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 디스전’, 서로를 향한 비방인가 노이즈 마케팅인가?

2013. 8. 30. 10:32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그야말로 ‘디스’ 전쟁입니다. 지난 주 인터넷이 ‘힙합 디스전’ 이라는 말로 떠들썩했죠. 힙합에 관심이 없으셨던 분들도 디스가 무엇인지 알게 되셨을 정도인데요. 일종의 싸움이긴 하지만 힙합 팬들은 그들이 쏟아내는 디스 곡들에 환호하면서도 한편으론 감정싸움이 지나친 게 아닌가 걱정하기도 했답니다. 힙합 뮤지션 스윙스로부터 시작된 디스 전쟁, 과연 기사들은 이 힙합씬의 디스 전쟁을 어떤 말로 전했을까요?




[출처 - 서울신문]




힙합에서 디스(diss)란?


그 전에 힙합을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디스의 뜻에 대해 말씀드릴게요. 격한 감정 표현을 랩이라는 직설적인 표현으로 노래하는 힙합 뮤지션들은 그만큼 상대 뮤지션에 대한 존경이나 무시의 표현도 직설적인 경우가 많은데요. 상대 뮤지션이나 그룹에게 존경을 표하는 respect와 그 반대로 무시나 폄하를 표하는 disrespect가 있다고 합니다. 디스는 이 중 disrespect의 줄임말로 다른 힙합 그룹이나 뮤지션을 폄하하거나 공격하기 위한 행동 혹은 노래를 말합니다. 감정을 돌직구로 표현하는 힙합인만큼 디스는 그들에게 자연스런 문화이기도 합니다.



사실 디스는 힙합신의 자연스러운 문화다. 공격적인 어투와 단어를 사용하지만 본질은 서로의 실력을 겨루고 이런 과정에서 함께 실력을 발전시키는 데 있다. 미국 랩퍼 켄드릭 라마 '컨트롤'이 좋은 예다. 


힙합 디스전, '컨트롤' 대란 속 최대 수혜자 따로 있다?(스포츠조선, 2013-08-28)





[출처 - 유튜브]



이번 우리나라의 힙합 디스 전쟁은 본토인 미국에서 있었던 켄드릭 라마의 컨트롤에 영향을 받았다고 합니다. 미국에서 떠오르는 신예인 켄드릭 라마가 동료인 빅션의 노래 Control이란 노래에 참여해 다른 래퍼들을 디스했죠. 이 곡은 미국 힙합씬에 신선한 충격을 안기며 에미넴을 비롯한 다른 래퍼들의 맞디스곡들이 쏟아지게 만들었습니다.


한국에서 디스 전쟁을 시작한 스윙스의 노래 킹 스윙스도 이 Control의 비트에 가사를 덧붙인 곡이라고 합니다.




힙합이란 이름의 폭로, 디스전


첫 시작은 쇼미더머니로 이름을 알린 스윙스였습니다. 그가 한국 래퍼와 힙합씬 전체를 디스하는 노래 킹 스윙스를 유튜브에 공개하자 랩퍼 어글리덕이 맞디스하는 곡 ctrl+alt+del*2를 발표합니다. 경쟁심보다는 실망스러운 맘만 더 커졌네. 넌 내가 니 팬이였던 3년전으로 가는편이 더 낫네. 라는 가사로 말이죠. 테이크원도 같은 날 스윙스에 맞디스 하는 곡인 recontrol을 발표합니다. 여기까지는 일상적인 힙합씬의 디스전이라고 할 수 있는 수위였는데요. 이때 슈프림팀이었던 이센스가 대중적으로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다이다믹 듀오와 사이먼 디를 디스하는 you can't control me를 발표합니다.





[출처 - 유튜브]



이거 듣고나면 대답해. 개코. 지난 5년간 회사안에서 날 대했던 것 처럼. 뒤로 빼지마 날 위한 마지막 존중. 미리 거절했으니 병사 대 병사로 전투. 착한사람 코스프레 fXXX that. 더럽게. 얘기해도 솔직해져 봐 제일 얍삽한게 너인게. 아무리 생각해도 난 다듀 군대 땜빵. 후배의 존경 이용했지 내게 설명해봐. 니 옆의 랩 퇴물을 비롯해. 나머진 XX들 다 쓰자니 너무 아까운 내 볼펜. 다 알아듣겠지. 패스. 


갑작스러운 힙합 디스전, 현재까지 상황 정리하면? (스포츠경향, 2013-08-23)




[출처 - 서울신문]


소속사로부터 계약 해지를 당한 이센스가 디스곡을 통해 일종의 폭로를 한 셈인데요. 이때부터 디스전은 검색어 1위에 오르며 이슈가 되기 시작합니다. 남양유업의 밀어내기처럼 말이죠.



국내 힙합래퍼들 간 치열한 ‘디스 랩(rap)’전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전 소속사 및 동료 래퍼를 향해 신랄하게 비꼰 랩이 등장, 일명 ‘이센스, 개코 디스’ 논란이 거세다. 그간 힙합계에 디스전은 있어왔지만 이번엔 케이스가 다르다. 


