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동중학교 야구부가 도서관에 가는 이유

2013. 1. 14. 13:23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얼마 전, 고교야구 학생선수가 서울대 체육교육학과에 합격해 화제가 되었는데요. 대한야구협회가 선수들의 학습권 보장을 목표로 주말리그 체제를 시행한지 2년 만에 이루어낸 쾌거이기에 더욱 반가운 소식입니다. 이 선수는 방과 후 독서실에서 독학을 통해 모자란 학업을 보충했다고 해요. 경상남도 김해에서는 야구부 감독님, 교장선생님, 그리고 사서선생님이 뜻을 모아 학교 내에서부터 야구부의 학습권을 지켜주고 있다고 합니다. 김해 내동중학교만의 특별한 야구부 활동, 도야부를 만나볼까요?





도서부와 야구부의 만남, ‘도야부’


경남 김해의 내동중학교에 도착하니 정문에 걸려있는 ‘NC다이노스 주니어 파이널 준우승’ 플랜카드가 저를 반갑게 맞이해 주고 있었습니다. 여러분은 야구유니폼을 입은 학생선수들이 도서관에서 책 읽는 모습. 상상되시나요? 내동중과 김해의 자랑인 내동중학교 야구부 선수들에게는 흔히 있는 일입니다. 야구부와 박창선 사서선생님의 만남은 3년 전 우연히 시작되었습니다. 야구부의 박종호 감독님께서는 평소 학생들에게 영어공부 과제를 내주시는데요. 숙제에 어려움을 느낀 야구부 학생들이 사서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하며 야구부와 사서선생님의 특별한 인연이 시작되었다고 해요. 이후 야구부의 학습기회 증진이라는 같은 뜻을 가진 감독님과 사서선생님이 뜻을 모아 사서선생님이 프로그램을 만들고, 감독님의 주도로 참여하는 다양한 독서, 학습 프로그램을 시행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교장선생님과 교감선생님의 학교 도서관에 대한 애정, 학생선수들의 학업활동 참여에 대한 감독님의 적극적인 지원, 그리고 야구부 학생들의 열정과 사서선생님의 노력을 바탕으로 ‘도야부’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도야부’란 훌륭한 사람이 되도록 몸과 마음을 닦아 기른다는 의미의 도서부, 야구부의 약자로 김해 내동중학교에만 존재하는 특별 활동부인데요. 도야부는 독서활동은 물론이고, 도서부와 야구부의 멘토·멘티 활동, 독서토론과 책 낭독회 등 다양한 독후활동까지 함께하고 있다고 합니다. 


도서부의 황신영, 황현영 학생은 시험기간이 되면 노트필기를 정리해 야구부 학생들과 공유하는 등 야구부의 학습 멘토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두 학생은 “얼마 전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주제로 토론하는 독후활동을 했어요. 토론사회자와 야구부 변호 역할을 맡았는데 토론회가 저에게도, 야구부 친구들에게도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말하는데 큰 도움을 준 것 같아요. 학교 폭력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보는 계기도 되어서 뜻 깊었어요.”라며 눈을 반짝이더라고요. 또 감독님이 주최하신 도야부 피구대회를 통해 색다른 체육활동을 했던 일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습니다. 내동중학교의 도야부 활동이 야구부에게 학습의 기회를 줄 뿐 만 아니라, 야구부와 도서부의 학생들에게 학창시절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도서부와 야구부, 도야부





체력, 기량, 그리고 인성과 지식까지 갖춘 내동중 야구부


대한야구협회가 선수들의 학습권 보장에 관심을 가진 이후 많은 학생선수들이 학교수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많은 선수와 학부모, 그리고 야구 관계자들조차도 학습참여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데요. 이 가운데 내동중 야구부 박종호 감독님의 학생선수에 대한 철학은 선수들의 졸업 이후에 대한 고민도 함께 내포되어 있어 좋은 선례가 되고 있습니다. 감독님은 학생선수의 수업결손으로 인한 성적저하현상, 또 운동을 그만둘 때 나타나는 사회 부적응과 사회적 열등생이 될 우려 등 학생선수의 학력저하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했다고 해요. 또 훌륭한 야구선수가 된 이후에도 생각을 글로 표현하고, 책을 통해 지식을 얻는 현명한 야구인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도야부 활동을 장려하고 있습니다. 평생교육의 기본 틀을 마련해 주고 싶은 감독님과 사서선생님의 깊은 배려가 느껴지네요. 




책을 통해 야구 밖의 세상을 경험하는 학생선수


내동중학교의 도야부는 방학 중에는 문학기행과 독서캠프, 학기 중에는 방과 후 학습을 비롯해 독서토론과 책 낭독회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요. 내동중 야구부의 1학년 임경목 학생은 이번학기 가장 기억에 남는 책으로 제임스 프릴러의 ‘방관자’와, 고양원더스 김성근 감독의 ‘김성근이다’를 꼽았는데요. 학생으로서 학업과 선수로서의 운동, 그리고 독서까지 모두 열심히 해 현명한 투수가 되겠다는 임경목 학생의 다짐이 내동중 도야부의 원동력인 것 같습니다. 






내동중학교의 졸업생이기도한 야구부 김유겸 코치님은 도야부 활동에 대한 부러운 마음과 고마운 마음을 동시에 표현했고, 오재성 선수의 부모님께서도 가정에서 직접 독서를 실천하며 도야부를 응원하고 있습니다. 내동중의 ‘도야부’는 단지 도서부와 야구부의 연계활동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정서적 교감과 경험을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는데요. 운동장에서 훈련하는 학생선수에게도, 교실에서 공부하는 학생에게도 오늘의 경험이 훗날 훌륭한 인물이 되었을 때 소중한 추억이 되길 바라며, 내동중학교의 도야부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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