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뉴스 대신 종이 신문 속에서 균형 찾는 방법은?

2011. 5. 20. 09:45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안타깝게도 21세기 젊은이들에게 신문과 같은 정적인 종이 매체들은 더 이상 정보의 보고가 아닌 듯 보입니다. 모든 정보가 ‘검색엔진’으로 통하는 세상이 되면서 파편적인 문화만 넘쳐난 인터넷의 기능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2007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도리스 레싱(Doris Lessing)은 수상 기념 연설에서 ‘인터넷의 어리석음’에 대해 우려해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그녀는 2007년 12월 7일 대변인을 통해 발표한 연설문에서 “오늘날 선진국 젊은이들은 TV와 인터넷에 빠져 책에 흥미를 잃고 있다”며 “모든 세대를 어리석음으로 유혹하고 있는 인터넷 때문에 우리의 정신이 어떻게 바뀔지 걱정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녀는 “웹은 불과 몇 십 년 전만 해도 확신을 가졌던 사실들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파편화 된 문화를 만드는데 일조했다”며 “수년 동안 교육을 받은 젊은이들이 세상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일이 일상화되어 버렸다”고 비판했습니다. 레싱은 특히 “개발도상국에서는 케냐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이르기까지 책에 목말라하는 놀라운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한 뒤,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의 폭정에도 불구하고 교사들이 책을 구하려 애쓰고 있는 짐바브웨 현실을 소개했습니다.

2008년 중순부터 레싱의 의견에 공감을 표시하는 글이 쏟아졌습니다. 2004년 ‘IT는 중요하지 않다(IT Doesn’t Matter)’라는 글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인기 칼럼니스트 니콜라스 카(Nicholas Carr)는 2008년 7월 격월간 문예지 애틀랜틱(The Atlantic) 최신호에 ‘구글은 우리를 어리석게 만드는가’라는 글을 기고했습니다. 평론가 브라이언 애플야드(Bryan Appleyard) 역시 2008년 7월 20일 영국 선데이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레싱의 한 소절 형태를 빌려 “어리석도다. 왜 구글 세대들은 생각만큼 똑똑하질 않는가?”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니콜라스 카는 자신의 글에서 “한 때 단어의 바다를 누비는 스쿠버 다이버였는데 이제는 제트 스키를 탄 사람처럼 바다 표면에서만 빠르게 움직일 뿐”이라며 “이렇게 만든 주범은 인터넷”이라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그는 특히 “검색엔진, 유튜브, 블로그, 페이스북은 인간이 집중하고 사색할 수 있는 능력을 조금씩 무너뜨리는 것 같다”며 “인간의 정신적 습관을 인터넷이 바꾸면서 더 이상 ‘전쟁과 평화(장문의 사색이 담긴 고전을 대표하는 책)’를 읽을 수가 없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카는 ▲책을 통한 독서인 심독(深讀)과 ▲인터넷을 통해 피상적인 정보를 얻는 웹독(Web讀)으로 나눈 뒤, 전자를 통해 우리는 ‘풍부한 정신적 교류’를 하지만 후자는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사고행위를 통해 연상•단정•유추하면서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길러야 하는데, 인터넷 또는 검색엔진에서 정보를 즉각적으로 접하게 되면 사람들은 사고의 깊이가 없이 옆으로만 넓게 퍼지는 ‘팬케이크형 인간’이 될 뿐이라는 것이지요. 즉 클릭 한번이면 방대한 정보망과 연결될 수 있지만 사유(思惟)하는 인간은 존재할 수 없게 된다는 뜻입니다. 내가 ‘알고 있는’ 지식과 기기에 의존해 ‘찾을 수 있는’ 지식은 사고 과정 자체가 다른 것입니다. 그는 2010년 발표한 저서 ‘더 샬로우’(The Shallows, 한글 번역본 제목은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서도 “우리의 뇌는 인터넷과 하이퍼텍스트로 엮인 지식 네트워크 속에서 끊임없이 도움을 받으면서도, 아이러니하게도 인터넷에 이끌려 혹사당하고, 산만해지고, 인지 능력도 떨어지게 된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애플야드 또한 자신의 글에서 “디지털 문명이 인간의 집중력을 떨어뜨리며 사람들을 파괴하고 있다. 나도 여러분도 모두를 죽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예컨대 그는 웨이크필드로 가는 기차에서 3세대 신형 아이폰에 올라오는 뉴스 때문에 자유로운 사고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전화, 문자, e메일이 쏟아졌고, 아이폰으로 접속한 웹사이트를 통해 받은 400여 개의 뉴스정보에서 허우적댈 수 밖에 없었다는 설명입니다. 그는 “집중력은 인간 의식의 미스터리를 푸는 황금 열쇠인데 집중력의 반대 의미인 ‘산만’은 자연스럽지 못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텔레비전이 사람들의 마음을 황폐하게 만들지만, 인터넷은 그런 효과가 천 배나 높다”며 “수업을 마친 10대들은 집에 돌아오자마자 마이스페이스에서 채팅을 하면서 시간을 낭비하고 있으며, 이들 모두 누더기 같은 의미 없는 커넥션을 만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애플야드는 우리 삶이 인터넷으로 수월해졌지만 결국에는 ‘미발달 상태의 사이버족’으로 남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온라인 미디어플랫폼이 확산되면 사람들은 수많은 정보를 ‘대충 훑어버리는 습관(브라우징)’으로 인해 얄팍한 인간을 만들 것이라는 점이 가장 우려할 만한 부분입니다. 약학의 컴퓨터 활용에 대한 블로그를 운영하는 브루스 프리드먼(Bruce Friedman)은 “나는 지금 웹으로든, 인쇄물로든, 긴 글을 읽는 습관을 완전히 잃어버린 것 같다”며 “심지어 3, 4 단락이 넘어가는 긴 블로그 글조차 견뎌내기 힘들어 넘어가 버리곤 한다”고 털어놨습니다.

