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의 위기, 디자인으로 승부하라!

2013. 9. 30. 14:48다독다독, 다시보기/미디어 리터러시





‘한입 베어 먹은 사과’하면 무엇이 연상되나요? 아마 세계적 기업 애플의 로고가 떠오르실 겁니다. 애플은 제품의 심플하고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각광을 받으며 업계를 리드하는 것은 물론 굳건한 마니아층까지 형성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물음표를 하나 더 던져봅니다. 서점에서 책을 고를 때 분위기 있는 표지나 아름다운 삽화에 이끌려본 적 있으신가요? 누구나 그런 경험이 있을텐데요. 반대로 특색 없는 디자인 때문에 독자가 좋은 책을 무심코 지나쳐버리는 안타까운 일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처럼 오늘날 디자인의 중요성은 두 말 할 것 없습니다. 디자인은 개성과 스타일이라는 감성적인 요소를 통해 어떤 대상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중요한 과정입니다. 더 이상 치장만 하는 옵션이 아닌 핵심으로, 디자인은 강력한 힘을 지닙니다. 


현재 미디어 산업의 변화로 기존의 매체들은 새로운 미디어와 차별화 된 매력으로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아야 하는데요. 신문 또한 예외가 아닙니다. 다독다독에서는 끊임없이 대두되고 있는 신문업계의 위기, 그 해결책을 ‘디자인’에서 찾아보았습니다.




신문의 위기, 디자인이 답인 이유


디지털 미디어의 범람으로 전 세계의 종이 신문 시장은 위기를 맞았습니다. 신문 산업이 서서히 사양길로 접어들면서 150년 역사를 가진 미국의 지방지 록키마운틴뉴스(Rockey Mountain News)와 프랑스의 경제 일간지인 라 트리뷴(La Tribune)등 여러 종이 신문의 발간이 중단됐습니다. LA 타임즈와 시카고 트리뷴 등을 발행하는 미국 2위 신문그룹 트리뷴은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했으며 영국 일간지인 가디언도 종이신문의 발행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미국의 유력 일간지 워싱턴 포스트가 아마존닷컴에 매각됐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지요.





위기와 함께 각 신문사마다 이전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인터넷에 속보성의 우위를 빼앗긴 후, 신문은 TV나 온라인 뉴스가 가지지 못하는 탐사보도를 통한 심도 있는 기사와 오피니언, 사설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려 했습니다. 또, 신문을 교육에 활용하는 NIE(Newspaper In Education)의 출현도 위기 탈출 전략 중 하나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신문은 간결하고 자극적인 인터넷 텍스트에 익숙해진 독자를 유혹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생존전략을 찾아야 할 필요가 여기에 있습니다. 풍부하고 심도 있는 내용과 더불어 눈에 띄는 디자인으로 독자를 유혹하는 것입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처럼 텍스트 자체의 질과 더불어 사진의 배치, 텍스트 구성과 같은 디자인으로 인터넷 뉴스와의 차별성을 두는 것이지요.




가독성과 신선함을 동시에 : 외국의 신문 디자인


창조적인 신문의 편집 디자인은 단순히 그래픽이 뛰어난 디자인을 가리키는 게 아닙니다. 디자인을 통해 보다 효과적으로 신문의 정보를 전달하는 것인데요. 가독성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읽는 재미까지 주는 ‘일석이조’를 노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흥미로운 외국 신문들의 디자인 사례를 함께 살펴보시겠습니다.




▲ 덴마크의 대표 일간지 ‘Politiken’ 지면 중 일부 사진 [출처 - 광재닷컴]


덴마크의 대표 일간지인 <Politiken>의 지면입니다. 잡지와 닮은 형태를 하고 있지만, 강렬한 색감과 이미지 사용이 돋보이는 신문입니다. 기사의 형태가 예술로 표현된 사례라고 할 수 있는데요. 특히 우측의 지면은 편집인이 독자에게 내용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많은 주의를 기울였다고 합니다, 다행히 독자들로부터 불만이나 항의는 전혀 없었다고 하네요.




▲ (좌) 리투아니아의 경제 전문지 <베르슬로 지니오스>  [출처-컬처&디자인]

(우) 러시아의 격주간지 <악지아> [출처 - http://oquerolanamidia.blogspot.kr/]


각각 리투아니아의 경제 전문지 <베르슬로 지니오스>와 발행부수가 20만부인 러시아의 격주간지 <악지아>의 지면 중 일부입니다. <베르슬로 지니오스>는 지면만 봐서는 어쩐지 쉽사리 다가갈 수 없는 느낌의 경제신문이 아닌, 미술 전문 잡지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장르마저 초월한 과감한 디자인입니다.


