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 9. 09:49ㆍ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신촌 지하철역 3번 출구 앞 홍익문고에는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누군가를 기다리며 북적거리고 있을 것입니다. 대표적인 만남의 장소 홍익문고. 언제나 그곳에 있는 게 당연한 것 중 하나였는데 얼마 전 신문기사를 읽고 깜짝 놀랐습니다. 홍익문고가 재개발 사업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기사였습니다. 다행히 며칠 뒤 서대문구청이 창천동 일대 도시환경정비구역 지정 계획안에서 홍익문고를 제외한다고 밝혔습니다. 원래는 계획안에 따라 대형 상업시설이 들어설 예정이었다고 하는데요. 이번엔 많은 사람들의 힘으로 지켜냈지만 60년 홍익문고의 전통은 개발 앞에 너무 약하구나 싶어 안타까웠습니다. 이번 홍익문고 사례로 오프라인 서점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가 새삼 깨닫게 되기도 했고요.
독서의 해였던 작년 2012년
2012년은 독서의 해였습니다. 독서를 통해 개인이나 우리 사회가 얻는 엄청난 가치를 확대시키자는 취지에서 지정됐죠. 독서의 해를 통해 사람들이 일상 샐활 속에서 좀 더 책을 많이 읽었으면 하는 바람에서요.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작년 출판계 실적은 말이 아니었다고 하죠. 싼 가격과 편리한 구매 방법으로 쑥쑥 크던 온라인 서점들까지 전년 대비 매출이 5% 안팎 감소될 전망이라고 하니 오프라인 서점은 말 할 것도 없는거죠.
[출처-서울신문]
관련 수치도 이를 방증합니다. 국내 서점 수는 지난 99년 4,595군데에서 10년만에 1,825군데로 줄었다고 합니다. 3군데 중 무려 2군데가 문을 닫은 거죠. 생각해보면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작은 서점이 주변에서 자취를 감춘지도 오래됐네요. 이런 오프라인 서점의 위기는 전세계적으로 퍼져있습니다. 미국에서 두 번쨰로 큰 서점 ‘보더스’가 지난해 파산한 데 이어 1위 업체인 ‘반즈앤노블’ 맨해튼점이 폐점했으니까요. 오프라인 서점의 위기는 이렇게 차근차근 확실하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서점을 살리기 위한 노력들
오프라인 서점은 이제 안된다며 절망스러워하는 와중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오프라인 서점이 영국에 있다고 합니다. 지점이 6개인 영국의 서점 체인 ‘다운트’. 수 많은 지점을 전세계에 갖고 있는 대형 서점 체인조차 지점을 줄이고 문을 닫는 와중에 영국의 다운트는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 모으고 있다고 합니다. 그 비결은 바로 국가별로 책을 진열하는 것.
[출처-서울신문]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사면 귀찮게 직접 서점에 갈 필요도 없고 싼 값에 살 수 있어 편리했지만 관련 책을 추천 받고 싶거나 할 때는 좀 곤란한 경우 많으셨죠? 그런 독자들의 욕구를 다운트는 채워줬습니다. 국가별로 소설이나 여행책이 분류돼 있기 때문에 한눈에 모든 걸 비교해 볼 수 있습니다. 이번에 이탈리아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다운트에 가서 다양한 이탈리아 여행책뿐 아니라 이탈리아 문화, 소설 등을 다룬 책을 읽으면서 더 깊이있는 이탈리아 여행을 계획할 수 있는거죠. 페터 회의 소설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을 재미있게 읽어 다른 덴마크 작가의 책을 읽고 싶다면? 다운트에 가서 덴마크 진열대에 가기만 하면 되는거죠. 다운트의 강점은 특이한 진열 방식에만 있지 않습니다. 서점에 진열된 책은 모두 서점 직원들이 읽을 만하다고 생각해 고른 책들로만 엄선된다고 해요. 게다가 읽고 싶은 종류의 책을 설명하면 직원이 정확하게 책 추천을 해주니 다운트에 한번 발을 들이면 다른 곳은 가기 힘든거죠. 온라인 서점의 공세로 최근 5년간 25%의 동네 서점이 문을 닫은 상황에서 다운트의 선전은 어려움을 겪는 오프라인 서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단순히 싼 책이 아니라 좋은 책을 독자에게 골라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는 사례니까요.
오프라인 서점 위기 타파를 위해 최근 다양한 지원책이 나왔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으로 실시된 이번 사업은 동네 서점의 경쟁력 강화를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폐점 위기에 몰렸던 홍익문고 등 10곳이 선정됐는데요. 선정된 10개 지역, 10곳의 오프라인 서점은 다양한 문화 활동을 통해 서점 본연의 역할 뿐 아니라 지역 문화공간으로도 활용될 계획이라고 합니다. 선정된 동네 서점은 홍익문고(서울) 외에 한양서적(부산), 아벨서점(경기 인천), 호세호치어린이서점(경북 대구), 삼화서점(전북) 등이라고 하는데요. 이들 서점이 지역의 책과 문화 거점으로 활발하게 기능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소설가 이문열은 동네 서점이 점점 자취를 감춰가는 현 상황에 대해 ‘놀랍고, 쓸쓸하고, 작가로서 섬뜩하다’고 말했습니다. 온라인 서점은 모든 책을 다 보여주지 못하는 구조적인 문제를 갖고 있지만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오프라인 서점이 사라져 독자의 선택권이 제한되는 상황을 우려하는 것이죠. 오프라인 서점을 이용하는 것은 단순히 책을 사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는 행동임을 알 수 있네요. 책을 읽고 독서 문화를 향유하고 나아가 독자를 위한 책 ‘생태계‘를 활성화 시키는 것. 우리가 오프라인 서점을 더 많이 찾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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