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류현진의 빅리그 데뷔 첫 시즌을 마무리하며

2013. 10. 22. 10:30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출처 - 서울신문]



"신인왕과 10승, 2점대 평균자책점이 목표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26)은 처음부터 호기로웠다. 그가 미국행 비행기를 타기 전 내걸었던 빅리그 데뷔 시즌 목표는 결코 쉽지 않아 보였다. 대부분이 메이저리그 진출을 앞둔 한국 최고 투수의 자신감 표출 그 이상으로는 여기지 않았다. 류현진이 목표를 달성하기는 커녕 근접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들도 많았다.   

   

하지만 페넌트레이스 종료 후, 많은 이들이 자신의 섣부른 예측을 후회했다. 류현진의 데뷔 시즌 성적은 기대를 훨씬 웃돌았다. 14승 8패 평균자책점 3.00. 승수는 목표치를 넘겼고, 평균자책점은 간발의 차로 2점대 문턱을 넘지 못했으며, 신인왕 경쟁에서는 '또 다른 괴물'의 출현으로 아쉽게 밀려났다. 비록 3가지 목표 달성엔 실패했지만 누가 봐도 '성공'이라는 평가를 내릴 만큼 눈부신 루키의 등장이었다. 시즌 전까지만 해도 류현진 영입을 '도박'이라고 평가했던 현지 언론도 이제는 한결같이 "최고의 영입"이라고 태도를 바꿨다. 그만큼 한국산 괴물의 미국 상륙은 충분히 인상 깊었다. 

  



다저스 3선발 '우뚝'…괴물의 성공적인 미국 상륙 




[출처 - 서울신문]


류현진은 데뷔 시즌부터 다저스의 3선발 자리를 당당히 꿰찼다. 일반적인 3선발이라면 팀 내 비중이 그리 높지 않을 수 있지만 다저스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다저스엔 메이저리그 최강이라 불리는 클레이튼 커쇼와 잭 그레인키가 '원투 펀치'를 이룬다. 두 선수 모두 빅리그 투수에게 주어지는 최고 영예인 사이영상 수상 경력을 자랑한다. 그들의 뒤를 이은 류현진은 다른 팀의 3선발과 비교해 훨씬 묵직한 존재감을 지녔다. 각 팀의 에이스가 주를 이루는 부문별 기록 상위권에도 류현진의 이름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류현진은 리그 평균자책점 공동 8위, 다승 공동 10위에 오르며 웬만한 중위권 팀의 2선발보다 나은 활약을 펼쳤다.  

   

큰 경기에서도 류현진의 존재감은 눈부셨다. 특히 류현진은 세인트루이스와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에이스급 3선발'의 진가를 뽐냈다. 1,2차전에서 '필승 듀오' 그레인키와 커쇼를 선발로 내고도 연패를 당해 벼랑 끝에 몰린 다저스를 구한 이도 류현진이었다. 끝내 우승 도전이 좌절된 다저스가 그래도 웃을 수 있었던 것은 류현진이라는 확실한 수확이 있었기 때문이다.  

   



[출처 - 서울신문]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진출 1년도 채 되지 않아 '다저스의 보물'로 거듭났다. 류현진의 올 시즌 연봉은 333만 달러(약 36억원). 2억2850만 달러에 달하는 팀 전체 연봉의 1.46%에 그치는 수준이다. 하지만 활약의 가치는 연봉과 결코 비례하지 않았다. 승수로 따져봐도 쉽게 증명이 가능하다. 시즌 14승(8패)을 올렸으니 다저스는 류현진의 1승당 24만 달러(약 2억5500만원) 가량을 투자한 셈이다. '모험에 가까운 투자를 했다'는 초반 여론을 무색케 하는 '잭팟급 활약'이었다. 

  



진화하는 류현진, 다음 시즌이 더욱 기대된다 

   



[출처 - 서울신문]


류현진의 가장 큰 강점은 '무서운 적응력'이라는 것이 다시 한 번 증명됐다. 한국 프로야구에 데뷔한 2006년부터 한화의 선발 투수 자리를 꿰찬 류현진에겐 별다른 적응 기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 해 18승, 평균자책점 2.23, 204탈삼진의 특급 성적으로 투수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하며 '무서운 신인'의 탄생을 알렸다. 류현진은 데뷔 첫 해 참가한 시상식에서도 한 손에 신인왕을, 다른 한 손엔 최우수선수(MVP) 트로피를 쥐었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난 뒤, 미국 무대에서도 류현진의 '루키 신화'는 다시 한 번 재현됐다. 지난 5월29일 LA 에인절스전에서는 데뷔 11경기 만에 완봉승을 따내기도 했다. 박찬호가 데뷔 6년 만에 완봉승을 거둔 것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빠른 빅리그 적응이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기 전 국내 야구팬들로부터 '소년가장'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소속팀 한화의 빈약한 타선 지원으로 좀처럼 승수를 쌓지 못하는 불운에도 꿋꿋하게 역투를 펼치는 모습에서 탄생한 '괴물'의 또 다른 이름이다. 국내에서 충분히 단련된 정신력은 메이저리그에 진출해서도 제 기량을 펼칠 수 있는 든든한 밑거름이 됐다. 류현진은 간간이 찾아온 위기에도 좀처럼 흔들리지 않고 금세 컨디션을 되찾았다. 특유의 집중력과 오기로 슬럼프 없이 한 시즌을 꾸준하게 책임졌다.  

   



[출처 - 서울신문]


류현진의 맹활약으로 한국에는 다저스의 푸른 열풍이 다시 불어 닥쳤다. 관중 증가를 거듭하던 한국 프로야구가 주춤하는 사이, 류현진을 앞세운 메이저리그 콘텐츠는 국내 야구팬들에겐 새로운 관심거리로 떠올랐다. 여느 시즌이라면 관심이 적었을 다저스의 경기 결과에 수많은 시선이 집중됐고, 야시엘 푸이그와 후안 유리베 등 류현진과 절친한 선수들은 인종이 달라도 팬들에게 꽤나 친숙한 '국민 동료'가 됐다. 류현진이 등판하는 날이면 포털 사이트엔 '류현진 경기중계'라는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지켰고, 회사원과 학생,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류현진의 등판 성적에 울고 웃었다. 10여년 전 '코리안 특급' 박찬호가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던 때와 적잖이 닮았다. 이제 류현진은 '제2의 박찬호 신드롬'이 아닌 '제1의 류현진 열풍'을 만들어 간다. 여전히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괴물' 류현진의 다음 시즌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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