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더 좋아하는 앤서니 브라운展

2012. 8. 21. 10:25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어린 시절, 우리는 동화책을 즐겨 읽었습니다. 하지만 동화책이 아이들만을 위한 것이라는 인식 때문일까요? 어느 날 갑자기 동화책은 성인이 된 우리의 시선을 결코 잡아끌 수 없는 존재가 돼버리고 말았어요. 앤서니 브라운은 동화책이 아이들만을 위한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뜨린 세계적인 동화책 작가입니다. 영국에서 태어난 앤서니 브라운은 기발한 상상력과 유머러스함을 곁들인 그림체와 더불어 아름다운 색체와 그림책 작가로서의 훌륭한 철학까지 겸비하고 있지요. 서울 서초구의 동화책 속 세계여행에서는 그의 작품 32권의 원화 200여 점을 10월 7일까지 전시하고 있답니다. 그럼 이제부터 반짝거리는 그의 상상력 속에 빠져보도록 할까요?



▲ ‘윌리’ 앤서니 브라운은 ‘윌리’가 자신의 모습과 닮았다고 말했습니다.




전시회장에 들어서자 그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 ‘윌리’의 재미있는 모습이 관람객들을 반겨주고 있었어요. 윌리는 아기 침팬지입니다. 하지만 그의 친구들은 모두 침팬지가 아닌 고릴라의 모습을 하고 있지요. 그래서 윌리는 친구들과 있을 때면 항상 돋보이는 존재입니다. 윌리는 소극적인 성격에 왜소한 체격을 가지고 있고 뛰어나게 잘 하는 것도 없으며 늘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하기 일쑤입니다. 하지만 앤서니 브라운의 상상력과 만난 윌리는 우리에게 소소한 깨달음을 줍니다. 약간은 부족해 보이는 윌리가 세상의 편견이나 무시에는 아랑곳없이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스스로를 지켜가며 최선을 다하고 만족스럽게 살아가는 모습을 말이죠.






이것은 앤서니 브라운의 작품 <윌리와 휴>에서 잘 드러나고 있어요. 윌리의 친구 ‘휴’는 고릴라지만 침팬지인 윌리와 스스럼없이 우정을 나누지요. 잘못을 했을 때 먼저 사과하고, 도서관에서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서로를 웃게 만들어주고, 또 위험에 처하거나 놀랐을 때 마음을 나누며 공감을 해준 것, 이것들이 윌리와 휴가 친구가 되기 위해 필요했던 전부였습니다. 침팬지 윌리와 고릴라 휴의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누군가를 편견 없이 받아들이고 친구가 되는 것의 소중함을 전해 줍니다. 하지만 이게 비단 아이들에게만 해당하는 주제일까요?


앤서니 브라운의 1977년도 작품인 <우리 친구하자>에서는 어린 아이들의 천진난만함이 어른들 특유의 엄숙함과 딱딱함을 이기는 장면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스미스씨와 딸 스머지는 개 알버트를 데리고 공원으로 산책을 갑니다. 스미드 부인과 아들 찰스도 개 빅토리아를 데리고 공원에 산책을 가지요. 공원에서 만난 두 마리의 개는 가장 빨리 가까워져 함께 놀기 시작합니다. 그런 개들의 모습을 보며 아이들 역시 어느새 친해져 서로에게 노란 꽃 한 송이를 건네며 헤어집니다. 하지만 어른들은 어떨까요? 그저 서로에게 멀리 떨어진 채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어서 집으로 돌아가자고 재촉만 할 뿐입니다.





“그림책은 나이가 들었다고 접어야 할 책이 아니라 나이를 불문하고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다.”



이렇듯 그의 작품 속에서는 아이의 눈을 통해 바라본 아름다운 세상이 결코 잊혀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는 장면들이 가득합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장면들은 우리 모두 언젠가는 꿈을 꾸었으며 풍부한 상상력을 가진 생기 있고 천진난만한 아이였음을 상기시켜줍니다. 그의 작품들을 하나하나 훑어보며 탄성을 질렀습니다. 어린 시절 그의 책을 읽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올랐기 때문이지요. 또한 어렸을 적에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도 했습니다. 그의 작품에서 초현실주의 화가 마그리트의 그림과 영화 <킹콩>의 한 장면을 발견하기도 했고, 그의 작품에서는 유난히 바나나가 많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도 새삼 알게 됐습니다. 이것은 앤서니 브라운이 초현실주의 화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고, 어렸을 적 영화 <킹콩>을 보고 상상력을 키웠으며, 그가 가장 좋아하는 과일이 바로 바나나이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아이들이 갖고 있는 순수하고 독특한 상상력에 어른이 되어버린 우리들은 미소를 짓기도 하고 때로는 감탄을 하기도 합니다. 앤서니 브라운의 작품은 우리에게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와 아이 특유의 천진난만함에 대한 동경을 이끌어냅니다. 이처럼 앤서니 브라운이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동화책 작가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어린 아이의 세계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또한 이것은 일흔에 가까운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그가 지금도 활발한 그림책 작가 활동을 하고 있는 이유가 될 수도 있겠네요. 아이 특유의 상상력을 재단하지 않고 날것 그대로를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앤서니 브라운만의 독특한 방식을 다독다독 독자 여러분들도 그림책을 훑어보며 느껴보시길 바랄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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