마치 물감을 콕콕 찍어 바른 것 같은, 신발을 신은 사람의 다리모양을 한 <악지아>는 텍스트의 레이아웃에 변화를 줘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지면을 재치 있게 보여줍니다. 이 디자인은 신문 디자인과 시각 저널리즘의 진흥을 목적으로 하는 국제 조직인 ‘신문디자인연구회(SND)’가 뽑은 ‘올해의 신문 디자인’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 포르투갈 주간지 <엑스프레소> [출처-http://blog.naver.com/soyview/140094821825]


다음 사진 속 주인공은 누구일까요? 정장 차림으로 편하게 다리를 꼬고 환하게 웃고 있으며, 다양한 제스처를 하고 있는 이 여성은 바로 포르투갈의 교육부 장관입니다. 포르투갈의 주간지 <엑스프레소>에 실린 인터뷰인데요. 정치인 기사에 쓰는 강인한 느낌의 이미지 대신 개인의 성격이 자연스레 엿보이는 사진으로 편집된 게 인상적입니다. 슬라이드 쇼를 연상시키는 이미지의 배치 또한 독특하지 않나요?




혁신은 ‘디자인’의 바람을 타고 ‘신문’ 업계에 파도를 일으켰다


1982년에 창간된 미국의 5대 신문 중 하나로 손꼽히는 <USA 투데이>는 디자인과 지면편집에서 혁신적인 변화를 도입했는데, 이는 신문업계 전반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일으켰습니다. 지금은 미국에서 어떤 신문을 훑어보더라도, 디자인과 편집에서 <USA 투데이>의 흔적을 뚜렷이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 미국의 대표 신문 <USA 투데이> [출처 - http://jungkiyoung.com/80169448038]


<USA 투데이>는 지면 구성에서 디자인을 중시하는 새로운 유행을 만들어냈습니다. 크게 늘어난 이미지의 비중과 과감한 편집 방식이 주목할 만합니다. 거기에 독자들이 기사를 빨리 읽을 수 있도록, 가능하면 기사를 짧게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데요. 줄어든 내용에 보다 임팩트 있는 이미지와 도표, 그래프를 풍부하게 덧붙여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고 합니다. <USA 투데이>의 이 색다른 시도는 독자들의 흥미와 만족도에 대한 치밀한 조사를 통해 이루어진 결과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신문들도 혁신의 바람에 살랑였습니다. 읽기의 효율성을 높이면서, 콘텐츠의 질은 극대화 시키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데요. 제일 눈에 띄는 변화는 역시 ‘판형’입니다. 신문의 크기를 변화시키면 휴대의 편의성이 높아지고, 다양한 편집 기법을 적용할 수 있어 보다 세련된 신문을 만들 수 있습니다.


<국민일보>가 <USA 투데이>와 같은 크기의 판형으로 디자인 개편을 했고, <중앙일보>역시 베를리너판으로 크기를 줄였습니다. 그밖에 다른 주요 신문사들도 판형 변경 및 다양한 디자인 개발을 위한 내부 실험 중이라고 합니다.




▲ <경향신문>의 이색적인 지면 디자인 [출처 - 광재닷컴]


판형 변화부터 시작해 지면 내부의 디자인까지…. 신문을 읽다가, 자신을 알아봐주길 기다리며 숨어있는 디자인을 발견하는 재미 또한 쏠쏠할 것 같습니다.




더 많은 독자들을 이끌 ‘좋은’ 디자인을 기대하며


지금까지 외국의 사례를 통해 디자인이 신문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멋진 사진과 그림 그리고 다양하게 배열된 기사가 무슨 내용인지 궁금증을 자극하지 않았나요? 세계시장과 마찬가지로 한국의 신문도 침체의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더욱 다양하고 참신한 접근으로 탈출을 모색해야 할 때입니다. 유익한 기사와 독자의 눈을 사로잡을 독특한 디자인으로 무장한다면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더 많은 이들이 손을 뻗어 집어가게 될, ‘좋은’ 디자인의 신문이 가판대를 장식 할 날을 기대해봅니다. 그 ‘좋은’ 디자인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많은 이들의 노력과 우리 독자들의 관심이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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