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고생, 드라이버 대신 신문을 잡게 된 이유

2013. 12. 12. 14:49다독다독, 다시보기/미디어 리터러시







요즘 학창시절을 배경으로 한 미디어 콘텐츠가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학창시절은 어땠나요? 무서운 얼굴을 한 선생님께 기꺼이 사랑의 매를 맞았던 기억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아프기만 했던 ‘매’에 ‘사랑’이라는 수식어가 붙고, 숨 막히는 ‘경쟁’에 ‘선의’라는 수식어가 붙었던 그 시절. 정이 사라진 지금의 교정에서 학생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아이들에게 어른의 말과 매가 아닌 신문으로 참된 인성교육을 하는 선생님이 계시다고 합니다. 그곳을 다독다독이 찾아가 보았습니다. 함께 만나보시죠! 



“신문을 통해 가까워지는 사제지간을 꿈꾼다” 

- 인천 계산공고 황희선 선생님 -





Q. 평소 신문을 즐겨 읽으신다고 들었습니다. 신문을 즐겨 읽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 어깨너머로 신문을 보며 자랐습니다. 그 후 성인이 돼서는 입사하며 신문을 접하게 되었는데요, 담당부서의 과장님께서 직원들에게 아침 회의 전 매일 5분 스피치 시간을 주며 발표 시간을 갖게 하였기 때문입니다. 


학교에 들어와서는 학생과의 소통을 위해 신문을 활용했습니다. 특성화고 아이들은 대부분 취업을 생각하고 있는데요. 그래서 이 학생들에게 “공부 열심히 해야 한다.”, “대학에 가야지.” 등의 조언과 충고는 효과가 없었습니다. 대신 학생의 상황을 고려해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그 날 그 날의 기사를 보여주었습니다. 직접적인 조언과 충고보다는 학생이 공감하고 관심을 가져할 기사를 보여줌으로써 자신을 돌아보고 행동의 변화를 일으키도록 하였습니다.


Q. 자신만의 특별한 신문읽기 방법이나 NIE교육 팁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신문은 집에서도 구독하지만 학교에 들어오는 일간지와 지역신문도 구독합니다. 수업이나 업무로 바쁠 때는 신문을 모아 놓고 시간이 날 때마다 가위로 잘라 정리해 두며 수업시간에 짧게나마 소개해 줍니다. 기사는 주로 사회면, 인물면을 다루는데요. 인성교육에 도움이 될 만한 청소년의 일탈행동, 인간 승리의 사례 등을 스크랩 합니다. 또한 매체에 친숙한 학생들을 위해 3분 남짓한 동영상 뉴스, 다큐멘터리를 온라인스크랩 기능을 사용해 보관해 두었다 보여주어 종이 신문이 줄 수 없었던 시청각효과를 주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Q. 학생들의 교화활동으로 봉사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신문 활용 교육을 택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물론 학생을 교화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어떤 방법으로 아이들과 소통할지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중앙일보에서 NIE 강사를 뽑는다는 공고를 봤는데요. 이를 계기로 정식으로 7~8년간 NIE교육을 배우며 전에 있던 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쳤습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변화한 학생의 모습에 NIE교육을 지속하기로 다짐했습니다. 어른이 상투적으로 하는 말을 할 때는 반항과 무관심으로 일관하던 학생들이 자신의 행동과 유사한 내용의 기사를 보여주자 관심을 나타냈고, 반성의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역경을 딛고 어렵게 인간승리를 한 장애인과 장인의 기사, 그리고 학력을 극복한 기사를 접할 땐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Q. NIE 인성교육을 할 때 가장 중점을 두고 가르치시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신문은 다른 인성교육 자료에서 다룰 수 없는 사회현상과 시대성을 반영합니다. 그렇기에 지금 현재에 맞춰 학생을 교화할 수 있는 거죠. 저는 신문을 통해 여러 가지 일탈행동을 하는 학교 부적응 학생을 21세기를 선도 할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을 키우고 도덕의식을 가진 용기 있는 리더로 기를 수 있도록 하는데 중점을 둡니다. 아이들이 바른 심성을 가질 수 있도록 따뜻한 마음으로 교육을 하고 있어요. 


Q. NIE 인성교육을 오랫동안 해오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제자나 에피소드는 무엇인가요? 


‘학교짱 김택균’이 있었습니다. 제가 2학년 때 담임을 맡았던 학생이에요. 어느 날 이 학생이 조직폭력배 관련 사건에 휘말리게 되었어요. 그래서 학교에선 퇴학을 시키려 했죠. 그런데 택균이는 졸업은 해야겠다고 학교를 다니겠다고 말했어요. 그래서 제가 학교 측에 한 달만 시간을 달라고 말하고, 택균이에게 NIE 교육을 시켰습니다. 같이 신문도 읽고, 기사를 읽어보게 한 후 자신의 행동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주었어요. 그 후 택균이는 무사히 졸업도 하고, 군대에 다녀온 후 학교로 찾아오기도 했습니다.


