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5. 17. 13:35ㆍ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직장생활 7년 차로 접어듭니다. 처음 5년간은 기차 출퇴근을 했는데 회사까지 왕복 1시간 20분이 걸렸답니다. 그러니 매일 아침, 저녁으로 꼬박 기차 안 객실에 앉아 1시간 20분을 소비해야 했지요. 제 출퇴근 복장은 남과 다를 바 없었지만, 다른 게 있었다면 손에 든 가방이었죠. 마치 고3 학생의 책가방처럼 두툼한 날이 많았거든요. 가방 안에는 그날 왕복 출퇴근 기차 안에서 읽을 책과 신문이 들어있었죠. 필기구를 담은 필통까지 들어 있었으니, 매일 출퇴근길은 공부하는 시간이나 마찬가지였답니다. 그래서 출퇴근길이 오히려 기다려지곤 했습니다. 그때 들인 습관 때문인지 2년 전부터는 자동차 출퇴근을 하지만, 매일 책 읽고 신문 보는 습관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읽기 습관을 갖고 계시나요?
독서는 취미가 아니라 생활이어야 한다
요즘은 사회 전반의 읽기 문화의 퇴행이 개인의 차원을 넘어 그 사회의 전체적인 교양 수준으로 비춰지고 있습니다. 특히, 경쟁이 갈수록 격화되고 새로운 지식이 빠르게 경영 현장에 반영되는 글로벌 기업현장에서는 천편일률적 자기계발에만 앞장서고 기본적인 읽기에 소홀한 직장구성원들이 가득하다면 회사의 낙관적 미래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요즘 어느 직장이나 자기계발의 일환으로 직장인들에게 매년 의무적인 교육을 강제하고, 이수 학점을 배정합니다. 집합교육과 사이버 교육, 독서통신 등이 주로 활용되지요. 그러나 회사의 정책이란 건 항상 형식과 의무에 따르는 부작용을 남깁니다. 자기계발의 주체는 언제나 개인일 수밖에 없는 이유지요. 그래서, 우리는 다시 성인의 읽기 문화, 읽기 습관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독서는 흔한 말처럼 `취미'라는 고상한 영역에 머물러야 할까요? 매일 매일 밥을 먹듯이 우리의 일상 안에서 당연히 실천되어야 할 고차원의 영역은 아닐까요? 심리학자 애브라함 매슬로우는 인간의 욕망을 5단계로 설정하고, 가장 기초적인 단계를 생물학적 욕망(Physiological)으로, 가장 최상위 단계를 ‘자기 실현에 대한 욕구(Self-Actualisation)'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욕망을 추구하는 인간은 하루를 살면서 욕망의 저차원과 고차원을 오고 가는 삶을 살게 되는 것이지요. 즉, 자신의 차원을 낮게 설정하는 것은 인생 자체를 허비하는 어리석은 일이 되는 것이지요. 고차원적 욕망을 충족시키고 계발하는 일은 곧 '읽는 습관'에 달렸습니다. 어떻게 하면, 성인들의 읽기가 생활화(습관)의 경지에 이를까요?
읽는 습관 형성을 위한 4 가지 제안
‘책을 읽거나 신문을 펼쳐보자’ 처럼 구호나 의지만으론 해결될 수 없습니다. 사람을 행동으로 이끄는 힘은 그 행동을 유발하는 `환경'의 도움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읽기 문화 조성을 위한 환경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가 직접 느낀 읽기 습관 형성을 위한 4가지 방법을 소개합니다.
첫째, 직장인이라면 다이어리를 쓰기 마련입니다. 이 다이어리의 활용이 최우선입니다. 요즘 스마트폰을 통해 일정 관리를 많이 하는데, 거기에 하셔도 좋습니다. 다이어리에 약속이나 일정만 적어 넣지 말고 그날의 책 읽기와 신문읽기 여부를 체크할 수 있게 기입하는 것입니다. 마음 속에 담아두는 것은 쓸모가 없지만, 일단 다이어리에 기입해서 관리하면 심리적으로 압박을 받고 자주 확인하게 되면서 독서와 신문 읽기에 적은 시간이라도 투자할 수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 다이어리와 스마트폰 일정 관리를 동시에 사용하는데 양쪽에 모두 기입함으로써 성취감을 얻습니다. 읽는 책은 페이지 수를 적어 넣고 그날 신문 읽기 여부를 별도 표기함으로써 스스로를 응원하는 결과를 낳고, 자연스럽게 매일 읽게 됩니다. 일종의 읽기를 시스템의 도움을 받아 의무화, 생활화하는 것입니다.
둘째, 집안에 작은 서재를 꾸미세요. 집안의 다용도실은 대개 옷가지나 생활물품들이 있는 공간으로 남습니다. 이곳을 다용도실 겸 서재로 만드는 것은 어떨까요? 집안에 어른들을 위한 공간은 대개 거실이나 안방 정도입니다. 어른들에게도 조용히 공부하고, 또 사색하고, 무언가를 쓸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여느 가정이나 저녁밥을 먹으면 거실에 앉아 과일 정도를 놔두고 TV를 보며, 시간을 보냅니다. 그게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시간을 TV시청과 담소로 보내다 보면 집안에서 직장인은 책 읽을 시간을 낼 수 없습니다. 다용도실이 없다면 거실 자체를 서재로 꾸미는 것도 좋습니다. 거실 벽면에 책장을 들이고 아이 책과 어른 책이 공존하게 만든다면 거실 자체가 아이와 어른의 독서실이요, 도서관이 될 것입니다. 가족 공통의 공간인 거실에 서재를 꾸미면, 매일 책을 한번이라도 쳐다보게 마련인데 자주 보면 읽고 싶은 책을 발견하게 될 확률이 높죠. 그리고 거실의 책장은 집안의 훌륭한 장식품이 됩니다. 책의 장식적 효과(?)까지 노릴 수 있습니다.
