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방송에 사용된 틀린 맞춤법 살펴보니

2013.10.08 09:53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세종대왕과 한글 창제를 다룬 픽션이었던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는, 첫 회부터 글을 읽지 못해 억울하게 모략에 이용당하고 죽어가는 무지렁이 백성들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또다시 글을 읽지 못해 억울하게 맞아 죽은 아버지의 유언조차 스스로 읽지 못하고 분노와 증오에 빠져드는 아들을 보여주었고요. 하지만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로 이제는 읽지 못해 억울하고, 쓰지 못해 눈물짓는 일이 더 이상은 없어졌습니다. 모든 백성이 평등하게 자기 생각을 밝힐 수 있도록 해준 고마운 한글. 올해는 세종대왕의 한글 반포 567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고맙고 훌륭한 글자를 선물 받은 우리는 한글을 제대로 가꾸고 사용하고 있을까요? 오늘은 신문기사와 방송조차도 오용하는 한글에 대해 알아볼게요.




[출처 - SBS]




잠시만요, 보라 언니 맞춤법 맞히고 가실게요~


요즘 '느낌아니까~'로 유명한 개그콘서트의 뿜엔터테인먼트. 월요일이 다가오는 일요일밤의 마지막 즐거움인데요. 요즘에는 특히 '잠시만요, 보라 언니 들어가실게요~'가 큰 히트를 치며 유행어가 되었죠. 하지만 이 말은 잘못된 표현입니다. 함께 쓰일 수 없는 어미 둘이 같이 쓰였기 때문이죠.



지나친 존대는 어법에 맞지 않는 말투를 유행처럼 번지게 하고 말았다. 건강검진을 할 때 간호사들이 안내하는 말투는 전혀 어법에 맞지 않는다. 가령 몸무게를 잴 때에 “신발 벗고 올라가실게요.” 한다든지, “의자에 앉으실게요.”, “오른쪽 눈을 가려 보실게요.”처럼 말하는 경우가 많다. 모두 어법에 맞지 않는 표현들이다. “신발 벗고 올라가실게요.”를 “신발 벗고 올라갈게요.”로 해야 올바른 문장이 되는데, 이 경우 체중계에 올라가는 사람은 검진 받는 사람이 아니라 간호사 자신이 되겠다. ‘-ㄹ게요’라는 어미는 말하는 이가 어떤 행동을 할 것을 약속하는 뜻을 나타내는 종결어미다. 자기의 행동을 ‘올라가실게요’로 높이는 것도 잘못 되었지만, 상대방에게 올라가라는 뜻으로 말한 것이라면 더욱 엉뚱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이때에는 “신발 벗고 올라가시겠어요?”, 또는 “올라가 주시겠어요?”처럼 말하면 되겠다.


사물 주체로 '-시'를 붙이는 높임말은 잘못이다. (한글문화연대, 2013-09-06)



이는 자본주의가 심화되고 고객에 대한 마케팅과 서비스가 한층 더 중요해지면서 고객을 지나치게 존대하다보니 생기게 된 억지 높임말인데요. 이 때문에 '~하고 가실게요'라는 유행어까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억지 높임말은 오히려 고객을 낮추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테이크아웃 커피점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손님 주문하신 커피 5분 후에 나오시는데 괜찮으세요?'는 어법상 손님이 아닌 커피를 높이고 있죠. 심지어 주문하신 커피와 베이글 모두 합해 10000원 나오셨습니다는 심지어 커피나 베이글도 아닌 10000원이란 돈을 손님보다 높은 자리에 올리고 있으니 의도치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손님을 깔보는 말이 될 수도 있습니다.


뿌리 깊은 나무에서 세종은 백성들이 서로의 뜻을 알리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한글을 만들어 모두가 평등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자 했죠. 하지만 그 은혜를 입은 후손들은 서로가 아닌 돈과 사물을 높이고 있으니 한글날을 맞이해 세종대왕께서 슬퍼하시지 않을까 싶네요.




[출처 - 독서신문]



KBS2 예능프로그램 <개그콘서트>가 잘못된 맞춤법을 자막으로 바로잡아 눈길을 끌었다. 지난 1일 방송된 <개그콘서트 - 뿜엔터테인먼트>에서는 자막으로 "'~하고 가실게요'는 주체 높임형 선어말어미 '-시'와 약속형 종결어미 '-ㄹ게'가 함께 쓰인 잘못된 표현으로, '~할게요/ ~하겠습니다'가 바른 표현입니다"라는 문구가 등장했다. '~하고 가실게요'는 개그우먼 박은영의 유행어로, 해당 유행어가 맞춤법에는 어긋나는 표현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개콘 "하고 가실게요"는 맞춤법에 어긋난 표현… 자막 정정 '눈길' (독서신문, 2013-09-03)



다행히 개그콘서트는 시청자들의 지적을 받아들여 해당 코너에서 유행어를 할 때 자막을 통해 이 표현이 바른 어법이 아니라는 점을 알리고 제대로 된 표현법도 함께 표시하였습니다. 방송이 자신의 책임을 다하는 모습은 참 보기 좋군요. 이로써 사람들이 바른 표현에 좀 더 신경 쓸 수 있게 되었으면 하네요.




