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0. 17. 13:31ㆍ다독다독, 다시보기/현장소식
가을, 통통하게 여문 곡식만큼 축제도 그 어느 때보다 속이 꽉 차게 무르익은 계절입니다. 며칠 전 부산에서는 미디어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와 함께 성대한 영화 축제가 열렸었고, 새 학기를 맞은 전국 대학가에는 달뜬 응원소리와 함께 뜨거운 청춘의 축제가 곳곳에서 열리고 있지요. 지난 토요일에는 ‘2013 세계불꽃축제’에 참여한 각국의 불꽃들이 여의도의 하늘을 아름답게 수놓기도 했습니다.
이런 흐름에 서울의 문화·예술 중심지 ‘홍대’가 빠질 수 없겠죠? 지난 10월 1일부터 6일까지 이 홍대 일대에서 수많은 축제 중 가을과 가장 잘 어울리는 페스티벌이 열렸는데요. 바로 ‘서울 와우북 페스티벌’입니다. 올해로 아홉 번째를 맞은 이 행사에는 ‘만인을 위한 인문학’이라는 슬로건 아래 114개 출판사, 그리고 170여 명의 작가 및 아티스트들이 참여해 시민들과 함께하는 풍성한 문화 프로그램들이 진행되었습니다. 글자 그대로 ‘책 축제’이니만큼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출판사들이 차려놓은 부스의 행렬에 홍대 전역이 온통 책으로 뒤덮인 풍경이었는데요. 날이면 날마다 오지 않는 책 잔치, 다녀오지 못한 분들이라면 더더욱 다독다독의 기사를 읽고 ‘서울 와우북 페스티벌’을 즐겨주세요.
홍대 한복판에 일렁이는 책의 파도 : 거리도서전
‘차량 통행이 제한됩니다.’
핑크색 배너가 친절하게 서서 무언가 특별한 일을 암시하는 듯 공고사항을 알리고 있네요. 원래 주차장이었던 장소에 축제 기간 동안에는 승용차 대신 책으로 가득 채울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이곳 홍대 주차장거리에서 열린 ‘거리도서전’에는 100여 개의 출판사가 참여해 각각 부스를 차려 기존 가격보다 할인된 금액으로 책을 판매했습니다. 끝없이 이어진 부스의 행렬과 함께 셀 수 없이 많은 책들을 한 번에 보고 있자니, 서점에서 구경 할 때와는 사뭇 다른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백화점에 정갈하게 진열된 것이 아닌, 쇼핑 스트리트에 펼쳐진 옷들처럼 자유롭게 펼쳐진 책의 물결 속에서 즐거운 마음으로 ‘책 쇼핑’을 할 수 있었지요.
위와 같이 출판사가 책을 판매하는 것 외에 다른 의미 있는 방식으로도 책 거래가 이루어졌는데요. 그 중 ‘와우 책 시장’은 시민들이 직접 자신이 보던 헌 책, 혹은 책과 관련된 물품을 내놓는 벼룩시장의 형태로 진행되었습니다. ‘사랑의 책꽂이’처럼 책이나 기부금을 후원 받아 연말에 어린이 도서관이나 지역의 소외계층에 전달하는 따뜻한 기부 문화 캠페인도 축제의 의미를 더해주었지요.
책만 있는 게 아니야 : 다양한 분야, 여러 연령층이 함께하는 예술 네트워크
‘서울 와우북 페스티벌’에서는 책 관련 행사 뿐 아니라 문화 · 예술의 전 영역을 걸쳐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습니다. 야외에 설치된 무대에서 펼쳐진 인문학 토크에는 국내 · 외의 유명 작가, PD, 평론가, 디자인이나 미술업계 종사자들이 참여해 다방면에서 바라본 인문학에 대해 시민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뮤지션들의 버스킹 공연은 거리에 늘어진 책들 사이에 음표를 퍼트리며 축제에 활기를 더해주기도 했지요.
한편 축제 기간 중 휴일인 날에는 가족 단위의 시민들이 많이 찾았는데요. ‘어린이 책 놀이터’를 통해 어린 아이들도 함께 책 축제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어린이들을 위한 프로그램 역시 독서에만 편중된 활동이 아니었는데요. 물레 돌리기나 우쿨렐레 연주, 팝업 북 만들기를 비롯해 도자기 제작, 그리고 화분 디자인 활동까지 다양했습니다. 북 페스티벌에서 이와 같은 창의적 활동들이 책 읽기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아이들을 직접 참여시켰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어린 시절부터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요즘 어린이들 그리고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에게까지 이런 독서 · 예술체험이 시사하는 바가 컸으리라 짐작되네요.
북 페스티벌 : 책과 함께 신나게 ‘놀아나는’ 장이 되기를
이번 북 페스티벌 기간 동안, 인문학을 통해 정신적인 일탈을 경험할 수 있었는데요. 평소에 어렵고 멀게만 느껴졌던 책에 관한 것들이 다양한 문화적 활동들과 연결되어 일종의 ‘놀이’와 같은 형태로 다가왔기 때문이죠. 이를 통해 신선한 자극을 받은 것을 요즘 유행하는 말로 ‘힐링’되었다고 표현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계속적인 불황을 호소하는 출판계의 상황, 그리고 매스컴에서 혀를 차는 현대인들의 독서수준에 대한 지속 가능한 해결책으로 북 페스티벌과 같은 행사들이 도움이 되리라 조심스레 짐작해봅니다. ‘서울 와우북 페스티벌’에서 살펴본 것처럼, 책이 신나고 창의적으로 ‘놀이하듯’ 다가와주면 우리는 책과 친해지기 더 수월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너무 똑똑해 대화가 어려운 친구보다는 재밌고 마음이 통하는 친구와 오래도록 어울리고 싶은 것처럼 말이죠. 어떤 유명한 학자가 말했듯, 우리는 모두 ‘놀이하는 인간’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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