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0. 9. 13:05ㆍ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올해 한국 국회도서관의 장서는 460만 권에 이릅니다. 하지만 당장 그 5배 이르는 책을 언제 어디서나 빌려볼 수 있게 된다면? 인터넷 황제 구글의 전자도서관 프로젝트는 이런 개념으로 2005년부터 추진되어 왔습니다. 세상의 모든 책을 스캔해서 구글 도서관이라는 이름의 데이터베이스로 보관하고 유통해 모든 사람들이 언제 어디서나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하겠다. 더 이상 책이 절판되어 읽지 못하는 일이 없어질 것이다. 하지만 이는 미국 대형 출판사들의 즉각적인 반발을 불러옵니다. 그리고 2005년에 시작된 구글과 대형 출판사 그리고 작가 협회의 저작권 소송은 7년이 넘도록 진행되어 왔습니다.
구글 전자도서관 – 인류 지식의 보고 VS 저작권 침해
얼마 전에 다독다독에서 구글이 9월부터 아시아 최초로 우리나라에 e북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소개해 드렸죠? 그와 관련해 민음사의 장은수 대표는 ‘책이 전자책이 된 것은 중요한 상징이자 거대한 전환의 출발점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기도 했죠.
지난주 아시아권에서는 최초로 구글의 전자책 서비스가 한국에서 시작됐다. 미국에서 시작돼 전세계로 퍼져가고 있는 '책의 전자화'라는 파도가 결국 우리나라 해안가까지 밀려온 느낌이 든다. 현대문명의 무게에서 책이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해보면 프린트 문화의 시대가 힘을 잃고 스크린 문화의 시대가 본격화됐다고 해도 큰 과장은 아닐 것이다. (후략)
<전자책, 시대의 대전환 예고> 서울경제, 2012. 9. 10
이처럼 구글은 책의 전자화에 큰 관심을 가져왔고, 세상 모든 책을 전자화 하겠다는 야심 찬 ‘구글 도서관’ 역시 그런 계획의 일환이었습니다. 2005년부터 구글이 추진해 온 구글 도서관은 지금까지 우리나라 국회도서관 장서의 4~5배인 2천만 권에 이른다고 합니다. 미국 미시간대, 하버드대, 스탠퍼드대, 뉴욕 공공 도서관, 영국 옥스퍼드대 도서관 등에서 도서 스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지금도 작가가 사망한 지 50년이 지나거나 출판사가 없어졌거나 공개에 동의해 저작권이 소멸된 책은 구글 북스에서 무료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이외의 책들이었습니다. 구글이 구글 도서관 계획을 발표하고 책들의 스캔과 데이터베이스화를 시작하자 미국출판사협회(AAP)에 속한 주요 출판사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소송을 벌인 출판사들은 구글이 책을 스캔해 보관하는 행위 자체가 저작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한 것이지요.
문제는 두 입장 모두 이해가 간다는 것입니다. 구글의 입장의 독자로서는 구글의 사업체로서 이윤 창출의 의미는 접어두더라도 절판 도서를 마음껏 읽을 수 있게 되는 장점이 존재합니다. 더욱이 공공 도서관의 협력을 받아 진행되는 프로젝트인만큼 기존 종이책 도서관처럼 반납을 기다리지 않고도 언제 어디서나 읽고 싶은 책을 바로 읽을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출판사의 입장을 생각해 보면 독자로서 구글 도서관을 옹호하기도 애매합니다. 도서관에서 공공적으로 종이 책을 이용하는 것과 구글이 인터넷 상에서 책을 유통하려는 것은 규모나 파급력이 너무나도 달라 출판사의 존립 그 자체를 위협할 수도 있게 되죠. 책이 나올 수 있는 근간이 없어지는데 책의 전자화가 의미가 있을까요? 이는 근본적으로 출판사와 저자가 가진 저작권을 침해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애초에 이 소송은 구글이 출판사나 저자들의 동의를 받지 않고 프로젝트를 시작했기 때문에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이에 구글은 책의 소유권에 대한 환경이 계속 바뀌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며, 대중들에게 책이 어느 도서관에 있는지 그리고 일부 책들의 노출도를 높여주고자 ‘전자 카드 카탈로그’를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미국 저작권법의 공정한 이용이라는 조항에 맞춰 온라인에 책들에 관한 정보를 제공할 뿐이라고 주장했지요.
