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5. 24. 13:25ㆍ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사례 1
영국 왕실과 사돈을 맺은 미들턴 집안이 타블로이드 신문과 파파라치들의 집요한 사생활 추적에 정면 대응을 선언했습니다. 영국 왕위계승 서열 2위 윌리엄 왕자와 결혼한 케이트 미들턴이 유명세를 타면서 현지 타블로이드 신문들은 연일 그녀와 가족들의 일상사를 쏟아내고 있는데요. 얼마 전에는 케이트 미들턴과 여동생 피파의 비키니 사진이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언론 보도에 침묵하다시피 해온 미들턴 가족은 사생활 침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며 영국 언론고충처리위원회에 정식으로 불만을 제기했는데요. 앞서 1997년 윌리엄 왕자의 어머니 故 다이애나비 역시 파파라치를 따돌리다가 난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미지출처:서울신문>
사례 2
가수 서태지와 배우 이지아가 위자료 및 재산분할 소송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네티즌 수사대’가 포털 사이트 추적을 통해 이들의 과거 행적을 파악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한 네티즌은 서태지의 영문이름을 거꾸로 하면 이지아의 이름을 발견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는데요. 서태지의 영문(SEOTAIJI)을 거꾸로 쓰면 'I JI A TO ES'. 이를 소리 나는 대로 읽으면 '이지아 to ES'라는 의미를 발견할 수 있으며, 이지아가 이지아라는 가명을 지은 이유가 "서태지의 이름 속에 숨겨져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지난 2004년 네이버 지식인에 올라온 글도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모 백화점에 서태지 장모라고 하는 노래 선생님이 있다”는 내용의 글은 배우 이지아의 어머니가 서울에서 노래 강사를 한다는 사실과 맞아떨어진다는 것인데요. 그 밖에도 서태지와 이지아가 각각 과거 팬 사이트와 한 케이블 방송에서 그린 그림이 같다는 것도 네티즌 수사대에 포착돼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미지출처:서울신문>
사례 3
지난 5월 15일 방영된 MBC ‘시사 매거진 2580’에서는 스타의 일거수 일투족을 담기 위해 그들을 쫓는 사람들, 파파라치에 대해 집중 조명했습니다. 특히 모 대기업 부회장의 상견례 자리를 몰래 찍어 인터넷에 공개한 연예매체 ‘디스패치’의 기자들을 동행 취재해 그 실태를 추적했는데요. 디스패치 관계자는 “이런 종류의 사진들(파파라치 사진들)을 독자들이 굉장히 좋아한다”며 “외국의 파파라치들은 사진을 찍어서 판다는 판매의 목적, 상업적 이익을 위해서 사진을 찍는다”고 했습니다.
<이미지출처:MBC 홈페이지>
대중의 호기심, 어디까지 허락해야 할까
유명인물이나 연예인에 대한 폭로성 취재, 그리고 이를 알고자 하는 대중의 과도한 호기심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오늘날 고유명사로 인식되는 ‘파파라치’는 ‘파리처럼 웽웽거리며 달려드는 벌레’를 일컫는 이탈리아어에서 비롯되었는데요. 이런 경멸적인 의미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수많은 스타들이 파파라치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고, 사생활 침해도 서슴지 않는 그들의 행태에 몸서리를 치고 있습니다.
외국에서 시작된 파파라치성 보도는 국내에도 전파되었는데요. 특히 인터넷이 발달된 우리나라에서는 매체 기자가 아닌 일반인이 자발적으로 스타의 일거수 일투족을 추적하는 ‘네티즌 수사대’라는 독특한 계층까지 생겨났습니다. 그리하여 연예신문의 가십성 기사에는 ‘쓰레기 같은 기사’, ‘사생활 침해’라는 단서를 붙여 비난하면서도, 한편으로 궁금한 이슈가 생기면 ‘네티즌 수사대 도와주세요’라는 말로 스타의 사생활을 캐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하는데요.
최근에는 이런 네티즌 수사대의 활동이 연예인 사생활에 국한되지 않고, 사회적으로 지탄 받는 인물의 신상을 추적해 포털 사이트에 공개하는 ‘신상털기’ 활동에까지 적극적인 편입니다. 일반 매체에서 공개적으로 비판할 수 없는 인물이나 사안에 대해 여론의 힘을 빌어 망신을 주는 ‘현대판 홍길동’을 자처하기도 하는데요.
대중문화평론가 하재근씨는 “대중이 유명인의 사생활을 알고자하는 욕망이 극에 달했다”며 “그것이 ‘신상털기’라는 사회적 폐해를 낳고 있다. 언론까지 거기에 편승해 사생활 침해에 나서면 우리 사회의 인권의식은 점점 낮아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불특정 다수의 검증되지 않은 정보 ‘현대판 마녀사냥’ 될 수도
하지만 이렇게 검증되지 않은 불특정 다수의 정보는 애꿎은 사람을 피해자로 모는 ‘마녀사냥’식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얼마 전 전직 대통령을 비판한 영화배우 김여진씨에게 “미친 X”라는 욕설을 해 물의를 빚은 한나라당 정책위원회 모 자문위원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는데요. 여론과 상반된 언행에 격분한 트위터러와 네티즌은 즉각적으로 그의 신상털기에 나서 ‘바로 이 사람’이라며 그의 사진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네티즌 수사대가 찾은 인물은 동명이인인 모 야당의원이었는데요. 억울한 비난 댓글에 해당 의원의 큰 아들은 “간혹 몇 몇 분께서 모 한나라당 자문위원을 아버지로 착각하고 사진까지 올려가며 욕을 하신다”며 “가족의 자랑이자 우상인 아버지께서 욕을 들으시는 것이 마음이 아프다”고 말하며 오해를 풀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제대로된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고 억울한 사람에게 불똥이 튄 사례라고 할 수 있는데요.
정작 중요한 정보는 지나치는 대중의 호기심
물론 대중의 관심이나 호기심이 부정적인 결과만 이끌어 내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사회를 이루어 가는 여러가지 정책이나, 규범, 질서들은 이런 대중의 관심을 기반으로 ‘다수가 합의하는 최선의 방식’을 따라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런 속에서 대중의 알 권리, 개인의 알 권리는 지켜져야 하고, 이를 보도하는 언론의 역할도 원활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하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될 점은, 이런 유명인 신변잡기식의 보도에 묻혀 정작 알아야 할 중요한 정보를 지나쳐 간다는 점에 있습니다. 우리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정치나 정책, 그리고 사회문제 같은 중요한 사안들이 연예인의 몸매나 옷차림, 스캔들보다 못한 관심을 받고 있다는 점은 문제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5월 22일 오전8시 현재 포털사이트 다음의 실시간 검색어. 절반 이상이 연예인 관련기사다.>
최근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발달로 인해 확인되지 않은 가십성 보도, 일회성 정보 소비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추세 때문에 언론 역시 보다 많은 클릭, 보다 많은 기사 노출을 위해 단순 가십성 정보를 양산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진실을 추구하는 대중의 호기심은 정당합니다. 하지만 이왕이면 더 중요하고, 우리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사안에 집중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네티즌 수사대’를 만든 우리 사회의 ‘알고자하는 열정’이 보다 건전한 방향으로 진행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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