셋째, 신문을 구독합니다. 우리 나라의 경우 종이신문 구독률이 1998년 64.5%에 이르던 것이 2010년에는 10%로 추락했습니다. 신문구독률의 하락은 읽기 문화의 퇴행과도 연결됩니다. 독서율의 추락과도 무관치 않습니다. 신문은 세상의 쓸만한 정보를 모두 담고 있습니다. 한 달치 신문을 빠짐없이 읽으면 단행본 10권을 읽는 효과를 냅니다. 신문은 단순한 사건의 나열이나 정보 제공에 그치지 않기 때문입니다. 신문에는 정치, 경제, 문화, 사회, 국제 등 다양한 면이 있습니다. 기획기사나 특집기사, 사설이나 오피니언 리더들의 기고들, 에세이, 서평, 영화리뷰, 시나 소설까지 실로 다양한 주제와 저자들의 글을 한번에 읽을 수 있는 매체죠. 신문을 계속해 읽으면 좋은 글쓰기를 할 수 있습니다. 한 권의 책을 읽더라도 자신의 관점으로 풀이해 해석해 낼 수 있는 실력을 갖게 되죠. 신문의 중요한 기능이 비판과 분석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글을 자주 접하는 사람이 그와 비슷한 글을 써낼 수 있는 것입니다.
넷째, 독서와 글쓰기를 주제로 블로그를 만드세요. 읽기는 곧 쓰기와 직결됩니다. 많이 읽는 사람이 잘 쓸 수 있다는, 진리는 결코 변한적이 없습니다. 송나라의 문필가인 구양수는 좋은 글을 쓰기 위한 요건으로 삼다(三多)를 말했죠. 다독(多讀; 많이 읽음), 다작(多作; 많이 씀), 다상량(多商量; 많이 생각함)입니다. 다독은 홀로 하는 것이지만, 다작은 누군가의 응원과 지지가 필요합니다. 읽게 되면 무언가를 느끼게 되고, 느끼게 되면 쓰게 됩니다. 독서는 이 과정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총체적 행위입니다. 좋은 글을 읽고 그 느낌을 정리해야만, 그 지식과 정보가 자신의 것이 됩니다. 독후감을 써야 읽는 과정에서 발생한 소화불량을 해소할 수 있습니다.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제대로 쓸 수 없고 쓰면서 읽기로 거슬러 올라가, 다시 부족한 부분을 재독하거나 관련 부분을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죠. 블로그를 통해 책을 읽은 후 독후감 쓰는 습관을 들이면 더 잘 쓰기 위해 더 많이 읽게 되는 효과를 냅니다. 좋은 아웃풋(OUTPUT)을 위해 인풋(INPUT)에 많이 투자하는 이치죠.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 - 백범 김구
이제 마지막으로 왜 책이나 신문을 읽어야 하는지를 한번 생각해 보는 것도 중요하겠죠. 아이들에게 공부하라고 잔소리를 하는 부모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잔소리를 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이 있죠. 바로 부모 스스로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아이는 잔소리를 하지 않아도 공부하게 됩니다. 책 읽고 신문 읽는 부모의 곁에서 아이는 자연스럽게 읽는 모습을 닮아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거실에 서재를 꾸며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겠죠.
상하이 임시정부 국가주석이자 독립운동가이셨던 백범 김구 선생은 일제시대 항일무력활동 단체인 한인 애국단을 조직해서, 이봉창, 윤봉길 의거를 지휘한 바 있습니다. 일제에 맞서 민족독립을 쟁취하기 위해 과격한 무장활동을 이끌었지만 독립된 나라에서 그가 궁극적으로 꿈꾸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그는 자서전 <백범일지>의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 라는 장에서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라고 역설합니다. 그 이유를 그는 `인류가 현재에 불행한 근본 이유는 인의(仁義)가 부족하고, 자비가 부족하고, 사랑이 부족한 때문인데 이 정신을 배양하는 것이 오직 문화'이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건국의 아버지로 추앙 받는 백범 김구 선생은 나라의 경쟁력으로 무력이나 경제력을 이야기하지 않고, 오직 높은 `문화의 힘'을 얘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문화의 힘을 배양하는 것은 바로 읽기 문화의 융성에서 시작됩니다. 비즈니스맨의 경쟁력, 읽는 습관에 달렸습니다. 책과 신문 읽기를 생활화 는 것, 그것이 좋은 부모가 되고, 능력 있는 직장인이 되고, 대한민국을 문화 강국으로 만드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백범이 꿈꾸었던 문화강국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읽기의 생활화가 답입니다. ‘생각이 행동을 바꾸고 행동이 습관을 바꾸며 습관이 인생을 바꾼다’고 합니다. 이제 `읽는 습관'으로 당신의 인생을 바꿔보지 않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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