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교수의 신문읽기 비법, ‘15분 타이핑’

2012. 7. 23. 09:48다독다독, 다시보기/미디어 리터러시




아침 7시부터 7시 15분까지 딱 15분. OO일보 사설 한 꼭지를 타이핑했다. 키워드가 몇 개 찍힌다. 문장은 짧고도 명확하다. 몇 문장 반복하면서 한 문단이 끝난다. 다시 다음 단락을 넘어 새 주제문이 읽힌다. 또 몇 단어가 찍힌다. 몇 문장이 끝나고 또 다른 단락을 넘고 있다. 이러기를 몇 번 하더니 내 마음속에서 깊은 논쟁이 일기 시작한다. 내 소중한 하루의 시작이다. 






이 작은 시작을 양보하지 않은 지 어언 몇 년이 된다. 예전에 눈으로 읽을 때하고는 많은 차이가 있다. 마치 성악가가 발성 연습하는 것처럼, 운동선수가 몸을 푸는 것처럼 몸 풀기는 연습이 되고, 연습은 습관이 되고, 결국 착착 붙는 습관으로 구태의 패러다임이 변하게 된다. 무엇인가를 바꿀 수 있는 힘이 된다.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꺼지지 않는 불꽃처럼.


오늘은 왠지 소리 내서 읽고 싶었다. 그 옛날 선비가 “대학지도(大學之道)는 재명명덕(在明明德)하며”, “학이시습지이 불역열호(學而時習之而 不亦說乎)아” 하는 것처럼 나는 신문을 읽고 싶었다. 아니 소리 내서 낭독하고 싶었다. 마치 아나운서처럼 서술어를 공손히 하면서 낭랑하게 읽고 또 읽었다. 머리가 맑아진다. 논설위원의 근심이 내 마음에 읽혀지기도 하고, 못난 사회를 향한 공분에 사자후를 토해 내기도 했다.


그러기를 꼬박 3주, 21일을 하니 욕심이 생겼다. 100일을 도전하고 싶었다. 신문 사설 타자 연습, 신문 사설 낭독 훈련. 계속하다 보니 사설의 구성 요소도 보이고, 논조도 읽힌다. 제목도 간섭하게 된다. 왠지 혼자하고 싶지 않다. 중학교 1학년 아들을 불렀다. 한자 몇 자 섞인 걸 보고 지레 겁을 낸다. 타이른다. 그런대로 재미있다고….


신문활용 교육, 즉 NIE(Newspaper in Education)를 생각한다. 스크랩을 하고, 논조를 분석하고, 학급 신문이나 가족 신문을 만들고…. 이것이 나쁠 리 만무하다. 그러나 요즘 우리 아이들의 마음은 재주 부리는 원숭이 같고 뛰는 말과 같아서 신문이 제대로 읽힐 리 없다. 안 읽는다고 타박하기 더욱 어렵다. 그때 타자를 치게 해 보자. 사설 한 꼭지, 15분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유혹하면서….


가랑비에 옷깃 젖는다고 했던가? 아침 시작과 더불어 아무렇지도 않게 시작한 신문 사설 타이핑 15분은 키워드의 의미, 문장의 구조, 단락의 구성, 논증의 방식에 눈을 뜨게 해 준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해 몸에 착착 붙게 해 준다. 그러면서 새로운 소식을 자연스럽게 찾게 해 준다. 이제 스트레이트 기사도 찾는다. 어떤 사건의 시간적, 공간적, 인간적 맥락을 찾게 된다.


하루에 15분씩 100일 정도 하고, 그 타이핑한 글을 출력하라. 그리고 학교 앞 복사집에 가서 책으로 묶어라. 그 책에는 모든 것이 다 들어 있다. 면접시험에서 어려운 질문에 대한 대답, 대학 입시에서 입학사정관에게 설명할 모든 것이 다 들어 있다. 신문 읽기는 몸에 착착 붙어야지 재미도 있고, 성과도 있다. 어려운 논쟁은 후에 자연스럽게 하라.




이 글은 한국언론진흥재단 <2012년 신문논술대회 수상작> 중 학부모부 은상 김정권 광운대 교수님의 '신문 타이핑의 힘, 온리 원(Olny One)의 길'을 옮겨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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