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록문화제로 되살아난 소설가 심훈의 삶 엿보기

2013. 10. 15. 12:00다독다독, 다시보기/현장소식





그 날이 오면, 그 날이 오면은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 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 날이 

이 목숨이 끊기기 전에 와 주기만 할 양이면 

심훈의 시 '그 날이 오면' 중에서





항일 의지와 민족 해방의 염원을 담은 시 '그날이 오면'. 중·고등학교 때 한 번 쯤 들어보셨을 텐데요. 이 시는 소설가이자 독립운동가였던 심훈(1901-1936)선생의 대표적인 시입니다. 또한 농촌 계몽 운동을 소재로 쓰인 소설 '상록수'도 그의 대표작인데요. 심훈 선생의 정신을 기리고 지역문화예술의 발전을 위한 심훈 상록문화제가 지난 9월 충남 당진에서 열렸습니다. 심훈 선생의 일생과 문학의 향기를 느낄 수 있었던 상록문화제 속으로 함께 가보실까요? 




소설 ‘상록수’




▲(왼쪽) 소설 <상록수>의 표지 [출처-교보문고]

 (오른쪽) 필경사 전경 [출처-서울신문]


소설 <상록수>는 1935~36년에 써진 소설입니다. 1930년대 동아일보는 브나로드('민중 속으로'라는 러시아말) 운동을 추진하면서 농촌계몽운동을 소재로 한 작품을 모집하였는데요. <상록수>는 바로 그 때 당선되어 동아일보에 연재되었습니다. 이 소설은 주인공 박동혁과 채영신이 여름방학 농촌계몽운동에서 만나 농민운동을 함께 해나가며 사랑을 하는 내용인데요. 소설 속 채영신이라는 인물은 실제로 농촌계몽운동을 활발히 했던 '최영신'이라는 인물을 모티브로 하여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또한 <상록수>는 심훈 선생이 충남 당진에서 '붓으로 밭을 일군다.'라는 뜻을 가진 필경사에서 52일 만에 탈고한 작품이라고 하는데요. 지금도 필경사에는 심훈 선생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심훈의 삶, 당진에서 되살아나다!          


 



문화제가 진행되는 3일 내내 당진 문예의 전당 전시관에서는 <심훈의 삶, 당진에서 되살아나다.> 라는 주제로 기획전시가 열렸습니다. 심훈 선생의 일생부터 그가 썼던 물품, 작품 등이 전시돼 심훈 선생의 숨결을 가까이 느낄 수 있는 전시회였는데요.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졌습니다. 이 날 전시회를 관람한 남새롬 씨는 "상록수를 읽고 실제 심훈 선생의 유품과 흔적들을 보니 소설이 더 실제적으로 다가왔다."고 말했습니다. 






문학과 함께 깊어가는 가을 밤 


상록 문화제 첫 날인 27일 저녁에는 서울대 방민호 교수의 <심훈 문학세계 강연회> <도종환 시인과 함께하는 북 콘서트>가 진행되었습니다. 방민호 교수는 상록수는 이광수의 소설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말했는데요. 심훈은 '상록수'에서 '계몽이란 참된 자기의식을 갖는 것'이라는 소설가 이광수의 생각을 더 강화시켰다고 말했습니다. 





이어지는 도종환의 북 콘서트는 "시는 우리에게 무엇을 주는가."라는 주제로 진행되었습니다. 도종환 시인의 작품을 살펴보며 시인 자신에 대한 이야기, 인생에 관한 이야기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되었는데요. 도종환 시인은 '하찮은 것으로부터 무언가를 발견하고 인생을 얘기하는 것, 그것이 바로 시' 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그의 대표작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을 살펴보면서 그는 어디에 피어 있느냐 보다, 아름답게 피어 있는 것이 더 중요함을 강조했습니다. 작가가 직접 낭송해주는 시를 들을 수 있던 특별한 시간이었습니다. 





이 외에도 문학의 밤을 더 깊게 해주는 통기타 음악. 그리고 한글을 읽지 못하셨다가 최근에 한글을 배우게 되셨다는 두 어르신의 '그날이 오면' 시 낭송은 감동을 더해주었습니다. 




상록수, 문화예술이 되다  


상록문화제에서는 심훈 선생을 기리는 전시회, 강연회 외에도 이채로운 행사들이 진행되었는데요. 먼저 상록문화제 사전행사로 학생 백일장, 미술대회 등이 열려 이에 대한 시상이 이루어졌습니다. 또한 행사가 진행되는 3일 내내 상록수 영화 상영 시간이 있어 책과는 또 다른 상록수의 감동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외에도 심훈 전국 시낭송대회, 심훈 골든벨 대회, 청소년 체험 부스 등 다양한 문화예술 공간이 마련되어 문화제를 찾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해주었습니다. 상록수가 여러 형태의 문화예술이 되어 행사장을 찾은 사람들에게 깊게 뿌리내리는 시간이었습니다. 





민족의 독립인 '그 날'이 오기를 간절히 염원했던 심훈 선생. 한결같은 상록수처럼 살았던 심훈 선생의 삶과 문학을 볼 수 있는 문화제였습니다. 해마다 진행되는 행사이기 때문에 내년 이 맘 때 즈음 상록문화제에 발걸음 하셔서 심훈 문학의 향기를 느껴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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