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아트리체 공주 ‘변기 모자’에 대한 아이들의 생각은?

2011. 5. 27. 13:08다독다독, 다시보기/미디어 리터러시





이제 신문은 아이들 교육에 훌륭한 도구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직접 경험하지 않아도 신문 속에 있는 정보들로 인해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죠. 어린 시절에는 가급적 다양한 경험들이 아이들의 사고의 폭을 넓히는 것이 좋은데요. 그렇기에 부모님들은 체험활동이 많은 어린이 기자단을 추천하기도 합니다. 어린이 기자단 활동을 하다 보면 다양한 곳을 가고, 많은 것을 보고 들을 수가 있고, 또 본인이 한 경험을 직접 글로 써볼 수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되기 때문이죠.


서울시 도붕구에 있는 도봉어린이문화센터에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NIE 신문 기자반’이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직접 기자가 되어 보기도 하고, 기사를 쓰기 위한 기초, 노하우 등을 배우기도 하는데요. 특히, 신문 기자반 수업에서 성실히 참여한 학생은 <도봉아이나라 기자단>에 입단 추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아이들의 열정이 정말 대단하다고 합니다.

지난 수요일, 다독다독에서도 현장을 직접 찾아가 보았는데요. 이번 수업의 주제는 ‘인터뷰’로, 아이들의 시각에서 본 재미난 인터뷰 현장을 만나 보았답니다. 


신문 기자반은 친구에게 기사 소개하기, 입장 바꿔 일기 쓰기, 캡션 달기, 칭찬하기, 창의력 키우기 등 한 가지의 주제를 정해 놓고 자신의 생각을 직접 쓰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NIE 신문 기자반을 담당하고 있는 유혜영 강사는 “요즘 아이들은 점점 사회 주변에 관심이 없다”며 “신문을 통해 생각의 폭이 넓어지고 신문 안에 있는 기사들로 인해 사회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가 있다”고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가 있다”는 것을 신문의 가장 큰 매력으로 꼽았습니다.

유혜영 강사도 매일 3~4개의 기사를 직접 보고 수업 준비를 한다고 하는데요. 어려운 사회 이슈보다는 아이들이 호기심을 가질만한 주제 또는 생활밀착형 정보를 중심으로 본인 스스로가 깨달을 수 있도록 진행한다고 합니다.  


인터뷰에 필요한 요건, 질문해 보기 등 본인이 직접 기자가 되어 인터뷰 요령에 대해 배우고 있는데요.
“인터뷰 요령은 뭐가 있을까요?”라고 질문을 하니, 아이들은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 “또박또박 질문을 해야 한다” “예의를 지켜야 한다” “질문을 미리 준비한다” “메모를 해 두어야 한다” 등 마치 전문 기자처럼 또박또박 자신의 생각들을 말했답니다.

“각자 인터뷰하고 싶은 사람을 신문에서 찾아 보세요“라는 강사님의 말에 아이들은 신문을 펼치고 가위로 잘라 스크랩북에 붙였는데요. 오바마, 김연아, 리오넬 메시 등 정치인부터 스포츠 스타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나왔습니다. 


그 중에서도 두 아이가 공통적으로 선택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로 ‘필립 크루아종(프랑스 남성, 43)’이라는 사람이었는데요.

필립 크루아종은 사고로 팔 다리를 잃었지만 작년 오리발을 부착한 의족에 의지해 도버해협 횡단에 성공하여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던 인물입니다. 이번에는 세계 5대륙 사이에 있는 해협을 건너는 도전을 한다고도 하죠.

왜 필립 크루아종을 인터뷰 하고 싶었는지 이유를 물어보니, “장애인인데도 불구하고 꿈을 가지고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 대단해 보였기 때문에요” (권소현, 자운초 4학년) 또 한 학생은 “사고로 팔다리를 모두 잃어 장애인이 되었는데도 꿈에 더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한계에 도전하는 모습이 멋져요”(이어진, 자운초 4학년)라고 답했습니다. 

특히 이 두 학생은 실제 어린이 기자단으로도 활동 중에 있는데요. 권소현 학생은 청와대 어린이 기자단인 <푸른 누리> 기자로 활동하며, 이어진 학생은 <소년조선일보> 어린이 기자단으로 활동하며 역량을 키우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 달, 영국 왕실의 베아트리체 공주(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증손녀, 22)가 로열 웨딩 때 썼었던 모자가 ‘엽기’라는 혹평으로 이슈가 되었었는데요. 최근에 공주가 썼던 모자가 인터넷 경매 사이트 이베이에서 8만 1100파운드(약 1억 4000만원)에 팔렸다는 뉴스가 있었습니다.

이를 가지고 NIE 신문 기자반에서는 베아트리체 공주와 경매 사이트에서 모자를 구입한 당사자의 입장에서 본인이 질문하고 본인이 답하는 인터뷰 형식의 기사를 써보았는데요.  


재미있었던 건 베아트리체 공주 입장에서 질문하는 과정에 모든 아이들에게 공통 질문이 있었다는 겁니다. ‘결혼식 때 꼭 그 모자를 쓸 이유가 있었나요?’ ‘모자가 무겁지는 않았나요?’ 라는 질문이었죠. 아이들의 눈에도 베아트리체 공주가 썼던 모자가 특이한 듯 싶었습니다. 

모자를 구입한 당사자와의 인터뷰에서 한 학생은 ‘사람들이 이 모자를 보면서 이상하게 생각하진 않았나요?’라는 질문에 ‘사람들이 다 이 모자를 알아봐서 저한테 눈이 쏠리는 것 같더라구요. 잠시 동안이지만, 제가 베아트리체 공주인 줄 알았어요’라고 재치 있는 답변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날 아이들은 신문을 공부가 아닌 놀이로 생각하며 즐기는 듯 보였는데요. 한 학생은 “신문으로 글쓰기 공부를 자연스럽게 할 수가 있고, 글 쓰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졌다”라고 했습니다.

대부분 입시라는 목표를 가지고 어렸을 때부터 사교육을 받는 아이들도 많습니다.
주변을 돌아보면 아이들에게 ‘강요’가 아닌 ‘재미’로 느껴질 수 있고, 스스로 찾아볼 수 있는 교육이 많은데요. 무엇보다도 아이들에게 넓은 세상을 느끼게 해주려면 신문 만한 도구는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곳에서 만난 아이들은 그늘진 얼굴 대신 총기 어린 눈빛으로 ‘스스로 하는 공부’에 푹 빠진 모습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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