‘이센스, 개코 디스’ 사건 전말… ‘힙합래퍼 전쟁’ 왜 일어났나 (뉴스천지, 2013-08-23)




디스 아닌 폭로전? 과열되는 디스전


이때부터 디스전은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힙합씨의 디스보다 갑을관계의 폭로전 같은 경향을 띠게 됩니다. 남양유업의 밀어내기를 비롯해 사회적인 관심이 쏠려있던 이슈여서인지 힙합에 관심이 없던 분들에게까지 일파만파 퍼지게 되죠. 이 때문에 우려의 목소리도 컸습니다.



디스전이 노골적인 폭로 및 비방전으로 변질된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특히 이센스, CYMK 등은 전 소속사와의 계약 문제를 화두에 올려 법적 분쟁 가능성을 점치게 했다. 관계자들은 "노이즈 마케팅이건 아니건 그게 문제가 아니다. 힙합신에서 디스는 일종의 게임이다. 


힙합 디스전, '컨트롤' 대란 속 최대 수혜자 따로 있다?(스포츠조선, 2013-08-28)



이 디스전을 시작한 스윙스는 뒤이어 황정민이라는 디스곡을 다시 냈으나 신세계라는 곡을 마지막으로 디스전을 마치기를 바랬다고 합니다. 소속사 역시 켄드릭 라마의 컨트롤을 벤치마킹하여 한국 힙합씬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키고자 했을 뿐 지금과 같은 폭로전은 의도한 바가 아니라고 밝혔고요.



특히 관계자는 스윙스가 마치 최근 국내 ‘힙합 디스전’에 불을 지핀 장본인으로 주목되는 것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중략..) 또 “이는 최근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가 ‘빅션-컨트롤(Big Sean의 Control)’을 공개해 미국 래퍼들 간에 선의의 경쟁을 부추겼던 디스전에서 착안한 아이디어였다”며 “공격적으로 래퍼를 비난하기 위한 목적은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힙합 디스전 정리] 스윙스 “‘신세계’가 끝”… 소속사 “처음 취지와 달라진 탓” (뉴스천지, 2013-08-26)



여기다가 유명세를 얻기 위해 뛰어든 참가자들로 인해 디스전의 본질이 흐려지기도 했으며 다이나믹 듀오의 최자처럼 가만히 있다가 무시를 당한 경우도 있어 디스전은 점입가경으로 치닫습니다.




노이즈마케팅 논란,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사람이 챙긴다?


한편 이번 한국 힙합씬의 디스전이 이슈가 되어 큰 주목을 받자 노이즈마케팅 논란도 일어났습니다. 본토인 미국에서도 50센트와 카니예웨스트의 디스전처럼 음반 판매를 위한 노이즈마케팅으로 의심받는 디스전이 없지 않아 의혹의 시선이 더 짙은 데요. 바로 CJ E&M이 주관하는 2013 원 힙합 페스티벌입니다.




[출처 - 2013 원 힙합 페스티벌 홈페이지]


국내 유일의 힙합 최대 페스티벌인 CJ E&M의 원 힙합 페스티벌은 출연자들의 면면을 보면 이번 디스전에 참여한 힙합 뮤지션들이 대거 속해 있습니다.



곰이 재주 부리는 동안 계산기 두드리는 '왕서방'도 있다. 바로 CJ E&M이다. CJ E&M은 9월 7일 국내 유일 초대형 힙합 페스티벌 '2013 원 힙합 페스티벌(이하 원)'을 개최한다. 해당 페스티벌에는 이번 디스전에 직, 간접적으로 연관된 아티스트들이 대거 출연한다. 디스전의 시발점이 된 스윙스부터 스윙스의 디스 대상이 된 어글리덕, 이밖에 디스곡에서 언급된 버벌진트 산이 빈지노 R-EST 매드클라운 제이켠 등이 포함됐다. 


힙합 디스전, '컨트롤' 대란 속 최대 수혜자 따로 있다?(스포츠조선, 2013-08-28)



이번 디스전이 인터넷을 통해 크게 유명해지면서 덩달아 원 힙합 페스티벌까지 유명해진 건데요. 디스전 덕분에 예매 순위 3위까지 뛰어올랐다고 합니다. CJ E&M 측도 적극적인 보도자료를 통해 디스 또한 힙합 문화의 한 측면인 만큼 스윙스 어글리덕 등 '원'에 출연하는 디스전 주인공들의 모습도 재밌게 즐겨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죠.


페스티벌에 큰 관심이 없던 대중들도 실제 디스를 한 무대에서 볼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품고 예매한다니 기업은 돈 벌어 좋고, 뮤지션들은 무대를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어 좋겠지만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입니다. 대중들의 품에서 더욱 사랑받을 수 있는 장르가 이어지길 바라며, 여러분은 이번 ‘힙합 디스전’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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