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차별 꼬집는 ‘직장의 신’ 박수 받을까?

2013. 4. 9. 11:35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요즘 월화드라마가 아주 뜨겁죠? 김태희가 차세대 장희빈을 맡은 ‘장옥정, 사랑에 살다’에 맞서 원조 장희빈이었던 김혜수는 직장의 신으로 돌아왔습니다. 직장 생활의 애환을 다루면서도 자발적 비정규직인 미스 김(김혜수)의 발언과 행동 하나하나가 통쾌함을 주고 있는데요. 어제 방송에서는 장규직(오지호)이 계약직의 아픔을 처절하게 건드렸지요. 실질적인 비정규직이 세운 공을 그 자리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정규직의 실적으로 빼돌리려 했기 때문입니다. 드라마 직장의신 속에 드러난 비정규직과 현실의 뜨거운 감자 비정규직은 어떤 모습일까요?



[출처 – KBS 직장의 신 홈페이지]




파견의 품격, 현실 속 비정규직의 품격이 될 수 있을까?


직장의 신은 2007년 일본에서 방영되어 히트 쳤던 드라마 파견의 품격을 리메이크한 작품입니다. 원작인 파견의 품격은 우리나라 케이블TV에서는 만능사원 오오마에라는 제목으로 방영되기도 했었죠. 자발적으로 3개월 비정규직을 택하는 주인공은 셀 수도 없는 자격증과 뛰어난 능력으로 갖가지 문제를 해결합니다.



<직장의 신>이 호평 받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공감일 것이다. <직장의 신>은 '비정규직'을 주인공으로 삼아 현재 대한민국에 만연한 체제를 전복시키려 한다. 사회에서라면 다들 고개를 숙여야 할 하버드 출신의 정규직에게 당당하고 할 말 다하는 비정규직의 모습은 대한민국의 수많은 직장인들에게 속 시원함을 안겨줄 것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뿐만이 아니다. 상사와 부하직원의 관계도 역전되고 중요한 일과 하찮은 일도 역전이 된다.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가치체계를 전복시킴으로써 주는 쾌감은 상당하다.(후략) 


직장의 신, 작품의 주제를 드러낸 엔딩장면 (미디어스, 2013-04-03)



이렇게 당당한 캐릭터인 만큼 김혜수는 자칫 만화 같아 보이기 쉬운 주인공의 중심을 잘 잡고 있습니다. 이번에 불거진 논문 논란도 깔끔하고 쿨하게 해결한 그녀에게 딱 들어맞는 캐릭터인 거 같아요.



[출처 – 서울신문]



하지만 직장의 신이 공감을 얻고 쾌감을 느낀다는 건 반대로 얘기해서 현실은 그렇지 못 하다는 걸 겁니다. 현실의 비정규직은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더라도 낮은 급여와 처우를 감수해야 되는 처지입니다. 심지어 근무 여건을 떠나 계속 일하고픈 의지마저도 묵살 당하기 일쑤죠. 올해만도 새 학기를 앞두고 계약이 해지된 학교비정규직이 6475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70%는 비정규직 본인의 희망과 무관하게 해고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민주통합당 유기홍 의원과 민주통합당 노동대책위원회 소속 의원 25명은 26일 ‘전국 학교비정규직 계약해지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국 단위 학교비정규직 계약 해지 현황을 전수 조사한 것은 이번이 최초다. 조사는 지난 1월25일~2월22일까지 전국 1만1000여개 초ㆍ중ㆍ고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2월 현재 기간제 직원 5300여명, 무기계약직 1100여명 등 총 6475명이 새 학기를 앞두고 계약이 해지됐다. 이들 중 72%(4635명)는 본인의 희망과 무관하게 해고됐다. 무기계약자의 61%(679명)도 같은 상황이었다.(후략)


학교 비정규직 10명 중 7명 “본인 희망 무관하게 해고 당해” (헤럴드경제, 2013-02-26)



환경미화원, 산후조리원, 유치원 교육 보조교사 및 종일 강사, 상담원, 사서 보조, 학습 보조 교사, 스포츠 강사 등 모든 비정규직이 직장의 신 속 미스 김처럼 당당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하지만 현실 속 비정규직은 정주리(정유미)에 가깝겠죠.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그나마라도 잘릴까봐 말도 못하고 속으로 삭이기만 하는 그런 비정규직이요.



전국 학교 비정규직 계약 해지 실태 조사를 최초로 발표한 유기홍 의원도 비정규직 고용불안 해법은 직접 고용이라고 밝혔습니다. 고용 안정성이 우선 전제가 되어야 처우를 개선할 수도 있고 궁극적으로 소비가 살아나 경제가 활성화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각 분야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조금씩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마트,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길 열려



[출처 – 서울신문]




우선 노사 문제로 시끄러웠던 이마트가 상품 진열 비정규직 9,100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마트는 1일 전국 146개 매장의 상품 진열 도급사원 9,100명에 대한 정규직 채용을 완료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 인원은 지난달 4일 진열 도급사원 1만여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고 밝힌 총 인력의 81% 수준이다. 한 달간의 입사전형 과정 중 중도 퇴사 의사를 밝힌 사원이 생겼기 때문이다.(후략) 


이마트 진열 비정규직 9,100명 정규직 채용 완료 (헤럴드경제,2013-04-01)



진열 도급사원과 전문판매사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하여 이마트는 정규직만 26000명에 달하는 회사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공공부문은 어떨까요? 



8일 고용노동부는 ‘2012년 공공부문 비정규직 실태조사’ 결과 지난해 기준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가 총 24만9천614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보다 8천621명 늘어난 규모다. 지난해에는 2만2천여 명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고 올해는 4만1천명 이상이 전환될 예정이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무기계약직 전환 (경기일보,2013-04-09)



학교를 중심으로 한 공공부문의 비정규직도 올해 41,000명 이상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한 발을 떼었네요.



월마트를 세운 세계적인 CEO 샘 월튼은 우리 사업은 전적으로 사람사업이라며 행복한 직원이 행복한 고객을 만든다고 설파했습니다. 행복한 직원이 행복한 고객을 만들 수 있고 그래야 그 고객이 다시 찾아 올 것이기 때문이죠. 그는 그것이 사업 수익의 진정한 원천이라고 말했습니다. 마트에서도 그렇고 고객들을 직접 만나는 건 대부분 비정규직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들이 행복해야 고객도 행복하고 사업도 번창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런 생각만 모두 가지고 있다면 현실적으로 비정규직의 드라마틱한 변화는 힘들겠지만 한발한발 나아가다 보면 현실도 조금씩 바뀌어 나가겠죠.



[출처 – KBS 직장의 신 홈페이지]



드라마나 영화가 끝난 후에 NG장면이나 촬영 장면을 보여주는 것은 예전에도 많이 사용되었던 방법이다. 그러나 <직장의 신>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이 드라마를 만들고 있는 이들 또한 '직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는 '직장에서 일'을 하며 살고 있고, 그것이 인생에서 매우 중요하고 귀중한 가치임을 마지막 장면은 보여준다.(후략) 


직장의 신, 작품의 주제를 드러낸 엔딩장면 (미디어스, 2013-04-03)



오늘도 고된 하루가 예상 되시나요?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유명한 명대사가 있습니다. '인생은 초콜렛 박스와 같다고.. 다음에 어떤 맛이 나올지 모르니까'. 직장의 신 엔딩처럼 정규직, 비정규직 구분 없이 열심히 일하고 그 일의 귀중한 가치를 느낄 수 있는 하루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직장인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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