일부 젊은 세대들에게서 나타나는 사례일 뿐이라구요? 이러한 조사를 체계적으로 진행한 곳도 있습니다. 런던대 연구팀은 최근 인터넷 사용자들의 인터넷 정보 습득 습관에 대해 조사했습니다. 논문, 학술서적 등 전자 형태로 저장된 정보 등을 제공하는 브리티시 라이브러리와 UK 교육컨소시엄 두 곳의 로그를 분석한 결과 사람들이 정보를 열람할 때 ‘건너뛰기 행동’을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용자들은 하나의 소스에서 다른 소스로 계속 넘어가며 검색을 계속했고, 논문이나 전자책을 1~2페이지 이상 넘기는 경우도 거의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연구팀은 전통적인 책읽기 방식과 달리 제목이나 콘텐츠 요약 등을 쉽게 훑어보는 행위들을 ‘파워 브라우즈(power browse)’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블로거 여러분들께서는 지금 온라인 뉴스나 정보를 읽을 때 너무 많은 정보를 참지 못한 나머지 언제부터인가 파워 브라우즈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지요.
익명을 요구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한 교수도 저에게 이런 말을 하며 고민을 털어놓은 적이 있습니다. 과거에는 정보가 만성적으로 부족해 어려움을 느꼈지만, 이제는 정보가 너무 많아 오히려 정보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심정을 잘 묘사한 것입니다.

“RSS로 수많은 웹사이트의 글을 구독하다 보니 정작 줄을 쳐 가면서 정독해야 하는 중요 원고와 스쳐가며 읽어도 될 가벼운 콘텐츠를 구별하지 못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순간인가 학술 자료마저 블로그 글 읽듯 건너뛰면서 읽게 되는 제 자신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분명히 인터넷으로 글을 읽는다는 것은 고도의 집중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모든 온라인 글 읽기가 이러한 문제점이 있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습니다. 이견은 있지만 ‘인터넷 검색’이 정보 접근의 민주화에 첨병 역할을 한 것은 사실입니다. 과거에는 일부 소수의 사람만 정보를 얻을 수 있었고, 자신의 이익을 편하게 추구할 수 있었습니다. 불과 10~20년 전만 하더라도 거대 언론기관이나 정부 권력기관은 자신들이 확보한 정보를 바탕으로 자의적으로 왜곡하거나 이익을 위해 은폐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누구든지 인터넷으로 정확하고 실감나는 현장 정보를 빠르게 얻습니다. 독점적으로 누리던 정보취득, 가공, 배포의 권력이 사라진 것입니다. 기득권 세력에게는 치명적인 독이 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입니다. 이 뿐만 아니라 정보 접근 기회나 정보 접근 수단 자체가 평등하지 못한 사람들 -예컨대 장애인, 성적소수자, 정치•사회적 약자 등 - 에게는 인터넷 정보가 자결권을 확보할 수 있는 주요 수단입니다.

정보의 독점 시대가 사라졌다는 것은 역사적으로도 그 어떤 변화만큼이나 찬양할 일입니다. 그러나 새 디지털 문명이 사색(思索)하는 습관을 확대하기 보다는 소비형 지식파편을 만연케 하는 구조로 이끈 것도 사실입니다. 동시에 온라인 뉴스 홍수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은 시대의 흐름이지 부인하거나 거부해서는 해결점을 찾기도 어렵습니다. 따라서 0과 1의 흑백논리만 존재하는 디지털 뉴스 공간에서 사색할 수 있는 회색지대를 찾는 것은 현대인들에게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닙니다. 잘 써진 기사 한 꼭지를 여유를 가지고 읽을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온라인에서 뉴스를 읽으면서, 한 번쯤은 잘 매만져진 종이 신문을 들춰 보는 수고(http://www.dadoc.or.kr/18)를 해야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비판적 사고의 확장과정인 뉴스읽기를 언제까지 디지털에 아웃소싱 할 순 없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지금도 포털 뉴스에는 “길어서 3줄로 요약좀” “스크롤 압박”이라는 댓글이 달리고 있습니다.



참고할 만한 관련 도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 인터넷이 우리의 뇌 구조를 바꾸고 있다/ 니콜라스 카 저/ 최지향 역 | 청림출판 | 원서 : The Shallows (2010)

ⓒ다독다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