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용방법 알아보니

2013. 2. 22. 16:12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시비 대상입니다. 영어 ‘in spite of, despite, nevertheless…’ 등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나온 번역어이기 때문이지요. 이런 번역어의 사용은 내용전달이 중시되는 객관적인 문장에서 사용하기엔 군더더기가 많은 어구라는 지적을 받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반면에선 시와 노래의 제목으로까지 등장하게 된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경쟁력 있는 표현이 돼가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용해도 괜찮은 걸까요?

 

 

 

 

 

 

이중적 구조를 통해 의미를 강조해주는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경쟁력

 

 

 

관용구는 관용적으로 두 개 이상의 단어가 결합한 구로, 특정한 뜻을 나타내는 형태를 말합니다. 국어사전에서는 이런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하나의 관용구로 처리해 놓았습니다. “그럼에도‘와 ’불구하고‘라는 두 표현을 합해 놓은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비록 사실은 그러하지만 그것과는 상관없이’라는 이중적 구조의 뜻을 지녔습니다.

 

 

 

‘그는 아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일하러 나갔다.’
‘웃자고만 쓴 책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주를 향한 거듭되는 도전과 실패,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기대와 다르거나 상반되는 내용이 뒤에 올 때 앞뒤 문장을 이어 주는 구실을 합니다. 그러면서 ‘강하고 단정적인 의도’를 추가하여 문장의 의미적 맥락을 경쟁력 있게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지요. 따라서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다른 말로 대체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물론 시비를 거는 쪽의 말대로 ‘불구하다’를 빼도 뜻은 통하지만, 그렇게 되면 ‘강하고 단정적인 의도’는 담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의해서 사용해야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분명 의미를 강조해주는 경쟁력 있는 관용구이기는 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기사와 같은 객관적 글쓰기에서는 필요 없을 때가 많습니다. 특히 간결하고 객관적이어야 하는 스트레이트 기사에서 ‘불구하다’는 쓰지 않는 게 나아 보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왜냐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관용구 자체가 ‘불구하고’라는 군더더기 어휘가 붙은 표현일 뿐만 아니라 이런 연결구의 군더더기는 문장의 간결성을 떨어트리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방통위가 영업정지 처분을 내린 건 2004년 이후 처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조치로….’ 이 기사 문장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그럼에도’라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습니다. 간결한 표현을 바란다면 ‘그럼에도’만 쓰는 것이 더욱 문장의 간결성을 갖출 수 있지요. 

 

 

‘불구(不拘)하다’는 ‘-ㅁ(음)에도’ 외에 ‘-ㄴ데도’, ‘-에도’와 어울려 쓰입니다. ‘얽매여 거리끼지 아니하다’라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같은 뜻으로 ‘물구(勿拘)하다’라는 단어가 있는데요, 물구(勿拘)하다 역시 ‘-ㅁ(음)에도/-ㄴ데도/-에도’의 구성으로 사용됩니다. 한데 이때 문장 안에서 ‘에도’와 ‘불구하다’라는 같은 의미가 충돌하게 되어 문장의 간결성을 떨어트리게 합니다. 조사 ‘에도’는 ‘무엇에 얽매이지 않음’을 나타냅니다. 따라서 ‘불구하다’를 덧붙일 이유가 없을 때가 대부분인 것입니다. ‘정치권의 해묵은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보수 여당의 완강한 반대로 늘 제자리걸음이었다.’ 여기서 ‘과제임에도 불구하고’는 ‘과제였는데도’, ‘과제였지만’이라고 해도 충분한 것입니다. ‘한겨울인데도 불구하고 포근한 날씨가 계속 되는 가운데’, ‘불황에도 불구하고 자전거 매출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이 문장들에서 깔끔하지 않은 느낌을 받았다면 ‘불구하고’ 때문이다. 객관적이고 간결한 문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적절치 못한 관용구인 것 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남용하는 기사들


 

 

 

그렇지만 역시 앞서 설명했듯이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이중적 의미 구조로 내용을 강조하기 위한 관용구로서는 경쟁력 있는 표현입니다. 다만 글의 목적과 사용을 고려해서 적절한 기준을 가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훨씬 자연스러운 글쓰기에 유용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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