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0. 10. 09:29ㆍ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지난 10월 4일, 월드스타 싸이가 고국의 팬들을 위해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강남스타일 무료공연을 열었습니다. 수만 명의 시민들이 강남스타일을 떼창하는 장면은 다시 유튜브를 통해 세계의 강남스타일 팬들을 경악시켰죠. 한국 사람들은 진짜 잘 노는 구나! 라고요. 이제 내일 새벽이면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빌보드 차트 1위에 또 한 번 도전한 결과가 나옵니다. 지난주에 마룬5의 신곡에 아깝게 1위를 내주고 강남스타일은 2위에 올랐었는데요. 이미 영국 차트를 정복한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음악과 영상 모두 전세계적인 현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유독 일본에서만큼은 안 좋은 소리가 들려왔었습니다. 얼마전에는 싸이의 독도대사 임명 움직임으로 일본의 극우신문으로 알려진 산케이 신문에 독설이 실렸다는 얘기도 있었는데요. 정말 일본은 싸이와 강남스타일을 싫어하는 걸까요? 다독다독이 일본 언론을 직접 살펴봤습니다.
[출처-서울신문]
강남스타일 열풍을 싫어하는 것은 일부 네티즌, 일본 언론은 무관심 혹은 찬사
전세계적인 강남스타일 열풍을 두고 일본에서 싫은 소리가 많이 들려왔었습니다. “사카모토 큐가 이미 50년 전에 이룬 업적이다.”, “한국의 인터넷 조작이다.”, “빌보드 차트를 돈 주고 샀다.” 같이 황당하고 험한 이야기들 말이죠.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일본의 일부 네티즌들의 ‘악플’입니다. 일본 언론이나 일반인의 반응이 아닙니다.
(전략) 일본 언론은 독도 현안과 같은 정치적인 이슈 때문에 K-POP에 대한 보도를 피해왔다. 그러나 싸이의 전세계적인 인기를 더 이상 외면할 수는 없었다. 일본 언론들이 뒤늦게 TV를 비롯한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싸이와 '강남스타일' 열풍을 다루기 시작했다. (후략)
<싸이 빌보드 2위, 일부 일본 네티즌 '깎아내리기'> 한국일보 리뷰스타, 2012. 10. 5
이런 악플과 비교해 “시대는 다르지만 위대한 업적이다.”, “한국 노래가 많이 발전한 것은 인정하자.” 등 좋은 반응도 등장했고요. 어느 나라나 악플러들은 있기 마련입니다.
그렇다면 일본 언론들의 공식적인 반응은 어땠을까요? 10월 4일 일제히 싸이가 2주 연속 빌보드 차트 2위를 기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1963년 사카모토 큐의 ‘위를 향해 걸어가자’가 1위를 차지한 이후 이렇게 높은 순위를 기록한 아시아 가수는 처음이다. 아시아 가수의 빌보드 1위라는 쾌거가 반세기 만에 성사될 수도 있다.”라고요. 아, 참고로 아시아 가수 최초로 빌보드 1위를 달성했던 사카모토 큐의 노래의 원래 제목은 ‘위를 향해 걸어가자’라고 합니다. ‘스키야키’는 그 당시 미국인들에게 친숙한 음식 이름이라 제목으로 붙여버렸다고 하지요. 빌보드 1위를 차지한 탓에 이 노래는 ‘스키야키’로 더 알려지게 됩니다.
다만 전세계적으로 강남 스타일 열풍이 한창일 초기에 일본 언론은 강남스타일을 다룬 기사 자체가 적었습니다. 강남스타일에 대한 악평도 좋은 평도 없이 거의 무관심에 가까웠는데요. 그러던 것이 아이튠스 음원 차트 1위를 차지하면서 일본 언론도 서서히 주목하기 시작했지요. 9월 20일이 지나서는 여럿 기사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24일 아사히 신문은 ‘통통한 35세의 한류가수 싸이, 세계에서 대히트!’란 제목의 기사로 싸이의 성과와 미국에서의 일정을 소개했고, 일본 포털 사이트들은 로이터 등 외신을 인용해 싸이를 주목했습니다.
이런 보도속에 우리나라에 극우 신문으로 알려진 산케이 신문의 산케이 스포츠는 9월 25일 ‘세계적인 히트 한국가수, 독도홍보대사에?(世界的ヒット韓国歌手,竹島広報大使に?)’라는 다소 자극적인 헤드라인을 뽑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기사에서도 9월 25일 싸이의 귀국 기자회견에 초점을 맞췄을 뿐 거의 미국에서의 경과를 설명하는 게 대부분이었습니다. 서울에서의 기자회견 중 나온 질문과 답변도 내용 그 자체를 그대로 옮긴 수준이고요.
