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4. 8. 14:25ㆍ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인터넷 대란에 이어 해킹 대란입니다. 국제 해킹 집단인 어나니머스가 북한 웹사이트 해킹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는데요. 실제 지난 3월 말일 조선중앙통신을 비롯한 고려항공, 내나라, 우리민족끼리 등 북한 일부 웹사이트가 해킹 당하고 접속 장애 현상이 발생했었습니다. 특히 북한의 대남선전용 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의 가입자 정보 1만 5천 건을 인터넷에 공개해 큰 파문이 일었습니다. 과연 어나니머스의 목적과 정체는 무엇일까요? 정보화가 늘어날수록 많아지는 해킹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출처 – 서울신문]
타임지가 영향력을 인정한 국제해킹그룹, 어나니머스
국제해킹그룹인 어나니머스(Anonymous)는 영단어 뜻 그대로 익명을 뜻하며 뚜렷한 리더가 없는 점조직의 국제해킹그룹이라고 합니다. 로고 역시 리더가 따로 없이 익명으로 활동하는 자신들을 표현하고 있다고 해요. 영화 브이포벤데타의 주인공인 브이가 쓰는 가이포크스 가면을 쓰고 등장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들은 스스로를 인터넷 검열 반대와 표현의 자유 그리고 정의를 위해 해킹을 하는 단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게 무슨 만화 같은 소리냐고 하실지 모르겠지만 최근 이런 단체가 현실 속에 점점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습니다. 이른바 핵티비즘 단체인데요.
[출처 – 서울신문]
핵티비즘(hacktivism)은 단순히 컴퓨터의 보안을 뚫고 망에 침입하는 해커와는 다르게 정치 사회적 목적을 이루기 위해 해킹을 하는 운동을 말합니다. 해킹과 정치행동주의를 뜻하는 액티비즘(Activism)의 합성어지요. 인터넷 상에 미국 외교 기밀을 폭로해 큰 주목을 받았던 위키리크스 역시 핵티비즘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나니머스는 당시 미국 외교 극비 정보를 인터넷에 폭로한 위키리크스를 지지하기 위해 위키리크스 기부를 막은 비자, 마스터카드. 페이팔 사이트에 디도스 공격을 하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소니의 PSN는 물론 IMF와 FBI를 해킹 공격하여 정보를 빼내기도 했고요.
우리나라에서는 이번 우리민족끼리 사건으로 알려졌지만 그들은 이미 2012년에 타임지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 100에 선정될 정도로 유명한 조직이기도 합니다.
▶The World's 100 Most Influential People: 2012 - Anonymous (Hackers)
그런 그들이 북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최근 북한의 핵도발과 전쟁 도발에 대한 조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미 북 아프리카 민주화 운동, 이집트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시민을 탄압할 때 이를 전세계에 알리고 디도스 공격을 감행했던 적이 있는 어나니머스는 핵무기 중지와 김정은 퇴임 등을 촉구하며 북한 정부를 향해 사이버 전쟁 선전포고를 합니다. 이 해킹을 통해 어나니머스는 4일 대남선전용 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 회원 명단이라며 이름, 이메일, 생일 등 개인정보가 포함된 리스트를 발표하기에 이르죠.
국제 해커조직 ‘어나니머스(Anonymous)’가 6일 북한 대남선전사이트 ‘우리민족끼리’의 회원 6216명의 명단을 추가로 공개했다. 검찰과 경찰은 어나니머스가 공개한 우리민족끼리 회원 1만5000여명의 가입 정보를 토대로 한국인을 가려내고 있다. 현재 국내인으로 추정되는 회원은 2500여명에 이른다. 실명확인 작업이 끝나면 이들이 북한 정권을 찬양하는 글을 반복적으로 올렸거나 외부로 유포했는지 등을 따져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사법처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후략)
국제 해커조직 ‘어나니머스’, ‘우리민족끼리’ 국내 회원 6216명 추가로 공개 (국민일보, 2013-04-07)
뒤이어 어나니머스는 이스라엘 정부와 기업 사이트에 대해 사이버 공격을 감행했습니다. 그들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를 공습해 무고한 사람들이 죽은 데 대한 보복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이 공격으로 이스라엘 50개 사이트가 정지되었고 정보요원 1500여 명의 이메일이 공개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한국전쟁이 발발한 6월 25일, 북한 정부 사이트를 추가 공격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라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됩니다.
핵티비즘의 위험성. 마녀사냥과 테러리즘
어나니머스의 해킹에 의해 우리민족끼리 15000명의 회원정보가 인터넷 상에 무차별적으로 공개 되자 곧바로 종북 논란과 함께 이른바 신상털기가 시작되었습니다. 북한의 대남선전사이트에 가입한 남한 사람이라면 종북인사일 것이라는 논리로 말입니다. 실제 네이버, 다음, 네이트 등 국내 주요 포털의 이메일 주소로 가입한 계정이 500여 개였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일베 등 보수 사이트를 중심으로 유출 리스트에 대한 신상털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수사당국도 내사에 착수했고요.
[출처 - 서울신문]
문제는 이런 무차별적인 신상털기는 필연적으로 마녀사냥을 불러오고 이는 무고한 사람들을 억울한 지경으로 내몬다는 데 있습니다.
해킹 정보가 공개되고 난후 일간베스트 저장소 회원들은 특히 '간첩명단'이라는 제목으로 이름과 이메일 계정을 입력한 구글링 검색으로 회원 정보를 마구잡이로 공개하고 있다. 이들은 명단에 나온 회원들의 가입 행위만으로 국가보안법 위반이 된다면서 간첩으로 몰아가고 있다. (후략)
실제 가입한 적도 없는 사람의 개인정보가 유출되기도 하였으며 이른바 보수지로 분류되는 언론사의 이메일 주소가 가입되어 있기도 하는 등 사실 관계 파악부터 정확히 되어야 할 일에 섣불리 접근하고 있단 거죠. 법리적으로는 명백히 불법적으로 공개되어 증거능력이 없을 공산이 큰 이 리스트를 근거로 수사를 진행해야 하는 가에 대한 공방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출처 – 어나니머스 코리아 트위터」
이런 사회적 혼란을 예상치 못했는지 어나니머스 코리아는 트위터를 통해 자신들은 독재 정권인 김정은의 북한 정권을 공격하는데 목적이 있었던 것이지 종북 세력 색출은 자신들의 목적이 아니었다고 발표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자신들이 중립을 지키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지요.
이처럼 핵티비즘은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기 때문에 그들의 생각과 일치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도 많으며 사이버 테러리즘으로 빠지기도 쉽습니다. 이래서는 자신들만의 정의를 관철하기 위해 자살 폭탄 테러를 하는 테러리스트들과 다를바가 없지요. 물론 그들이 아랍의 민주화 운동을 지원한 것도 사실이며 소아성애 포르노 사이트들을 공격하는 등 순기능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활동에 책임을 지지 않고 질 수도 없는 조직이라는 점에서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세계가 정보화 되면서 새로이 등장한 해킹 운동, 핵티비즘. 과연 새로운 형태의 사회운동으로 발전할까요? 아니면 신종 테러리즘으로 전락할까요? 앞으로의 활동에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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