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먹했던 아버지와의 사이를 좁혀준 '신문'

2013. 6. 19. 12:11다독다독, 다시보기/현장소식





동양의 위대한 성인, 공자는 ‘주역’ 을 여러 번 읽었던 탓에 책을 맸던 가죽 끈이 3번이나 끊어졌다고 합니다. 조선시대 최고의 실학자, 다산 정약 역시 어렸을 때부터 책을 많이 읽은 것으로 알려져 있죠. 이처럼 읽기의 중요성은 과거부터 꾸준히 강조되어 왔습니다.  요즘은 상황이 변하고 있습니다. 책은 물론 세상보기의 창(窓)이었던 신문까지 열독률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읽기 문화 전반이 쇠퇴하고 있는거죠.





이에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신문읽기 문화 확산을 위해 신문논술대회를 주최했습니다. 올해로 벌써 4번째 인데요. 재단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신문읽기에 대한 경험담을 주제로 지난 3월 19일부터 4월 18일까지 우리들 가슴 속에 담겨있던 신문읽기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공모 했습니다.





한달 남짓한 기간 동안 무려 4,572명의 이야기가 모였습니다. 대단한 성원이었습니다. 1·2차의 엄정한 심사를 통해 121개 작품이 선정되었는데요. 지난 6월 14일, 신문논술대회 시상식에서 그 글의 주인공들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이번 시상식에는 이성준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장님을 비롯, 송희영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장님, 박종률 한국기자협회장, 정성희 한국여기자협회장 등 많은 내빈이 참석해 자리를 빛내주셨습니다. 송희영 협회장님은 축사에서, ‘소프트파워의 시대’ 인 오늘날, 소프트파워를 배양하기 위해서는 창의력이 필요한데, 그 원천이 바로 '읽기'라며, 읽기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하셨습니다.


이번 신문논술대회는 대상을 비롯해 금상, 은상, 동상, 장려상까지 모두 121명이 수상하게 되었는데요. 역대 신문논술대회 중 가장 많은 응모가 들어온 만큼, 각계각층의 다양한 이야기가 화제가 되었습니다.  이 중 수상자들의 특별한 인터뷰를 소개 합니다.




#1  서먹했던 아버지와의 사이를 좁혀준 '신문'



올해 신문논술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최규진 군(중앙대 신문방송4)은 신문을 통해 서먹했던 아버지와의 관계를 극복했다고 해요. ‘나와 아버지의 신문’ 이라는 수상작에 진솔한 본인의 경험담을 풀어 놓았습니다. 입시를 포기하고 낙담했던 때 아버지께서 건네주신 신문 덕분에 지금의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던 최규진 군을 만나보았습니다.






Q: 아버지의 영향으로 신문읽기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하셨는데, 그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A: 아버지가 군인이셨다가 제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직전에 항공직으로 전환을 하셨어요. 그 때부터 비행을 나가기 시작하셔서 함께 지냈던 시간이 적었던 것 같아요. 오늘도 비행을 나가셔서 아버지가 시상식에 못 오셨어요. 아버지가 저에게는 특별한 소재이기도 했고,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돌이켜보았을 때 신문에게 도움을 받았던 경험으로 아버지와 함께한 경험이 딱 떠올랐어요. 아버지 세대를 신문 세대라고 표현하기도 하잖아요.



Q: 신문을 읽는 자신만의 팁이 있다면?


A: 언론인을 준비하기 전에는 그냥 흥미 위주로 읽었는데 지금은 논제정리를 하면서 그 주에 있었던 굵직한 사건들을 위주로 읽어요. 현재 이슈 중에서는 남북회담이 무산된 이유를 한 주제로 해서 정리하고, 좀 지나간 사건으로는 갑을사회 논란이 있었을 때는 왜 이것이 이슈가 되고 있는가부터 시작해서, 개념설명, 배경 등 틀을 잡아 주요 기사들을 스크랩하는 식으로 진행했어요. 저희 학과에 계신 유흥식 교수님께서 미디어 다이어리를 작성하는 방법을 알려주셨거든요. 그 주에 자기가 읽었던 인상 깊었던 기사들을 정리하는 방법과 쓰는 훈련을 3, 4학년 때 많이 했어요. 이것이 습관이 되어서 지금도 여전히 하고 있어요.





Q: 신문에 대해 생각하시는 바를 간단하게 이야기해 주신다면?


