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기자들의 삶과 고뇌를 밀착 취재한 '뱅뱅클럽’

2013. 4. 22. 10:22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우리는 오늘도 많은 사진기자들이 촬영한 사진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봅니다. 저 아프리카의 내전, 유럽에서의 테러, 중동 지역의 전쟁을 사진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느끼고 있죠. 이런 사진은 세상을 보는 하나의 창과 같습니다. 사진기자들이 목격한 세상을 우리는 같은 방향으로 목격하고 그 목격을 통해서 세상을 이해합니다.



따라서 그 누구보다 사진기자는 양심적이어야 하며 거짓이 없어야 하며 정치적인 성향에 물들지 말아야 합니다. 사진기자를 동경했습니다. 그 이유는 사진의 힘 때문입니다. 사진 한 장으로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세상의 흐름을 가속화 시키는 촉매제가 되거나 우리가 알지 못하는 세계를 사진이라는 증명성 강한 매체로 제시하면 우리는 인식의 전환이 일어나고 우리의 편견마저도 바꾸게 합니다. 



이런 사진들은 목숨을 걸고 소명의식 하나로 사진을 찍는 사진기자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특히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나 내전 지역에서 목숨을 걸고 전투 현장을 뛰어드는 종군 사진기자들의 이야기는 너무나 감동스럽습니다. 뱅뱅클럽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일간지 '더 스타'지의 사진부에서 근무하는 4명의 사진기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2012년 국내에서도 개봉한 영화 '뱅뱅클럽'의 원작이기도 합니다. 영화가 개봉한 후에 국내에 책도 소개되었습니다. 






뱅뱅클럽은 90년대 초반부터 94년 남아공의 첫 민주주의 선거가 있기까지의 남아공 내전 상황을 촬영한 4명의 사진기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4명의 사진기자 이름은 저자인 '그렉 마리노비치, '케빈 카터', '주앙 실바', '켄 오스터브룩'입니다. 이 중에서 그렉과 케빈의 사진은 세계 최고의 언론 사진상인 '퓰리처상'을 받기도 하는 등 아주 유명한 사진집단입니다. 이들의 사진 때문에 세상 사람들은 전쟁과 내전의 참혹상과 아프리카 기아 상황을 알 수 있었죠.




▲수단의 굶주린 소녀- 사진기자 '케빈 카터'의 94년 퓰리쳐 수상작



특히 케빈 카터의 이 사진은 수단의 기아 참상을 세상에 알렸고 많은 나라가 이 사진을 통해서 수단의 참혹한 현실을 인식한 후 많은 구호품을 보내옵니다. 이 사진은 상당히 당혹스럽고 비참한 사진입니다. 구호소로 가던 소녀가 엎드려 있고 소녀가 죽기만 기다리는 매정한 콘도르가 소녀 뒤에 있습니다.  



이 사진은 많은 다른 수단인을 구할 수 있게 큰 도움이 되었지만, 사람들은 눈물을 훔친 후에 소녀의 이후 상황을 물었습니다. 또한, 소녀를 먼저 구했어야 하지 않느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아니면 사진을 찍고 소녀를 안고 구호소까지 데리고 가지 않았어야 하는 비판과 질문도 쇄도했습니다.



이에 사진을 찍은 '케빈 카터'는 콘도르는 사진을 찍은 후에 쫓았지만, 근거리에 구호소가 있어서 소녀가 무사히 구호소로 갔을 것이라고 대답합니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구호소까지 안고 데려다 줬어야 했다고 비판을 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 사진을 찍고 소녀를 구호소까지 데리고 갔어야 했을까요? 아니면 사진을 찍지 말고 소녀부터 구했어야 했을까요? 만약 사진을 찍지 않았다면 세상 사람들은 이런 수단의 현실을 몰랐을 테도 더 많은 수단 사람들이 기아로 사망을 했을지도 모르죠. 책은 이 과정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케빈 카터의 고뇌가 가득 담깁니다. 



사진의 도덕성 문제는 자주 있지 않지만, 꽤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사진이 먼저냐 아니면 사진에 담긴 사람이 먼저냐에 대한 고민들이 많죠.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긴박한 상황은 많지 않습니다. 사진을 찍는다고 해도 몇 초 걸리지 않고 그 후에 그 사람을 구해도 크게 다르지 않는다면 사진을 찍어도 큰 도덕적인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사진은 정지된 모습만 보여주고 실제 시간보다 길게 느껴지게 하기 때문에 많은 사진가들이 비판을 받습니다. 따라서 요즘은 사진을 촬영한 과정을 자세히 설명해야 사진의 도덕성 문제에서 헤어 나올 수 있습니다. 



