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연히 내일자 신문을 주웠다면?

2011. 6. 10. 08:59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한 남자가 우연히 신문을 주웠다. 다른 신문과 다를 게 없는 지극히 평범한 신문이다. 그날의 사건 사고, 증시, 복권 당첨 번호 따위가 적혀 있었다. 딱 하나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면 오늘이 아닌 내일 날짜가 적혀 있다는 것이었다. 말 그대로 내일 소식을 알려주는 신문이었다. 남자는 그 길로 달려가 신문에 적혀 있는 번호의 복권을 사고, 주식을 미리 사 벼락부자가 되었다. 하지만 내일자 신문을 더 볼 수 없게 되자 곧 빈털터리가 되어 버렸다.


오래 전 한 단막극장에 나왔던 이야기다. 공상소설 같은 이야기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일말의 진실이 있다. 우리가 매일 지나치는 신문에 ‘미래’가 담겨 있다는 사실이다. 신문은 정확하고 전문적인 정보로 독자가 미래를 예측할 수 있도록 돕는다. 삼인성시호(三人成市虎)란 세 사람의 말이면 호랑이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뜻의 성어다. 이 말처럼 대중가수가 인터넷을 타고 퍼진 유언비어 탓에 학력 위조 의혹을 받은 일도 있다.




우리는 스마트폰을 통해 시도 때도 없이 방대한 정보를 접하지만, 그 정보가 세 사람이 만들어 낸 호랑이는 아닌지 항상 의심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래서 정보의 ‘쓰나미’ 속에서 신뢰할 수 있는 고급 정보는 오히려 더 절실해진다. 신문은 교육받은 전문 언론인이 직접 취재한 정보를 취사선택한 뒤 기사로 낸다. 책임 있는 출처를 검증할 수 있어 신뢰할 수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이례적으로 파이낸셜 타임스와 월스트리트 저널의 유료 구독자가 크게 늘었다고 한다.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 위기 상황에서 사람들이 미래를 읽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하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예다.

신문은 깊이 있는 정보로 미래를 풍요롭게 한다. 인터넷이 생활 속으로 들어와 사람들은 읽고 쓰기와 더 가까워졌지만 대부분 짧고 일회적인 글에 그친다. 40자 문자 메시지와 140자 트위터는 마치 한 순간 눈앞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불꽃과 같다. 미래학자 니콜라스 카는 빠르고 단편적인 정보만 받아들이면 ‘헛똑똑이’가 된다고 경고한다. 정보가 지식으로, 지성으로 발전해 잉걸처럼 은은한 힘을 내기 위해서는, 바로 신문과 같은 깊이 있고 입체적인 매체를 이용해야 한다. 윌리엄즈 대학의 맥그리거 번스 교수는 깊이 있는 지적 활동을 위해 신문 읽기에 중독될 것을 주문한다. 일본이 2006년 ‘문자활자문화진흥법’을 만들어 국민들에게 신문을 많이 보라고 당부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프랑스에서는 성인이 되면 1년 동안 신문을 무료로 볼 수 있게 하는 정책까지 마련했다. 지식정보산업사회로 가는 21세기에 ‘문자’만 똑딱거릴 줄 아는 국민들만 있는 나라에는 미래가 없기 때문이다.

신문은 내일을 읽고 대비할 수 있게 돕는다. 그래서 신문은 사회적 화폐라고 한다.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돈’과 같다는 뜻이다. 앞의 이야기의 남자가 만약 이 간단한 사실을 알았더라면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었을 것이다. 자, 당신은 우연히 오늘자 신문을 주웠다. 그대로 버려둘 것인가, 아니면 미래를 읽을 것인가?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이 글은 한국언론진흥재단 <2011년 신문논술대회 수상작 모음집>중 대학/일반부 금상 수상작 조건희 님의 ‘당신은 내일자 신문을 주웠습니다’를 옮겨온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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