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규모, ‘칸다 고서점 거리’에서 느낀 일본의 읽기문화

2013.08.10 09:00다독다독, 다시보기/현장소식






“책방만 170점포 이상, 이곳은 세계 제일의 서점가야.”


“세계 제일이요? 정말 많은 책방이 있어요.

뭐랄까, 하나하나의 책방에 저마다 빛깔이 있다고 할까.

모두 하나하나씩. 다양해서 좋다 생각했어요.” 

- 영화 <모리사키 서점의 나날> 中





영화 <모리사키 서점의 나날>의 배경이며, 세계 최고의 규모를 자랑하는 일본 도쿄의 ‘칸다 고서점 거리’에 다녀왔습니다. 지하철 ‘진보쵸’역에 내려 계단을 올라 지하도를 빠져나와 사거리의 횡단보도를 건너자 재래시장처럼 고서점들이 늘어서있는 풍경과 마주쳤습니다. 닮은 듯 제각기 다른 모습을 한 헌책방의 행렬은 그야말로 장관이었습니다. 처음 보는 광경에 잠시 멍해졌지만 이내 고서점 거리의 정취에 흠뻑 취해 즐겁게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습니다. 


비 내린 다음날의 아침처럼 촉촉한 헌책의 내음을 지닌 도쿄의 ‘칸다 고서점거리’, 이제부터 함께 거닐어보실까요?     




‘칸다 고서점거리’의 역사


지금으로부터 130년 여 년 전인 1877년, 첫 고서점이 문을 열며 칸다 지역에는 우후죽순 헌책방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유는 당시 이 주변에 메이지 대학을 비롯한 명문대학이 많아 자연스레 학업을 위한 책들이 유통되었기 때문입니다. 칸다 고서점가도 전성기를 지나 조금씩 규모가 축소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170여 개의 헌책방이 성업하며 옛 명성을 지키고 있습니다. 취급하는 책은 만화부터 수 백 만원에 이르는 희귀 고서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각양각색. ‘여기 없으면 일본에 존재하는 책이 아니다’라는 농담을 할 만큼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다고 하네요.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대부분의 서점이 북쪽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인데요. 이유는 책이 햇빛에 상하지 않도록 일부러 볕이 안 드는 북향 건물만 서점으로 이용하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매년 10월 말~11월 초에는 대폭 할인된 가격으로 서적을 판매하는 고서 축제가 열리고 있다고 합니다.




고서점 거리에서 찾은 다양성의 가치 : “이런 책이라도 세상에 원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칸다 고서점 거리는 여전히 세계 최고의 고서점가이긴 하지만 몇 해 전부터 일본에 프렌차이즈형 중고 서점 ‘북 오프’가 성행하면서 이곳을 찾는 발길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하네요. 자체 세정 공정을 통해 중고 책을 새 책처럼 다시 진열하는 ‘북 오프’는 참 편리합니다. 그 곳에는 헌책방 특유의 케케묵은 곰팡내도 없고, 가격도 정확한 기준에 따라 정해지니 딱히 손해 볼 일도 없습니다. 이와 반대로 칸다 고서점거리는 효율성이라는 측면에서는 점수를 낮게 매길 수밖에 없는 곳이었습니다. 책에선 눅눅한 냄새가 남아있어 비교적 덜 깔끔하고, 같은 책이라도 가게마다 가격이 다를 수 있으니 어쩌면 손해를 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칸다 고서점 거리는 여전히 다양한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었습니다. 이곳에는 바다 건너 서양의 노부부부터 한국의 젊은 대학생들까지, 천차만별의 사람들이 칸다 고서점 거리를 찾아옵니다. 글의 서두에 인용했던 영화의 대사처럼 칸다 고서점거리는 ‘다양해서 좋은 곳’이기 때문입니다. 이곳에서는 수요가 적어 북 오프와 같은 곳에서는 판매하지 않는 희귀한 서적들이나 오랜 세월이 지난 고서들을 찾을 수 있습니다. 아직 세상에는 그런 책이라도 원하는 사람들이 남아있기 때문이겠지요.



*TIP 키워드로 살펴보는 일본의 독서문화


1.일본사람들은 ‘타치 요미’ 한다.

일본 서점에 가면 한국과는 사뭇 다른 풍경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전부 서서 책을 읽고 있다는 점인데요.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서서 책을 구경하곤 하지만, 서점에서 장시간 독서를 하는 경우 의자에 앉거나 바닥에 앉아서 읽는 경우도 많지요. 그러나 일본에서는 전부 서서 책을 읽는 ‘타치 요미’를 하는 점이 우리와 다른 모습이네요.





2.휴대가 간편한 ‘문고판’ 서적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딱딱한 표지의 양장본 혹은 단행본을 취급하는데 일본은 작고 가벼운 문고판의 책이 일반화되어있어요. 종이의 재질은 뛰어나지 않지만, 가볍고 휴대가 편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3.프라이버시와 디자인까지 챙기는 ‘북 커버’

일본에서 사람들이 들고 다니는 책을 잘 살펴보면 책의 겉면이 북 커버로 싸여있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일이지요. 일본은 프라이버시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북 커버를 활용하는 문화가 생겼다고 합니다. 


4.일본은 책의 할인이 없는 ‘정가제’ 

우리나라에서는 할인 된 책을 찾기 용이한 반면, 일본에서는 절대 할인이 불가하다고 합니다. 인터넷 서점도 마찬가지구요. 유일하게 에누리가 가능한 곳은 위에서 살펴본 칸다 고서점가 정도라고 합니다.




우리가 여전히 헌책방에 가야하는 이유


있는 그대로의 헌책은 누군가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헌책을 읽다 속마음이 드러난 귀퉁이의 작은 낙서나 밑줄, 친구에게 보내는 메시지 같은 것을 발견할 때면 예상치 못했던 선물을 받은 것처럼 반가워 집니다. 어쩔 땐 사람의 손때가 묻어있는 부드러운 질감만으로도 책의 전 주인과 알 수 없는 연대감마저 생기기도 하지요. 이런 것들이야말로 효율과 자본의 논리에 따라 가공 된 것에서는 찾을 수 없을 헌책의 낭만일겁니다. 이번 여름, 소중한 사람과 함께 낭만의 거리 ‘칸다 고서점가’를 찾아가보는 것 어떠세요?

 


<참고자료>

1.『클로즈업 재팬』, 유재우 손미경 저, 에디터, 2011

2.시사 일본어사의 FNFUN한 대학생 매거진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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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니2013.08.10 10:26

    잘봤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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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리나2013.08.12 09:39

    세계적인 인쇄매체 불황에도 일본은 종이책, 종이신문 판매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거나 연착륙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책을 사랑하는 일본문화 덕분인가요? 언젠가 저도 고서점 거리에 가보고 싶네요! 그 전에 우리나라 곳곳에 보물처럼 위치한 헌책방 탐방도 해봐야겠어요 '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