책 뱅뱅클럽에서는 이런 사진에 대한 고민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동료 사진기자인 켄이 총에 맞고 쓰러질 때 뱅뱅클럽의 동료인 주앙이 켄을 부추기기 보다는 켄이 총에 맞은 사진부터 찍었습니다. 이는 습관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단 찍고 난 후 행동을 취하는 주앙의 행동이었지만 이는 주앙에게 평생을 가져가는 죄책감을 가지게 됩니다. 



그 이유는 켄의 아내가 친구이자 동료인 켄이 총에 맞았는데 사진부터 찍었다고 비판을 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을 자신의 힘으로 도와주지 못할 때의 절망감에서 느끼는 무기력함과 피를 흘리는 흑인들의 사진을 찍고 더 스타 일간지나 AP, 로이터, 뉴스위크지의 의뢰를 받거나 그 뉴스매체에 사진을 전송 후에 돈을 받는 행위들을 통해서 긴 죄책감을 가지게 됩니다. 그렇다고 사진기자들이 위급한 사람들을 안 도와주는 것은 아닙니다. 총에 맞은 부상자가 나오면 자신들이 타고 온 차로 병원에 후송하기도 합니다. 문제는 모든 사람을 그렇게 도와줄 수 없다는 것이 문제죠. 



케빈 카터는 동료의 죽음과 수단의 기아에 허덕이는 소녀를 안고 가까운 거리에 있는 구호소로 데리고 가지 않았다는 사람들의 곱지 않은 시선과 마약과 퓰리처상 수상 후에 가지는 사진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자살합니다.



좋은 사진들, 비극과 폭력은 분명히 강력한 이미지를 만든다. 이런 사진을 통해 우리는 돈을 번다. 그러나 사진 한장 한장 마다 우리는 대가를 치른다.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감정, 연약함 그리고 동정심이 셔터를 누를 때마다 우리에게서 떨어져 나간다

<책 뱅뱅클럽 217페이지>







이 책은 수단의 소녀 사진을 찍은 내용이 가장 도드라지긴 하지만 전체적인 내용은 아파르트헤이트라는 인종차별정책이 존재했던 90년대 초반의 남아공의 내전 상황에 관한 내용이 가득합니다. 넬슨 만델라라는 흑인 지도자를 지지하는 도덕성이 무기인 ANC 흑인세력과 같은 흑인이지만 먹고사니즘 때문에 백인들의 편에 섰던 줄루족이 주축이 된 잉카타 세력 간의 무력 충돌 내용이 가득합니다. 그리고 그 뒤에서 잉카타 세력을 뒷돈 찔러주듯 뒤에서 지원했던 남아공 백인정부의 파렴치함을 고발하는 내용도 많습니다


이런 내정 상황의 화약 냄새가 책에 가득한데 차마 거론하기도 어려운 살육의 현장음이 가득해서 책이 쉽게 넘어가지 못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세상의 현실이기에 분노의 감정을 간직한 채 견뎌가면서 책장을 넘겼습니다. 그리고 그 위험한 현장의 목격자로서 의사진기자로서의 소명의식과 저녁에 그사진을 전 세계 언론에 판매하는 사진기자들의 괴리감과 고민과 고통도 들어볼 수 있습니다.




케빈의 자살 소식은 일본인 '히사에 나카지마'에게 자극을 주었고 그는 아사히신문에 독자의 편지를 보냈다.


그 편지는 케빈의 묘비문으로 세울만한 것이었다. 


"내가 '사진을 찍기 전에 여자아이를 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카터씨를 비난하는 것은 너무 잔혹한 일이라고 느끼는 유일한 사람이라는 사실이 정말 믿기 어렵습니다. 난 카터씨가 천국에서 평화로운 안식을 갖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우리가 너무 슬퍼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장면으로 우리를 이끄는 사진을 남기고 떠났습니다. "

<책 뱅뱅클럽 282페이지>



[출처- 서울신문] 



세상의 증인인 사진기자에 관한 관심이 있거나 보도 사진에 대한 관심이 많은 분 그리고 사진기자가 꿈인 분들 또는 언론인이 되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는 책입니다. 아니 매일 같이 수십 장 이상의 뉴스 사진을 소비하는 우리 모두가 읽어봐야 할 책이기도 합니다.


사진기자를 미화시키거나 폄하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기쁨과 슬픈 고통과 고뇌가 잘 담겨 있고 무엇보다 동료 의식이 절 마지막에 또 한 번 흔들어 놓습니다. 켄이 총에 맞고 죽었는데 그 총을 쏜 사람을 찾는 남은 두 뱅뱅클럽 사진기자의 추적이 아웃 포커스 되면서 끝이 납니다. 


흐리멍덩한 이야기를 또렷한 초점으로 고발하는 사진기자들. 그들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책이 '뱅뱅클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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