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4. 28. 09:11ㆍ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세상에는 참 많은 책들이 있습니다. 아니, ‘참 많은’이라고만 표현하기에는 부족한 어마어마한 양의 책들이 출판되어 있고, 지금도 따끈따끈한 온기가 채 가시지 않은 수많은 책들이 독자들에게 선보이고 있습니다. 대한출판문화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에서는 3만5천여 개의 출판사가 약 30여 분야의 책을 매일 1권씩 출판할 것이라고 하네요. 우리나라에서만 하루에 3만5천권이 넘는 책이 나온다는 이야기입니다. 1년 동안에는 무려 1270만 타이틀의 책이 나오는 셈이에요. 서울시 인구가 1천만 명이라고 하는데, 그보다도 많은 책이 출판되고 있는 거지요.
어릴 때 학교 도서관에 가면 ‘이 도서관에 있는 책을 다 읽어야지’라는 욕심을 내곤 했었습니다. 왠지 빈약한 서가였지만, 그래서 어린 저의 도전의욕을 불태우게도 한 것 같아요. 그런데 이제는 도서관의 책을 다 읽겠다는 욕심 자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 되어버렸지요. 10만 권의 장서를 갖고 있는 도서관의 책을 읽기 위해서는 하루 한 권씩만 본다고 해도 273년이나 걸립니다. 이렇게 책의 종류가 많으니, 책벌레들에게는 ‘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가 되었지요.
여러분은 읽고 싶은 책을 어떤 방법으로 선택하나요?
표지가 멋진 것, 목차가 끌리는 것, 앞 부분 몇 장 읽어보고 괜찮은 것... 아마도 저마다의 기준이 있을 텐데요. 저는 신문의 책 코너를 주로 살펴봅니다. 영화 예고편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부추긴다면, 신문의 책 섹션은 기대감 뿐 아니라 자신의 독서 세계를 더 넓혀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 더 큰 장점이랄까요?
책 섹션에는 주목할 만한 신간 소개부터 시작해 요즘 이슈가 되는 주제에 관련된 책을 모아서 소개해주기도 하고, 국내 유명 저자나 해외 저명인사의 인터뷰나 대담이 실리기도 하지요. 책 속의 장소를 직접 찾아가 이야기의 자취를 찾아보기도 하고요. 마치 한 눈에 보는 책 세상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책에 관한 다양한 정보가 실려 있기 때문에 수없이 많은 책 속에서 어떤 책을 고를까 고민하는 독서자에게는 좋은 가이드가 되어 주기도 해요.
좋은 독서자가 되기 위해서는 책을 많이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에게 맞는 책을 골라서 볼 수 있는 안목을 갖는 것도 중요한데 이런 안목을 키우기 위한 정보를 알차게 얻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신문 책 섹션이죠.
얼마 전 한 후배를 만났는데, 아이에게 책을 많이 읽어주는 한 엄마의 이야기를 하게 되었어요. 후배의 동네에 사는 그 엄마는 분야별 전집을 사놓은 후 아이에게 1권부터 마지막 권까지 차례로 끝까지 읽어준다며 후배에게 자랑을 했대요. 그러면서 아이가 벌써 100권의 책을 읽었다며 뿌듯해했다고 해요. 물론 좋은 내용을 차례대로 읽어주고 싶다는 엄마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같은 전집이라고 하더라도 책의 수준에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무작정 읽어주는 것은 오히려 아이의 독서습관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어요.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고르지 못하고, 다른 사람이 선택해준 책만 읽어가게 된 아이는 수동적인 독서습관을 갖게 되어 책에 대한 재미보다는 책을 지겨워하기 쉽기 때문이에요.
좋은 책을 고르기 힘든 부모님일수록 전집 시리즈에 눈을 많이 돌리는 것이 사실이에요. 물론 다양한 분야를 한꺼번에 접할 수 있다는 점이 전집책의 매력이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 아이의 독서력이 풍부해지기에는 한계가 있답니다. 부모들이 전집을 고르는 이유는 아이에게 좋은 책을 매번 찾기가 힘들다는 점도 한 몫 하는데요, 이런 고민을 가진 부모님일수록 신문의 책 소개 코너를 유심히 살펴보는 것이 필요해요. 단순한 줄거리 소개뿐만 아니라 어떤 성격의 아이에게 맞는지, 어떤 상황에서 읽어주면 좋은지에 대한 가이드가 잘 나와 있기 때문에 독서교육을 하고 싶은 부모에게 좋은 가이드가 되지요.
또 하나 신문 책 섹션의 장점이라면 맛보기 지식이 꽤나 알차다는 점입니다. 한 권의 책을 다 읽기 힘든 분들이라도 책 섹션만 열심히 읽는다면 요즘 나오는 웬만한 책의 내용은 모두 훑어보는 효과를 얻을 수 있지요. 독서의 방법 중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히 읽어 내려가는 정독과 더불어 책의 내용을 전반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훑어 읽기라는 방법이 있습니다. 한 권의 책을 들고 페이지를 술술 넘겨가면서 중요한 요점만 파악하는 읽기 방법이 훑어 읽기 방법인데, 이 역할을 해주는 것이 신문의 책 섹션 코너예요.
미래의 스페셜리스트는 자신의 전문 분야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학문을 서로 융합하고 이용하며 발전시킬 수 있어야 하는데요, 특히 리더가 되고 싶은 사람이라면 폭넓은 교양을 쌓는 것이 필요해요. 우리가 책을 읽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기도 하잖아요. 하지만 모든 책을 다 꼼꼼히 살펴볼 수는 없기에 신문의 도움을 빌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요.
신문의 책 섹션 기사들은 어려운 내용도 누구나 알기 쉽게 풀어서 요약해 놨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훌륭한 논술교육 자료가 되기도 해요. 문학 뿐 아니라 경제, 사회, 문화, 과학 등 여러 학문을 아우르는 기사를 접하면서 아이들의 사고력과 교양도 풍부해진답니다.
책 좋아하는 아이를 키우고 싶은 분들의 필독서인 <하루 15분, 책 읽어주기의 힘>의 저자, 짐 트렐리즈는 자신의 아이들에게 다양한 책을 읽어주었는데요. 아이가 자라면서는 책뿐만 아니라 신문기사를 읽어주며 아이에게 세상의 눈을 키워주는 대목이 나옵니다. 15분이라는 시간은 중간 분량의 신문기사 한 편을 읽어주기에 충분한 시간이지요.
아이가 책을 좋아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책에 흥미를 느끼게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인데요, 무작정 서점이나 도서관에 데려가 던져놓고 ‘책을 골라라’라고 말하기 보다는 책 섹션의 다양한 기사를 통해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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