Q. 가르치는 학생들이 어떤 어른으로 성장했으면 좋겠나요?


일단, ‘용기 있는 리더’가 되었으면 합니다. 한 학급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학생이 있다고 예를 들어볼게요. 대부분 이런 상황이 오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따돌리는 강자에게 굴복해 따돌림을 당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아무 소리도 못 내죠. 하지만 누군가 그 상황을 보고 용기를 내어 “하지마!”라고 하면 그때 또 다른 누군가가 “하지마!”라고 말해주거든요. 그러다보면 다른 학생도 따돌림을 모른 체 하지 않게 돼요. 저는 이런 두 명의 학생을 만들고 싶어요. 옳지 않은 것에 용기 있게 맞서고 소리 낼 줄 아는 사람, 사회에 나가서 사소하더라도 올바른 인성이 묻어나는 행동을 할 수 있는 사람, 전 제가 가르치는 학생이 그런 어른으로 성장하길 원합니다. 그러다보면 우리 사회도 더 좋은 모습으로 변하지 않을까요?





Q. 앞으로 학생들에게 어떤 선생님으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사회에 나가서도 옳고 그름을 알려준 선생님, 바른 심성을 가지게 해 준 선생님, 따뜻한 배려의 마음을 가지게 해 준 선생님, 어렵고 힘든 사람을 모른 체 지나치지 않고 용기를 내어 도와주는 선생님 등으로 기억해주기를 소망합니다.



신문을 활용해 인성교육을 하는 황희선 선생님. 다소 생소한 이 교육법을 받은 학생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성장했을까요? KBS <스카우트>에서 당당히 우승하며 현재 유닉스전자에 근무 중인 계산공고 3학년 박진 학생을 만나보았습니다. 



“ 과녁을 조준하는 힘을 가지게 해준 NIE "

- 계산공고 전자기계과 3학년 박진- 





Q. 처음 NIE 교육을 접할 땐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신문을 자주 보는 편이라 학교에서 NIE 수업을 한다는 것이 반가웠어요. 하지만 특정 주제를 놓고 기사를 조사하는 건 조금 어렵게 다가오기도 했어요. 예를 들면 증권사와 관련된 직업군이면 잘 모르던 환율정보나 관련용어를 알아야 했기 때문이죠. 그 과정에서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수업을 마치고 나서는 확실히 안목이 넓어졌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어요. 


Q. NIE 교육을 받으며 변화가 있었나요?


학교에서 받은 NIE를 통해서 직업선택의 가치관을 바로 잡을 수 있었어요. 고등학교 졸업이라는 최종학력과 어린나이로 취업을 했지만, 연배가 많은 직장동료들과 원활하게 대화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이 되어주었거든요. 꾸준히 신문 읽는 습관을 통해 그 날 그 날 새로운 정보를 머릿속에 업데이트해 넣을 때면 오늘은 어떤 소식을 전할까 하는 마음에 활기찬 생활을 할 수 있었어요. 그렇게 해서 지금은 회사에서 예쁨 받는 신입이 되었습니다.


Q. 황희선 선생님을 5글자로 표현한다면?


선생님은 ‘아수라백작’이다. 두 얼굴을 가진 아수라 백작이신 것 같아요. 가끔 선생님인지 친구인지 헷갈릴 때가 있어요. 물론 좋은 의미로요.(웃음) 수업을 들을 때면 멋진 모습이 존경스럽고요. 평소에는 선생님의 애칭을 부를 정도로 친근감이 있는 분이시죠. 누구보다 우리를 이해해주시고, 다정하게 대해주시는 미워할 수 없는 두 얼굴의 아수라 백작이십니다. 




무한 경쟁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신문 활용 교육 (NIE, Newspaper In Education)을 통해 ‘인간다움’과 ‘정’을 먼저 가르치는 황희선 선생님. 짧은 만남이었지만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 진정한 사제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현재 우리 교육의 현실과 모습은 어떤가요? 학생들에게 학식이 풍부한 ‘든 사람’, 이름이 알려진 ‘ 난 사람’이 되기만을 바라지는 않는지요. 그런 사람이 되기 이전에 먼저 ‘된 사람’이 되어야함을 강조해야하는데 말이죠. 황희선 선생님의 간절한 바람처럼 앞으로도 신문을 통해 더 많은 학생들이 용기 있는 리더로 성장하길 응원하고 기대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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