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7. 17. 09:57ㆍ다독다독, 다시보기/미디어 리터러시
몇 년 전 동네 사람들이 타 지역 쓰레기를 우리 소각장에서 처리하는 것에 반대하며 촛불 시위를 한 적이 있다. 우리 엄마를 비롯한 대부분의 주민들이 여기에 참가하였다. 당시 초등학생이던 나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사람들이 촛불을 들고 다니는 것이 신기하여 그냥 따라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그 이유가 궁금해졌다.
“엄마, 촛불 시위는 왜 하는 거예요?” 엄마는 간단하게 설명해 주시면서 “여기 신문에도 났는데 한 번 읽어 볼래?”라고 하셨다. 우리 동네 일이 기사화되었다는 말에 호기심이 생겨 처음으로 신문을 읽어 보았다. 하지만 글씨도 작고 용어도 어려워서 계속 읽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나는 중학생이 되었고, 여전히 신문을 읽지 않았다. 신문을 읽어 보라고 권하는 엄마에겐 뉴스를 봐도 되지 않느냐며 짜증을 부리곤 했다. 그렇게 신문 읽기를 싫어하던 내가 다시 신문을 접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 학교에서 NIE 수업을 할 때였다. 선생님께서는 집단과 개인의 이익이 충돌하게 된 사건을 신문에서 찾아오라는 과제를 내주셨다. 집에 와서 검색해 보니 우리 지역에서 일어났던 촛불 시위가 눈에 띄었다. 그리고 그와 비슷한 사례가 아직도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출처-서울신문]
자기 지역의 이익만을 앞세우는 이기주의적 모습이 그 속에 있었다. 환경과 예산 차원에서 새로 짓는 것보다 기존 시설을 이용하는 것이 나아 보였다. 다른 나라 사례를 다룬 기획 기사를 보면서 무조건 반대보다는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촛불을 들고 돌아다녔던 나를 생각하니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이 일을 통해 신문이 우리가 정신적으로 더 성숙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조금씩 신문을 읽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읽는 것이 지겨웠고 대부분의 기사가 나와 관계가 없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변하기 시작했다.
먼저 사회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내가 직접 겪지 않아도 결국 그런 일들이 내 삶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간이 좀 더 지나자 문제들을 깊이 생각해 보고 내가 미처 생각지 못한 면도 볼 수 있게 되었다. 다른 사람과 나의 의견을 비교해 보고, 해결 방안을 찾아보고,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해 보게 된 것이다. 예를 들어 학교폭력에 관한 기사가 처음엔 별로 와 닿지 않았지만, 이젠 학교폭력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당하는 사람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알게 되었다.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해결 방안은 없을까’를 생각해 본다.
이렇듯 신문을 읽으면서 나의 관점, 생각, 행동 등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신문을 읽고 사회 문제들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다면 우리 사회는 더욱 발전할 수 있고, 정치적으로 참여하는 사람들의 수도 많아질 것이다. 신문을 읽음으로써 자신에게 일어나는 작은 변화가 사회의 변화로 나아가게 되는 것이다. 신문을 읽는 사람들의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요즘 어디서든 신문을 들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 글은 한국언론진흥재단 <2012년 신문논술대회 수상작> 중 고등부 은상 오연주 님의 '엄마의 촛불 시위'를 옮겨온 것입니다.
©다독다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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