신문기사에도 아직까지 살아남은 일본어 잔재


세종대왕의 나라였던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듯 한글도 일본어의 잔재로 오랜 기간 신음해왔습니다. 그나마 일본어 잔재를 없애기 위한 노력들로 명백히 일본어처럼 보이는 많은 단어들이 순화되었지만 한국말처럼 보이는 단어들은 여전히 살아남아 신문기사에까지 등장하곤 합니다. 우선 스포츠나 연예계 기사부터 정치면까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자주 등장하는 기라성이 있습니다.




[출처 - 서울신문]



'기라성'은 우리말에서 하루바삐 없애야 할 일본어 찌꺼기다. 일본인은 우리말의 "반짝반짝"을 '기라기라(ぎらぎら)'라 하고, 이를 적을 때는 한자에서 '기라(綺羅)'를 빌려다 쓴다. 여기에 '보시(ぼし)'로 읽히는 한자말 '성(星)'을 갖다 붙여 '기라보시(ぎらぼし)'라 읽고 '기라성(綺羅星)'이라 적는 말을 만들었다.


[KRA가 우리말을 지킵니다]기라성은 일본말 찌꺼기(스포츠경향, 2010-07-05)



하지만 이 단어는 지금 이 순간에도 신문 기사에 버젓이 쓰이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심지어 일본을 비판하는 기사에도 등장하고 있어요.



일제 강점기 한글 사수에 큰 족적을 남겼던 이극로 선생의 발언이다. 주시경 선생을 필두로 그의 기라성 같은 제자들이 1910년 일본의 조선 침탈 이후 '우리말'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처절하게 투쟁했는지를 이 책은 일관되게 파헤치고 있다.


'가나다라'를 줄이면 '나라', 한글지키기=독립운동 (머니투데이, 2013-10-05)



만약 독도가 진실로 일본 땅이라면 지난 60여년 동안 기라성 같은 역대 일본 수상들이 왜 독도를 한국이 실효적인 지배를 하도록 방치했겠는가.


일본 정치 지도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충청투데이, 2012-10-29)



한글지키기와 독립운동에 대해 역설하는 기사에서도, 독도가 우리 땅이라고 외치는 기사에서도 기라성이라는 일본어의 잔재는 아무 여과 없이 쓰이고 있습니다. 척 보기에도 일본어 같은 단어들과는 달리 원래 우리말인지 일본어 잔재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그만큼 일본어의 잔재가 우리말에 깊은 상처를 입혔다는 소리죠. 안타까운 일입니다.




[출처 - 경향신문]


기라성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쉽게 구분하지 못해 기사에도 무분별하게 쓰고 있는 일본어 잔재는 그밖에도 해외, 진검승부 등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우리가 다른 나라를 일컬을 때 대부분 `해외`라고 한다. `해외(海外)`는 일본식 표현이다. 대한민국은 대륙과 접해 있는 엄연한 대륙국가다. 최근 들어 일각에서 국토 삼면이 바다에 접해 있으므로 세계 해양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해양국가라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그건 국가전략상 문제다. 일본은 섬나라이므로 일본이 아닌 외국은 죄다 `해외`다. 대한민국은 섬나라가 아닌데 왜 `해외`라고 해야 하나. 대부분 언중이 `해외`를 무의식적으로 습관적으로 사용하다 보니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현상이 빚어지는 것 같다. 해외동포는 재외동포로, 해외공관은 재외공관으로, 해외여행은 외국여행 또는 국외여행으로, 해외투자는 국외투자로 표현하면 되겠다.


[말글마당] 해외와 국외 (매일경제, 2010-03-11)



일본 국제교류기금 서울문화센터는 “진검승부(しんけんしょうぶ·신켄쇼부)란 일본에서 18 세기 후반부터 쓰이기 시작한 말로 ‘목숨까지 잃을 각오로 승부한다’는 의미”라 설명한다. 우리 국립국어원은 “진검승부는 일본식 표현으로 바른 우리말 표현으론 ‘생사 겨루기’가 좋다”고 한다. 지난 1970년대 말부터 일부 언론에서 이 말이 쓰인 뒤 점점 그 사용이 늘어 오늘날 우리말처럼 널리 쓰이게 된 데는 언론의 책임이 작지 않다. 어휘의 연원이 과연 어떠한지, ‘진검승부’에 대한 논의는 지금도 진행 중이지만, 이에 부정적 견해가 있다면 이를 ‘생사 겨루기’로 바꿔도 좋거니와 이것이 좀 낯설다 싶으면 ‘사생결단(死生決斷)’ 정도가 어떨까 싶다.


진검승부 (강원도민일보, 2012-03-17)



해외는 국외로, 진검승부는 사생결단으로 바꾸어 쓰는 게 더 좋다고 합니다. 기라성의 경우도 국립국어원은 '빛나는 별'로 바꾸어 쓰기를 권하고 있지만 어색하다고 생각된다면 흔히 쓰는 '내로라하는'으로 바꾸어 쓰면 됩니다.


일본어 잔재의 경우 그대로 굳어진 경우가 많아 고치기 어렵지만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과거에 어른들이 많이 쓰시던 일본어 잔재인 와루바시, 사라는 이제 나무젓가락과 접시로 바로 잡히게 되었죠. 이상한 높임말이나 다른 일본어 잔재도 꾸준히 신경 쓰고 고쳐 나간다면 바른 우리말을 앞으로도 간직할 수 있을 겁니다.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글자이자 쉬운 글자인 한글. 567주년 생일만이라도 좀 더 바른말 고운말을 써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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