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이 질문하고 초등학생이 답하는’ 인터넷 지식의 위험

2011. 5. 23. 13:05다독다독, 다시보기/미디어 리터러시




요즘 학교나 기관에서 신문을 교재로 활용하는 신문활용교육(NIE)이 활성화 되고 있지만, 정작 교육을 받는 아이들은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부모님이나 선생님에게 떠밀려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듣는 경우도 있는데요. 과연 어떻게 해야 스스로 흥미를 느끼는 NIE가 될 수 있을까요?

지난 5월 19일 문화체육관광부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부모와 함께하는 신문활용교육 특강’이 있었습니다. 이 자리에는 언론진흥재단에서 미디어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최정애 씨가 나섰는데요. 과연 그녀는 어떤 힌트를 주었을까요.

 


세상을 보는 창 신문, 마음을 여는 문 NIE


가정에서 자녀들에게 어떻게 NIE를 할 수 있을까요? 최강사는 재량활동 현장이나 NIE교실을 처음 방문하면, 아이들은 신문에 전혀 관심이 없어하고 그것 또한 수업의 연장으로 생각해 지루해하는 모습을 많이 본다고 하는데요.

이는 신문을 학습효과만으로 연관시키는 환경 때문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NIE는 단순히 듣는 수업이 아닌 참여하고, 의논하고, 활동하는 수업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충분히 재미있어 할 수 있는데요.

그래서 보통 한 주 수업을 진행하고 나면, 그 다음부터 아이들의 참여가 활발해진다고 합니다. 한가지 예로 학교 공부에 관심도 없고 학교에도 잘 가지 않던 한 중학생이 NIE를 하고 난 후 최강사에게 ‘내가 뭔가 해냈다는 것이 기뻐요’라며 편지를 보낸 적도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NIE는 자신이 뭔가를 성취하고, 뿌듯함을 느끼며, 신문을 통해 목표를 세울 수도 있는 수업입니다. 신문 속 기사를 통해 이 사회가 나와 함께 움직인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자신도 사회의 한 구성원임을 인식시켜 준다는 것이죠.

그녀가 말하는 NIE는 신문을 가르치고, 신문으로 가르치는 교육이라고 하는데요. 신문을 통해 학교 성적을 올리는 교육이 아닌 세상을 알고 세상과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을 만드는 것이 바로 NIE의 본질이자 목적이 아닐까요?

신문에 흥미를 갖게 만드는 신문 속에서 정답 찾기 놀이

 


“여러분은 하루치 신문에 몇 글자가 있는지 아시나요?” 갑작스런 최강사의 질문에 모두 선뜻 대답하지 못했는데요. 기본적으로 32면으로 구성된 신문에 약 20만자가 들어있다고 합니다.

그녀가 질문을 던지 이유는 가정에서 이런 식의 질문으로 아이들에게 신문을 보게끔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신문에서 우리나라 만성질환 환자에 관한 기사가 나와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을 때, 그냥 신문을 보라고 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에게 ‘우리나라에 만성질환 환자가 몇 명이나 있을까?’라고 질문을 던지며 신문을 주면 아이는 정답을 찾기 위해 신문을 꼼꼼하게 읽는다는데요.

이런 활동은 학교나 기관에서 하기보다 집에서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합니다. 학교와 학원 수업에 지친 아이들이 과연 방과 후 실시하는 NIE에 흥미를 느낄 수 있을까요? 이런 이유로 NIE는 가정에서 부모 주도로 해야 더 큰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신문이란?


NEWSPAPER: 신문(Newspaper), 교육(Education), 원하는 것(Want), 공부(Study), 참여(Participation), 행동(Acts), 놀이(Play), 어디서나(Everywhere), 반응(Response)

신문은 ‘어디서나 원하는 모든 것을 교육하여 공부하고 참여하고 행동하며 반응을 이끌어내는 놀이’라고 최강사는 정의하고 있는데요.

때론 편파적이고 한정된 정보와 정치색 때문에 교재로 쓰기에 적당하지 않다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물론, 그런 점이 신문의 단점일 수도 있지만, 그 몇 개의 단점 때문에 교재로 쓰지 않기에는 장점이 너무 많은 매체라는 것이 그녀의 생각입니다.

