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작가다! 내 이름으로 책 내는 방법

2012. 7. 13. 11:48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경기도 파주시 출판단지의 어느 유명한 출판사 정문에 쓰인 글입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의 저서를 갖는 것, 즉 자신의 이름으로 책을 내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책 한 권 출판한다는 것이 절대로 쉬운 일은 아니죠. 그러나 책을 내는 것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입니다. 마음만 먹으면 못할 일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책을 내기가 어렵다고 미리 단정하게 되는 것은 잘못된 선입견 때문입니다. 책이라는 것은 공부를 아주 많이 한 박사, 대학교수들이 전공 학문에 대한 책을 쓰는 것, 문학수련을 오래한 문학도가 시집, 소설 등 창작집을 내는 것이라는 선입견이죠.


그러나 서점에 들러 출판된 책과 그 저자들을 보면 교과서나 대학 교재, 소설책은 수많은 책들 중에 아주 일부에 지나지 않다는 것을 금방 알게 됩니다.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직업 수행과 관련된 내용을 쓴 책, 공부를 잘했던 사람의 ‘공부하는 법’을 기록한 책, 유명한 사람이 오랫동안 써 온 일기나 편지를 모은 책 등 일일이 열거하지 못할 정도로 책들은 다양합니다.


그런데 그토록 다양한 책들도 크게 나눠보면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아주 오랫동안 내용을 하나하나 쓰다 보니 한 권의 책이 될 만큼 내용이 모아진 책, 다른 한 쪽은 짧은 기간(물론 이 짧은 기간이라는 것은 책의 내용이 무엇이냐에 따라 한 달, 1년, 5년 등 기준이 달라집니다)에 집중적으로 어떤 내용을 모은 책입니다. 일기모음집이나 농사짓는 법에 대한 책이 전자라면, 문학가의 단편소설, 기업경영서 등은 후자인 경우가 많습니다.



결론적으로 대학교수나 문학가, 신문사 기자가 아닌 사람이 책을 내는 것은 대부분 전자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주 오랫동안 어떤 것에 대해 차곡차곡 사진을 찍고, 글을 기록하다 보면 그것이 한 권의 책이 되는 것이죠. 물론 책을 출판하는 것은 돈이 들어가는 일입니다. 그러므로 그 책이 출판되기까지 비용만큼은 책이 팔려야, 출판사도 책을 내주겠죠. 무슨 말이냐 하면 책이 출판돼 서점에 깔리면 사람들이 어느 정도 그 책을 살 정도는 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책 내용이 ‘알차다, 재미있다, 의미가 크다’ 등의 이유로 돈을 내고 살 만큼의 가치를 가져야 합니다. 출판사에서는 대개 출판 비용을 모두 뽑는 손익분기점을, 물론 책의 내용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대략적으로 2천 권 내외에서 결정합니다. 바로 그 손익분기점 때문에 ‘저서’를 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여기 고등학생으로 최근에 자신의 책을 당당하게 출판한 사례를 소개합니다. 파주의 대안학교 11학년에 재학 중인 김어진 군은 정상 학제로 치면 고등학교 2학년 학생 나이입니다. 4학년 겨울방학 때 파주 장단반도에서 열린 철새탐조프로그램에 참가, 독수리의 황홀한 비행에 반하면서 새를 좇기 시작했으니 벌써 7년째입니다.



[출처-yes 24]




당연히 운전면허도 차도 없습니다. 비가 오면 오는 대로, 눈이 오면 오는 대로, 추우면 추운 대로 카메라를 메고 집을 나서서 하염없이 걷고, 하염없이 기다렸습니다. 더구나 부엉이는 야행성이라서 꼭두새벽과 한밤중에도 나갔습니다. 이렇게 관찰한 내용을 사진과 함께 꼬박꼬박 기록해 나갔습니다. 그렇게 모인 관찰일지를 다듬으니 책 한 권 분량이 됐고, 장수하늘소라는 출판사에서 어린 학생이 쓴 관찰일지 치고는 내용이 보통이 아니라고 판단, ‘도시 소년이 사랑한 우리 새 이야기’라는 책으로 출판, 서점을 통해 판매되고 있습니다.


[최보기의 거금도연가]는 제가 쓴 책입니다. 이 책의 내용들은 제가 태어났던 남해안의 거금도라는 섬에서의 어린 시절의 추억들과 성장하면서 도시로 나와 살면서 겪었던 여러 이야기들을 모은 책입니다. 물론 하루아침에 이 책의 원고를 쓴 것이 아닙니다. 제 고향 사람들이 모이는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에 4년 동안 올렸던 글들을 모은 것이죠. 물론 저는 나중에 책으로 엮어도 되겠다는 생각에 글을 올릴 때부터 아무렇게 쓰지 않고, 신경을 써서 제대로 쓰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출처-(왼쪽)yes 24]




많은 책들이 사실 이런 식으로 원고가 만들어 집니다. 어느 기자가 자신의 이름으로 여기 저기 매체에 썼던 컬럼이나 기고들, 어떤 아저씨가 개인적으로 자신의 고향 역사에 관심이 많아 이렇게 저렇게 수집해 놓은 고향의 역사, 요리에 심취한 어떤 엄마가 사진과 글로 하나하나 오랜 기간에 걸쳐 정리한 요리법 등 어떤 특정한 주제를 정해 오랫동안 자료를 모으고, 글을 쓰면 그것이 바로 한 권의 책으로 엮어질 수 있습니다.


물론 아주 상식적인 내용이지만, 그렇게 모아진 원고가 손익분기점이 넘을 만큼 판매가 될 거라고 출판사가 결정하면 자기 돈 없어도 출판이 가능합니다. 그럴 경우 저자는 출판사 판매액의 일정부분을 ‘인세’라는 명목으로 받게 됩니다. 물론 그렇게 상업적으로 출판하겠다는 출판사가 없을 경우 ‘자비 출판’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출판사의 출판비용을 자신이 지급하는 조건으로 일정 수량의 책을 만들어 서점을 통해 일반 독자들에게 판매하면서 동시에 주위의 가까운 사람들에게 자신이 직접 판매하거나 기념으로 나누어 주는 사람들도 없는 것은 아닙니다. 


글을 쓰는 일은 어려운 일이 맞습니다. 내 이름으로 된 책이 세상에 나왔다는 건 그래서 대단한 일이죠. 글 쓰는 일은 즐겁지만 창작의 고통은 때론 너무나 크니까요. 책을 낼 정도의 글을 차곡 차곡 쌓아왔다는건 정말 칭찬 받을 만한 일입니다. 그렇지만 '책을 낸다'는 자체에 너무 겁을 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기간을 길게든 짧게든 잡고 좋은 글을 써 두면 출판의 길은 다양합니다. 여러분도 오늘부터 조금씩 내 일상, 내 관심사에 대한 글을 정성들여 써보면 어떨까요? 그것이 '나도 작가'가 되는 첫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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