“(마지막 문단) 한국에서 인기에 편승해 싸이를 타케시마(한국명:독도)의 한국영유권을 선전하는 홍보대사로 임명하면 어떨까라는 목소리도 있지만, 싸이는 ‘사무소에 공식 요청은 오지 않았다’라고 답변을 마무리했다.”
(전략)‘찬사’는 아니었으나 일본 언론의 반응도 주목할 만했다. 일본의 산케이스포츠 등은 25일자 기사를 통해 싸이의 글로벌한 인기에 주목하면서도 한일 양국의 최대 갈등요인인 ‘독도문제’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싸이의 기사에 “세계적인 인기의 한국가수, 독도홍보대사로?”라는 제목을 달고, 이날 가진 기자회견 내용을 담았다. (후략)
<글로벌스타 싸이, 외신 반응 보니…日 언론은 ‘독도’에 주목> 헤럴드경제, 2012. 9. 26
제목이 자극적이고 신문의 평소 행적이 극우적이다 보니 우리나라 언론에 안 좋게 비치긴 했습니다만 기사 자체로만 놓고 보면 싸이와 강남스타일에 대해 판단 자체를 아끼고 있다고 보입니다.
[출처-서울신문]
오히려 산케이 스포츠는 9월 23일 어느 일본 언론보다도 먼저 싸이와 강남 스타일에 대한 패배 선언을 했었습니다. 이번에도 자극적인 헤드라인으로요.
‘일본은 음악도 한국에 참패! 레이디 가가도 뛰어넘은 대히트 싸이, 아이튠스도 1위(日本は音楽も韓国に惨敗!ガガ超える大ヒット「PSY」、iTunesも1位)’라는 컬럼을 실었거든요. 독도 문제가 한창인 이때 일본이 가전, 전자에 이어 음악에서도 패배했다는 게 화가 난다면서도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높은 음악성과 절묘한 판매 전략으로 유럽과 미국 언론에서 극찬을 받고 있다는 건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일본의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인터넷을 통한 세계화에 뒤처져 한심하기 그지없다는 표현을 쓰며 일본 음악계와 연예계의 각성을 촉구하고 있네요. 일본의 극우신문조차 패배선언을 하게 만든 싸이의 강남스타일, 정말 굉장합니다.
강남스타일 최초 무관심은 일본이 바라는 한류 스타상이 아니기 때문.
뒤늦게 특별방송 등 불 붙어
그렇다면 최초에 일본 언론이 보인 싸이와 강남스타일에 대한 무관심은 무엇 때문일까요? 그 원인은 한일관계의 냉각에도 있지만, 그보다 일본의 취향과 독특한 환경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출처-서울신문]
(전략) 또한 외국의 문화가 어떤 스타일인가 하는 점도 일본 문화 수용자에게 유행 여부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기준의 하나이다. (중략) 싸이와 비슷한 스타일의 연예인은 일본에도 있고, 싸이를 세계적 스타 반열로 만든 '말춤'은 일본에서는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을 준다. (후략)
<'강남스타일'이 일본에선 유행하지 않는 이유> 조선일보, 2012. 10. 8
일본은 속칭 갈라파고스라고 불리는 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세계적인 시류와 다소 동떨어진 구석이 존재합니다. 유튜브로 세계적인 인기더라도 일본은 유튜브로만 인기를 얻기 어렵고, 애초에 배용준, 장근석 같은 꽃미남 스타일을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9월 말, 같은 기간 동안 싸이 대신 소녀시대의 새 앨범이 오리콘 차트 1위를 차지했다는 걸 보면 일본 언론의 강남스타일 홀대는 한일관계 냉각이라는 정치적인 면과는 큰 관계가 없어 보입니다. 일본 한류 팬이 한국에 기대하는 것은 유머보다는 선남선녀였다는 거죠.^^;
[출처-서울신문]
하지만 연이은 빌보트 차트 도전과 전세계적인 이슈로 일본도 10월 들어 강남스타일을 크게 다루기 시작했습니다. 10월 3일 일본 지상파 방송인 니혼TV의 정보전달 프로그램 ‘미야네야’는 싸이의 특집 방송을 했다고 하네요. 그 이후 일본 포털에서도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가 유튜브 3억5천만 뷰를 달성했다며, “결국 강남스타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말춤 연습이나 할까?” 같은 일본 네티즌들의 트위터 반응을 전하고 있습니다. 신문은 행간을 읽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하죠. 이제 일본에서도 유행할 말춤을 보는 일만 남았네요. 내일 새벽 강남스타일의 빌보드 제패를 기원합니다!
©다독다독
*여러분의 관심과 성원으로 다음 메인에 노출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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