신문은 문자 텍스트로 구성되어 있고, 정보를 담고 있으며, 통합적인 이야기 매체입니다. 무엇보다 문자로 구성돼 있다는 점이 가장 중요한데요. 문자 정보가 중요한 거라면 왜 인터넷의 정보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냐구요?

여러분은 혹시 ‘인터넷 원숭이’라는 말을 아시나요? 우리는 요즘 인터넷 정보를 보고 그 정보를 이해했다고 생각하는데요. 사실은 인터넷에서 정보를 얻고, 퍼가는 행위가 반복돼 똑같은 정보가 넘쳐나고 있답니다.

우스갯소리로 ‘우리나라 지식 사이트는 대학생과 성인이 질문하고 초등학생이 답한다’라는 말이 있는데요. 인터넷에 의존한 정보 획득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게 해주는 그런 말인 것 같습니다.

최강사는 “지금 이런 모습이 인터넷 세상의 현실입니다. 여러분도 그리고 아이들도 인터넷 원숭이가 아닌 생각하는 사람이 돼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말하며, 아이들이 올바른 정보를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길이 신문읽기에 있다고 강조했답니다.

이렇게 신문을 읽으면 사회에 관심이 많아지고, 사회의 관심은 주변 사람들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며, 배려심도 생기고, 읽기 어려운 글을 읽는 훈련을 하다보니 지구력과 끈기가 생긴다고 하는데요. 다른 무엇보다 신문의 가장 큰 장점은 삶의 저력이 생기는 것이라고 합니다.

신문을 읽는다고 당장 학교 성적이 오르는 것은 아니지만 스스로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고 능동적으로 삶을 살도록 도와준다고 하는데요.

‘Readers are Leaders’라는 말이 있듯 많은 저명인사들은 어려서부터 끊임없이 신문을 읽었다고 하죠. 그들이 신문읽기만을 통해서 그렇게 된 것은 아니지만, 어려서부터 사회에 관심을 갖고 읽기를 꾸준히 했다는 점이 중요한 것 아닐까요?


화목한 가정 만드는 NIE


‘우리나라의 청소년 행복지수 OECD국가 중 꼴찌, 사회성 꼴찌, 자기주도 학습능력 최하위권’ 최강사는 이런 내용이 매년 언론에서 볼 수 있는 기사라고 하는데요. 왜 이런 일이 생기고,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걸까요?

그녀는 “우리나라는 가족 간 대화가 너무 부족해요. 가족 간의 대화가 안되면 어딜 가서도 불행하고 혼자만 생각하게 되죠”라고 그 이유를 설명하며 NIE는 가족간의 대화도 많아지게 하고, 행복한 가정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했는데요.

가정에서 NIE를 시작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고 합니다. 단지 신문을 보이는 곳에 놓는 것만으로도 NIE는 이루어질 수 있는데요. 어렵게 생각하는 NIE가 아니라 그저 신문 기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고 같이 공유하는 것이 바로 가정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 아닐까요?

NIE는 가르치는 활동이 아니라 무언가를 배워나가는 공부입니다. 지금은 평생학습사회라고도 하는데요. NIE는 세월이 지나도 공부할 수 있는 힘을 키워주는 정말 중요한 교육인 것 같습니다.


최강사는 마지막으로 “선진국에서는 NIE를 정규교과과정에 포함시키고 있으며 민주주의가 발전한 국가일수록 NIE실천이 두드러진다”고 말했는데요.

요즘은 입시나 취업을 위해서도 읽기가 강조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논술학원이나 글쓰기학원들이 많이 생기고 그곳에 아이들을 보내는 부모도 많은데요. 그렇게 읽기를 배운다고 얼마나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요?

단순히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한 교육보다 평생을 살아가는 힘을 주는 교육이 우리 아이들에게 더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이야기와 웃음이 끊이지 않는 가족, 세상과 소통하는 아이를 만드는 가정. NIE는 화목한 가정과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가장 쉽고 재미있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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