[출처-서울신문]
핵심은 구글 도서관이 저작권의 공정 이용에 해당하느냐 안 하느냐였습니다. 저작권의 공정 이용은 저작권법에 명시된 권리 중 하나로, 법이 정한 테두리 안에서는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도서관에서 사람들에게 책을 빌려줄 수 있는 이유도 바로 이 저작권법의 공정 이용 덕분이지요. 이외에도 보도나 비평, 교육 등을 위한 인용도 이런 테두리 안에 들어갑니다. 구글은 자신들의 구글 도서관이 공정이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했고, 출판사 그룹과 작가협회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죠.
미국 연방법원은 이 충돌에 대해 2011년 작가협회와 출판사 그룹에게 1억2천500만 달러로 협상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출판사 그룹과 작가 협회는 구글이 저작권자 허락 없이 책을 마구 복제할 권한을 줄 뿐이라며 이 제안을 거부했었죠. 지지부진하던 구글과 출판사 그룹의 7년간의 지리한 소송은 2012년 10월 4일(미국시간) 극적으로 합의에 도달하게 됩니다.
구글 도서관 7년만의 합의, 한 고비 넘겼지만 갈 길 멀다
지난 4일 미국출판사협회(AAP)는 구글과 공동성명을 내고 양측이 전자책 저작권 문제에 합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공공 또는 대학도서관이 소장한 수천만 권의 책을 전자적으로 복사(Scan)해 온라인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려는 구글의 계획을 둘러싼 지루한 저작권 법정 다툼이 7년 만에 끝나게 됐다. 구글은 4일(현지시간) 미국출판사협회(AAP)와 내놓은 공동성명을 통해 양측이 저작권 문제에 대한 합의에 도달했다고 발표했다. (후략)
<구글, 전자책 저작권 소송 출판사와 합의> 연합뉴스, 2012. 10. 5
구글 도서관 프로젝트는 책의 20퍼센트를 인터넷을 통해 무료로 보여준 뒤 구글 플레이를 통해 구매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제 구글은 미국출판사협회 출판사들의 책을 전자책으로 디지털화할 수 있게 되는 문턱에 섰습니다.
(전략) 구글은 ‘세상의 모든 책’들을 스캔해 ‘구글 도서관’이라는 이름의 데이터베이스 형태로 보관하고 이를 유통하려는 프로젝트를 2005년부터 추진해 왔다. 지금도 작가가 사망한 지 50년이 지났고, 출판사가 없어졌거나 공개에 동의해 저작권이 소멸된 책은 ‘구글 북스’에서 무료로 볼 수 있다. 구글이 스캔해 데이터베이스화한 책은 지금까지 거의 2000만권에 이른다. (후략)
<7년 만에…구글 전자도서관 ‘성큼’> 한겨레, 2012. 10. 5
하지만 아직 남아 있는 문턱이 있는데요. 같은 시기에 제기된 작가협회와의 소송입니다. 출판사와의 합의는 되었지만 책을 쓴 작가들이 허락하지 않는 한 구글 도서관은 책을 스캔하여 데이터베이스화 할 수는 있지만 사람들에게 그 전자책을 대여하거나 판매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독자들이 구글 도서관의 책을 볼 수 있으려면 아직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이유로 미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구글의 이번 합의가 당장 아마존을 위협할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봤습니다. 하지만 출판 환경의 변화와 전자책의 저변 확대로 결국 최종적으로는 작가협회도 구글과 합의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군요. 이미 프랑스 작가협회는 지난 5월 구글과 저작권 분쟁을 해결하고 합의했습니다.
[출처-서울신문]
책을 사랑하는 독자라면 아마 이런 경우 많으셨을 겁니다.
대체 시리즈 중에 한 권만 연체하는 건 누구야?
절판 도서를 도서관에서 훔쳐서라도 읽고 싶다.
내가 신청하는 책은 왜 맨날 안 들여 놓는 거지?
더 이상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은 언제쯤 올까요? 독자로서는 작가가 지속적인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저작권자로서의 권리를 지켜주면서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책을 읽을 수 있는 세상이 어서 왔으면 좋겠네요.
©다독다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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