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도 쉬어가는 그 곳, 라오스 여행 이야기

2013. 8. 19. 10:23다독다독, 다시보기/생활백과






라오스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인가요? 까맣게 그을린 구릿빛 피부의 아이들이 순백의 미소를 띠고 맨발로 뛰노는 모습이 떠오르시나요? 혹시 라오스하면 떠오르는 적당한 풍경이 없으신지요?


그간 여행지로서의 라오스는 타 동남아 국가들에 비해 인기가 덜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해마다 휴가철이면 태국과 베트남, 캄보디아 등지로 떠나는 사람들이 공항을 가득 매우지만 정작 라오스를 여행하고 왔다는 사람의 이야기는 전해 듣지 못했거든요. 


불교와 코끼리의 나라, 사회주의 국가 라오스가 사람들의 이목을 끈 것은 다름 아닌 2009년 뉴욕타임즈가 죽기 전에 가봐야 할 나라 1위로 라오스를 지목한 이후입니다. 외국의 원조를 받으며 살아가는 가난한 동남아 국가에 때 묻지 않은 어떤 진풍경이 펼쳐져 있는지 사람들은 궁금해 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자본주의의 손길이 미치지 않아 순박하고 아름다운 사람들이 동화처럼 살고 있지는 않을까? 수직으로 나라 전체를 관통하는 매콩강 주변으로 푸른 그림들이 병풍처럼 둘러져 있지는 않을까? 


저 역시 라오스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을 잔잔히 간직하며 살아가던 중, 궁금증을 조금은 긁어 줄 수 있는 책들을 만났습니다. 여행작가 오소희와 정의한의 라오스여행기가 그것입니다.




쌀이 자라는 소리에도 귀 기울이는 나라




[출처-교보문고]


먼저 소개할 여행가 오소희는 참으로 용감한 여성입니다. 어쩌면 여행을 업으로 삼고 해마다 가방을 꾸리는 이들 모두가 용감한 사람들이겠지요. 그런데 그녀가 남달리 용감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혼자서도 힘든 장기여행을 어린 아들의 손을 붙들고 함께 떠나기 때문이지요. 


<욕망이 멈추는 곳, 라오스>에서 그녀는 '라오스에는 아무것도 없어요'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어린 아들의 손을 잡고 라오스 곳곳을 헤매고 다닙니다. 자신이 직접 만나온 라오스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맛깔스럽게 들려주면서, 그들에게는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음을 보여주지요. 아울러 아름답고 애달픈 라오스의 풍경을 사진으로 생생하게 담아내며. 그곳에서는 모든 욕망이 멈춘다고 고백하기도 합니다. 


프랑스인들은 라오스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고 합니다.


베트남인들은 쌀을 심는다. 

캄보디아인들은 쌀이 자라는 것을 본다. 

라오스인들은 쌀이 자라는 소리에 귀 기울인다.


쌀이 자라는 소리에마저 귀 기울이는 라오스. 그것이 낯선 나라에 대한 환상에 기인한 풍문에 불과할지라도, 그토록 세심하게 작은 것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사랑할 줄 아는 사람들이 있는 나라라면 언젠가 한 번은 반드시 떠나보고 싶어집니다. 그곳을 밟으며 가난하지만 더없이 행복한 이들과 미소를 나누다보면 헛된 욕망과 그릇된 집착 따위는 잠시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거든요.  


라오스인은 묘비명을 쓰지 않아요.

그들은 믿지요.

사람이란 글로써 흔적을 남길 수 없는 존재라고.

         

아들과 함께한 라오스 여행에서 삶의 철학을 한 짐 지고 온 오소희. 그녀의 글로 라오스에 대한 그리움을 잠시 접어봅니다.




새로운 나를 발견한 그곳-라오스




[출처-교보문고]


<늦게 와서 미안해 라오스>의 저자 정의한은 일단 책날개에 소개된 이력부터 상당히 독특합니다. 


그곳이 좋아서 무작정 살아본 곳이 뉴욕, 치앙마이, 오클랜드와 멕시코 그리고 페루. 어렵지 않더군. 그냥 가. 그리고 살면 되는 것이었어.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던 삶. 어쨌거나 살아가고 있는 이상 부정도 긍정도 하지 못할 줄타기라면, 아무도 없는 길 위에 혼자서 남아보는 건 어떨까. 난 그 위에서 최소한의 접근을 해나갈 수 있었고 결국 그 길 끝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을 이제야 볼 수 있을 것 같아. 그곳에서, 그리고 그것에서 난 다행스럽게도 조금은 다시 알아가고 있는 것 같아.

 

이런 작가의 라오스 행은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수순처럼 느껴집니다. 그가 라오스여행을 통해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이 자신의 진짜 모습 하나를 더 발견했다는 것도요. 


하지만 이것만은 확실하다. 라오스는 적어도 꾸미지 않았다. 물건을 팔기 위해, 환심을 사기 위해 의도적으로 자신을 가꾸지 않았다. 라오스는 나를 조용히 받아주었고 또 가만히 보여주었다. 

나 역시 라오스에 솔직한 마음을 가지고 떠난다는 것. 그래서 라오스는 나에게 최소한 완전하게 솔직한 나라로 남을 것이다. 


남미의 정열적인 모습이나, 예쁘고 고전적인 건물들이 늘어서 있는 유럽의 여러 나라와 같은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가난하면 가난한 그대로 솔직해서 더 아름다운 나라 라오스.


저도 조만간 라오스를 밟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 라오스의 때 묻지 않은 모습이 오래 지속되길 바라봅니다.  



<본문 인용 도서>

오소희 저, <욕망이 멈추는 곳, 라오스>, 북하우스, 2009.03.15.

정의한 저, <늦게 와서 미안해 라오스>, 책만드는집, 2011.06.24.

 

<라오스 여행자를 위한 또 다른 추천도서>

김향미, 양학용 저, <시속 4킬로미터의 행복>, 좋은생각, 2011.09.26.

김남희 저, <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3>, 미래M&B, 2006.11.03.

 



ⓒ 다독다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