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나면 까먹는 일회성 정보의 시대, 올바른 해법은?

2011. 5. 23. 09:22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한 청년이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다. 차에 네비게이션은 물론, 지도조차도 없는 그는 이정표에 의지하여 목적지를 찾아가기로 한다. 청년이 첫 번째로 간 길은 8차선 고속도로이다. 그는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기 위해 이 길을 택했다. 하지만 이게 웬걸, 8차선 넓은 도로에서 그는 어느 차선을 타야 할지 갈피를 못 잡는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고속도로에서의 속도는 그가 이정표를 보기에 너무 빨랐다. 그가 뒤늦게 이정표를 봤을 때는 가야 할 길을 이미 지나쳐 있었다.

그가 두 번째로 간 길은 일방통행길이다. 그는 일방통행 길이 빠르며, 편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기서도 문제는 계속되었다. 일방통행길이 그에게 준 선택지는 전진, 단 하나뿐이었다. 뒤늦게 다른 길을 보았지만, 되돌아가지 못하고 오로지 앞으로만 가야 했다.




그가 세 번째로 간 길은 어느 한적한 시골길이다. 이 길은 속도는 느리고 울퉁불퉁해 불편해보였다. 하지만 오랜 시간 사람들과 함께 해 온 이 길은 사람들이 필요한 길로 연결되어 있었다. 그가 갈 길을 지나쳤을 때도 너그러운 이 시골길은 그가 다시 돌아가 그 길로 갈 수 있게 해주었다. 그는 시골길에 편안함과 친근감을 느끼며 쉽게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었다.

청년이 목적지에 도달할 때까지 가장 도움이 됐던 길은 어떤 것이었을까?

오늘날 대표적인 세 가지 매체로 알려진 인터넷, TV, 그리고 신문은 청년이 지나간 길과 많이 닮아있다. 우선, 8차선 고속도로는 인터넷과 비슷하다. 인터넷은 빠른 속도와 방대한 양 덕분에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매체이다. 하지만 인터넷이 가지는 정보의 양은 너무 많아 청년이 차선 선택을 하는 데, 사람들이 정보 선택을 하는 데 오히려 혼란을 줄 수 있다. 또한 너무 빠른 변화 속도 때문에 청년이 목적지를 찾는 것을, 사람들이 필요한 정보를 찾는 것을 방해할 수 있다.




일방통행 길은 TV와 비슷하다. TV는 간편하고 빠르다. 하지만, TV는 정보를 일방적으로 전달하여 사람들이 길을, 아니 정보를 선택하여 보지 못하게 하는 문제점을 가진다. 또한, 청년이 되돌아가지 못한 것처럼 지나간 정보를 다시 보지 못하게 하는 문제점도 안고 있다.

마지막으로 시골길은 신문과 닮아 있다. 신문은 앞의 두 매체에 비해 속도가 느리고, 독자에게 많은 노력을 요한다. 하지만 시골길처럼 가장 많은 시간을 우리와 함께 해 온 신문은 우리에게 무작정 많은 양의 정보가 아닌 진짜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또 신문은 TV처럼 정보의 전달이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우리가 다시 보고 필요한 경우 저장할 수 있도록 한다.

이제 앞의 물음에 답해보자. 청년이 목적지에 도달할 때까지 가장 도움이 됐던 길은 어떤 것이었을까? 아니 질문을 조금 달리해보자. 목적 달성을 위한 정보 획득에 가장 도움이 되는 매체는 무엇일까? 단순히 속도와 양으로 승부하는 인터넷일까, 일회성의 일방적 정보를 제공하는 TV일까, 아니면 단순히 속도는 가장 느릴지 몰라도 정말 필요한 정보 획득에는 가장 빠른 길, 신문일까?

ⓒ다독다독

이 글은 한국언론진흥재단 <2011년 신문논술대회 수상작 모음집>중 대상 수상작 오동현(대일고 3학년) 님의 ‘가장 느리지만 가장 빠른 길’을 옮겨온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