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1. 19. 10:06ㆍ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독서의 계절 가을을 맞아 책을 구매하시려다가 이상하다는 생각 한 번쯤 해보셨을 겁니다. 어떤 책은 정가 그대로 받는데 어떤 책은 20%, 30% 심하면 50% 더 싼 가격을 받기도 하죠. 이는 도서정가제가 적용된 가격인지 아닌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인데요. 도서정가제가 다시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싸게 사면 무조건 좋은 것 아니냐고요? 오늘은 책을 많이 읽으시는 다독다독 독자분들과 함께 도서정가제에 대해 말씀을 나눠볼게요.
[출처-서울신문]
도서정가제란?
일단 도서정가제부터 정리하고 갈까요? 책값의 과열 인하경쟁으로 학술, 문예 등의 서적 출간이 위축되는 것을 막기위해 서점들이 출판사가 정한 도서의 가격대로 팔도록 정부가 강제하는 제도를 도서정가제라고 합니다. 한마디로 출판사가 정한 정가대로 책을 팔아야 한다는 제도입니다. 도서정가제는 2003년 2월부터 시행되었고 온라인 서점에 한해 출간 1년 이내의 신간은 10% 가격할인을 해줄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1년이 넘은 구간은 서점이 마음대로 할인폭을 정하도록 했고요. 하지만 2007년 10월 20일부터 시행된 출판문화산업진흥법은 이 신간을 발간된 지 18개월 이내의 서적으로 정하였습니다. 신간 할인 10%는 오프라인 서점에서도 할 수 있도록 했고요.
온라인서점+소비자VS오프라인서점+출판계, 도서정가제 갈등의 역사
도서정가제는 제정되었던 10년 전부터 오늘날까지 끊임없이 논란이 있어 왔습니다. 책에 대해서만 할인 폭을 엄격히 제한하는 건 경쟁원리에 어긋나고 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한편이고요. 모든 것을 시장에 방임하는 경쟁원리는 문화산업이라는 출판업의 특성을 외면한 처사이며 과도한 할인경쟁은 결국 소비자의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주장이 또다른 한편입니다. 이 두 의견은 지난 2010년에도 각 이해관계자들 사이에 첨예한 대립을 낳았었습니다.
[출처-서울신문]
도서 정가제를 둘러싼 힘겨루기가 다시 시작됐다. 책에 대해서만 할인 폭을 엄격히 제한하는 것은 경쟁원리에 어긋나고 소비자 권익도 외면한다는 주장과, 단순한 경쟁원리 도입은 문화산업이라는 출판업의 특성을 외면한 처사이자 이로 인한 과도한 할인경쟁은 궁극적으로 소비자 부담을 야기한다는 주장이 맞붙었다. 생존을 건 싸움이라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후략)
<다시 불붙은 도서정가제 논란> 서울신문. 2010. 2. 25
인터넷서점들은 할인과 마일리지가 줄어들게 되어 경쟁력이 약화되니 좋아할리 없고 소비자들은 나중이야 어쨌건 지금 당장 책을 싸게살 수 있는 기회를 놓치기 때문에 반대하는 의견이 우세했습니다. 그에 반해 오프라인 서점들과 출판계는 도서정가제를 더 엄격히 지켜야 출판시장 전체가 살아날 수 있다고 찬성하는 의견이 우세했죠.
[출처-서울신문]
하지만 불황에 제살 깎기 할인 경쟁이 이어지자 출판사들의 매출은 감소하고 자본 잠식 상태까지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동네서점들은 줄줄이 폐업해 70% 급감했고요. 게다가 우리나라는 G20 중 공공도서관 책 구입비가 최저인 나라입니다. 도서문화진흥법까지 따로 제정해 독서와 문화를 장려하겠다는 우리나라의 국력을 생각해 보았을 때 참 부끄러운 일이지요.
(전략) 출판인들은 책값 할인경쟁은 제 살 깎아먹는 짓이자, 결국 출판산업 전체가 공멸하는 것이라며 철저한 제도적 보완과 정비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후략)
<책 권하지 않는 사회… 출판계 “빈사상태” 아우성> 세계일보. 2012. 11. 16
책이 영화, 드라마 등 다른 많은 문화산업의 원천이 된다는 걸 생각해 보면 문화산업 전반의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도서정가제 엄격하게 지키고 출판계도 책값에 거품 걷어야
출판인들은 출판문화 살리기의 첫걸음이 도서정가제 정착이라고 본다고 합니다. 이미 프랑스나 독일 등 도서 선진국에서 실시하고 있으며 OECD 국가 중에서도 영어권 국가를 제외한 프랑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일본 등이 자국어 출판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로 시행하고 있다고 하지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여태 제정해 놓고도 허울뿐인 적용이 되었습니다. 서점에서 도서정가제가 적용된 책은 불과 12.8%였다고 해요. 거의 10%밖에 적용되지 않는 제도가 제대로 되고 있다고 보긴 힘들겠죠.
출판계는 현행 도서정가제를 ‘무늬만 정가제’라고 비판한다. (중략) 2012년 11월 13일 현재 교보문고 광화문점 도서 중 12.8%만 정가제가 적용된다고 한다.
<허울뿐인 도서정가제, 무너지는 독서생태계> 중앙일보. 2012. 11. 16
사실 지금과 같은 출혈경쟁은 서점에게도 출판사에게도 나아가 독자에게도 제살깎아 먹기에 지나지 않습니다. 서점은 온갖 이벤트와 할인으로 가격을 후려치고 출판사는 울며 겨자 먹기로 그에 응해야 하니 애초부터 할인을 감안한 높은 정가를 매기게 되고, 소비자는 싼 가격에 산 것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고 말이죠. 이 악순환으로 실제 출판사가 내는 신간 비중은 날이 갈수록 줄어 왔습니다. 출판계가 무너지면 좋은 책들을 볼 수 있는 기회 자체가 대폭 줄어들게 되니 서점, 출판사, 독자 나아가 모든 문화계에 좋지 않은 일입니다.
[출처-서울신문]
출판계가 제살 깎아 먹기식 책값 할인을 차단하기 위해 도서정가제를 전면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나섰다. (중략) 출판계에서 논의 중인 개정안 초안은 ▲도서정가제 적용에 18개월 기한 폐지 ▲실용서·학습참고서 등 전분야에 정가제 적용 등이 주요 내용이다. (후략)
<도서정가제 전면 확대 추진> 연합뉴스. 2012. 11. 16
이에 정치권에서도 도서정가제 전면 확대를 골자로 한 출판문화산업진흥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26일까지 발의 되는 개정안 초안에는 신구간이나 분야를 가리지 않는 도서정가제 완전 적용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과당 경쟁을 막고 출판 유통 구조를 투명하게 하면 국내 신간이나 좋은 책들을 소개하는데 활기를 되찾을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죠.
아직 인터넷 서점의 마일리지를 놓고 진통이 있지만 취지에는 업계가 전반적으로 공감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출판업계의 상황이 안 좋아 졌다는 방증이기도 하죠. 인터넷 서점이 양보하면 출판계도 그간 부풀렸던 도서 정가의 거품을 걷어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선순환이 일어나 좋은 책을 독자들이 마음껏 읽을 수 있게 될테니까요. 2보 전진을 위해 모두가 한 발씩 양보해야 할 때가 아닐까 합니다.
©다독다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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