를 익히기
문장을 크게 말하면서 동시에 받아 적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자신이 쓴 문장을 다시 눈으로 익히고 소리 내 읽음으로써 이미지와 소리 등을 통해 다각도로 문장을 기억할 수 있게 된다고 합니다.
셋, 다양한 방법을 이용해 지루함 없애기
책만 파는 공부가 지겹다면 팝송이나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도구를 갖고 영어를 공부하세요. 일단 공부에 흥미가 생겨야 의욕도 솟는 법이니까.
넷, 언제나 기본 원칙을 지키기
문법도, 발음도 기본 원칙을 지켜 공부해야합니다. 특히 중요한 것은 기초를 단단히 다지는 것! 실력은 계단식으로 상승하므로 조급함을 버리고 매일, 꾸준히 공부하는 것이 중요 합니다.
영어, 세상을 끌어당기는 말
영어, 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또 있습니다. 1981년부터 10년간 MBC에서 <민병철 생활영어>를 진행하며 ‘국민 영어선생님’으로 활약한 사람. 민병철 영어학원을 설립한 민병철 박사입니다. 그의 영어교육이 남다른 이유는 바로 남다른 철학을 담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에게 영어는 토익이나 토플 성적을 취득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내신이나 수능성적을 위한 것도 아니었고 취업이나 승진의 목적도 아니었지요. 그에게 영어는 바로 ‘꿈의 도구’였습니다. 나의 최종 목적지, 꿈에 한발 더 일찍 데려다 줄 수 있는 무기인 셈이죠. 그는 말합니다. 이 시대에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영어를 도구로 삼아 진정한 커뮤니케이터가 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서로의 문화를 인정하는 문화적 감수성과 열린 자세를 길러야 한다고. 오, 이쯤에서 민병철 박사님의 영어학습법이 대략 감이 잡히지 않으세요? 그는 영어를 문화와 함께 공부했습니다. 문화와 함께 익힌 영어는 ‘죽은 영어’가 아니었죠. 그들 식 사고방식의 그들 식 ‘진짜 영어’였던 셈입니다. 민병철 박사의 책 <세상을 끌어당기는 말 영어의 주인이 되라>에서 그가 목소리 높여 주장하는 공부법이 있습니다. 바로 반복학습입니다.
“내가 제시하는 영어 학습 방법을 네 글자로 줄일 수 있다. 바로 ‘반복 훈련’이다. 이렇게 쉬운 반복 학습을 왜 우리는 하지 못하는 것일까? 지겹기 때문이다. 결국 영어 학습에서 승리하는 전략이란 반복의 지루함을 이겨내는 시스템을 찾아내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반복을 지루하지 않게 만들 지혜가 필요하다.
내가 역시 학교 다닐 때 단어 암기에 열을 올렸다. 단어장을 즐겨 썼지만 특이했던 점은 단어 대신에 그 단어가 활용된 문장을 통째로 적었다. 하지만 다른 친구들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면 어떤 문장을 외우더라도 항상 중얼중얼 소리를 내어 외웠다는 점이다. 깨알 같은 글씨로 영어 문장을 빽빽이 쓴 수첩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복도나 운동장, 길거리나 화장실에서 중얼중얼거리며 외우면서 ‘내 것으로’ 만들려고 애썼다. 입을 움직이고 소리를 내어 외우자 표현을 암기하는 것 말고도 발음 연습의 효과를 가져왔다. 그리고 그렇게 외운 표현들은 외국인 친구인 그렉과 대화하면서 올바른 영어로 익힐 수 있었다. 그래서 그 표현을 사용할 기회가 되면 즉시 입에서 튀어나올 수 있었고 심리적으로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무작정 반복하라는 말은 어쩌면 영어 학습을 포기하라는 말과 같을지도 모른다. 반복 학습의 핵심은 학습 횟수가 아니다. 반복 학습의 핵심은 똑같은 콘텐츠 속에 감춰진 풍부하고 다양한 내용을 학습 방법에 변화를 주면서 모조리 흡수하는 것이다.“
민병철 박사는 “영어는 절대로 어렵지 않다”고 거듭 주장합니다. 단지 소통의 도구일 뿐인데 영어가 어려웠다면 결코 세계 공용어가 되지 못했을 것이라는 거죠. 정말 일리 있는 말입니다. 반복학습은 비단 민병철 뿐만 아니라 국내외 공부고수들, 뇌 연구가들, 교육가들이 한 마음 한뜻으로 입을 모아 하는 얘기니 충분히 새겨들을 가치가 있는 것 같습니다.
영어라면 자다가도 눈이 떠질 만큼 지긋지긋하다면 이제부터라도 속는 셈치고 대한민국 최고 영어고수들의 학습법을 모방해보면 어떨까요? 피할 수 없다면 즐겨야 옳죠. 그리고 즐길 수 없다면 즐기는 방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영어라는 것이 삶의 목표나 목적이 될 순 없지만 삶의 목표나 목적을 이루어줄 멋진 도구임은 분명합니다. 영어는 여러분의 인생 지도를 놀라울 만큼 크게 넓혀 줄 것입니다. 더 넓고 더 큰 세상의 무대에 여러분을 우뚝 세워줄 것입니다.
©다독다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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