A: 신문이 항상 위기라고 하는데 저는 위기인 적은 없었다고 생각해요. 예전에 언론탄압 때에도 신문의 구독률이 떨어진다고 했지만 신문은 돌파구를 찾아나갔던 것 같고, 나중에는 신문이라는 고급정보를 접하는 사람, 즉 신문을 읽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뉘는 사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신문을 읽는 것이 그만큼 중요한 세상이 오게 될 것 같아요.




#2 어머니의 '볶음밥 작전', 딸의 '종합 영양식'을 만들다



“우리 집에서 유일하게 정리정돈 되지 않은 것은 신문!” 올해 신문논술대회에는 특별한 수상자 두 분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요. '종합 영양식, 신문‘이라는 제목으로 중등부 금상을 수상한 신윤진 양(양영중 1년)과 '아이에게 신문을 읽혀라, 볶음밥 작전’이라는 제목으로 일반부에서 동상을 수상한 박길수 어머니이십니다. 모녀 지간인 두 분은 여전히 함께 신문을 읽는다고 하는데요. 어머니의 볶음밥 작전과 종합 영양식을 먹는 딸, 표현부터 남다른 두 모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Q: 두 모녀가 함께 신문 읽는 시간을 가지시나요?


A: 딸아이가 3학년 때 학교에서 돌아오더니 “아이들도 신문을 읽냐” 고 묻더라고요. 수업시간에 선생님이“너희들 3학년인데 신문 안 읽니? 신문을 읽어보아라” 라고 말씀하셨대요. 아이에게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두 가지 면에서 깜짝 놀랐어요. 하나는 초등학교 3학년에게 신문을 읽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시는지, 또 하나는 ‘아이들도 신문을 읽을 수 있다는 생각을 나는 왜 못했을까’에 놀랐죠. 그래서 어린이 신문을 구독해줄까 물었더니 그것은 싫다고 하더라고요. 생각해보니 신문읽기를 의무적인 학습으로 접근하면 아이가 어려워할 것 같아서 자연스럽게 아이가 접할 수 있는 ‘볶음밥 작전’ 을 쓰게 되었죠.



Q: ‘볶음밥 작전’ 이라는 게 무엇인가요?


A: 엄마들이 아이들이 싫어하는 채소를 먹게 하기 위해서 볶음밥에 섞어 넣잖아요. 바로 그 작전과 비슷해요. 가장 먼저 아이에게 권했던 것은 제가 신문을 읽으면서 재미있었던 기사나, 광고였어요. 아이들은 광고나 그림을 좋아하잖아요. 책 광고나 영화 광고를 보여줬더니 그 때부터 광고를 찾아 읽고, 나중에는 신문 기사까지 함께 읽게 되었어요. 






Q: 어린 자녀와 신문 읽기를 하는 어머니만의 철학은?


A: 신문 읽기를 강요하지 않았어요. 욕심부리지 않았죠. 단지 아이에게 신문이라는 것은 어른들만 읽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새로운 소식을 접하고, 늘 읽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신문을 펼쳐놓았죠. 신문을 펼쳐놓을 때, 딸아이에게 맞춰서 아이가 흥미를 가질 수 있을 만한 부분을 펴놓는 것이 좋아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지나가다가 아이가 신문에 관심을 가지게 되겠죠. 그때는 너무 어렸으니까 많은 기대를 하지 않고 신문이 실린 광고 하나만 보더라도 신문을 본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었어요.





시상식장 벽을 따라 전시된 수상자들의 글을 읽어 보았습니다. 내용도 형식도 비슷한 신문을 저마다 다른 사연으로 소소하고 재미있게 읽고 있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아버지와의 추억, 누군가에게는 무시무시한 도전, 누군가에게는 활짝 펼쳐질 미래. 그리 넓지 않은 시상식장이었지만, 다양한 사람들의 수많은 이야기로 가득 찼습니다.





조만간 여러분도 수상작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는 수상작 모음집을 제작 할 예정입니다. 다독다독 블로그를 통해서도 빠르고 간편하게 읽어보실 수 있으니 많이 기대해주세요.


‘나는 신문에 감사한다. 그리고 모든 걸 바치기로 했다.’ 이번 신문논술대회 대상 수상자 최규진 군의 글 중 한 부분입니다. 그의 말처럼 여러분도 신문에 감사하십니까? 모든 걸 바치기로 하셨나요? 만약 아니라면,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신문을 펼쳐보세요. 내년 신문논술대회의 주인공이 바로 여러분이 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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