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0. 18. 10:11ㆍ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케이블 방송 최고의 히트 드라마. 2012년 한해를 휩쓴 '응답하라 1997'을 추억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H.O.T'와 '젝스키스'를 좋아했던 그 시절 여고생을 통해 1997년의 소품과 사건들을 떠올릴 수 있었던 '응답하라 1997'은 공중파에서도 언급될 정도로 2012년 대중문화에 복고라는 큰 바람을 일으켰습니다. 이에 탄력을 받은 tvN은 후속 기획으로 대중문화 한세대를 거슬러 올라가 '응답하라 1994'를 시작하기에 이르렀는데요. 'H.O.T'와 '젝스키스'의 선배이자 신세대 문화의 원점인 서태지와 아이들부터 프로농구보다도 뜨거웠던 농구대잔치까지 이번에도 시청자들의 추억을 떠올리게 할 이야기들이 많다고 합니다. 그럼 오늘은 '응답하라 1994' 시절에 있었던 소품과 사건들을 살펴볼까요?
[출처 - tvN]
이번엔 농구다, 1994년 농구대잔치와 마지막 승부 그리고 슬램덩크
'응답하라 1997'에서는 야구 열기가 가장 뜨거운 부산을 무대로 주인공의 아버지인 성동일을 부산 야구단의 코치로 설정하는 등 야구에 대한 사랑이 돋보였었죠. 하지만 그보다 3년 앞선 1994년, 팔도에서 모인 스무 살 새내기들을 주인공으로 한 '응답하라 1994'는 농구에 대한 사랑이 돋보입니다.
[출처 - tvN]
오빠들의 전쟁이 시작된다. 24일부터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펼쳐질 94~95 농구대잔치는 팀의 성적 못지않게 스타들의 환상적인 묘기가 팬들의 관심거리다. 지난 19일 끝난 대학3차 연맹전서 우승과 함께 대잔치 마지막 티켓을 따낸 연세대의 골리앗 센터 서장훈은 승리의 기쁨에 발목부상의 아픔도 까맣게 잊고 있다. 이번 대회서 그의 시원한 덩크슛이 볼거리 가운데 첫손에 꼽힌다. 오빠 팬을 가장 많이 거느린 우지원은 올해야말로 문경은의 그늘을 벗어나 주전슈터로 진가를 발휘할 때라고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오빠부대 열광시킬 스타워즈 (경향신문, 1994-12-24)
11일 방송된 예고편인 '응답하라 1994' 0회에는 드라마에 쓰인 소품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이상민 선수에 대한 애정이 돋보입니다. 아직 프로농구가 없던 당시에는 연세대와 고려대가 격돌하는 농구대잔치가 가장 큰 이벤트였는데요. 여성들에게는 귀공자 타입의 이상민, 문경은, 우지원 등이 포진한 연세대가 큰 인기를 끌었고, 남성들에게는 힘이 넘치는 플레이를 하던 현주엽의 고려대가 선망의 대상이었죠. '응답하라 1994'의 주인공 중 한 명인 고아라가 걸쭉한 경상도 사투리를 하는 이상민의 극성팬으로 등장한다고 합니다.
[출처 - MBC]
MBC TV의 농구 드라마 마지막 승부가 청소년들 사이에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이 드라마에 나오는 음악을 담은 음반도 두 종류가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어 드라마의 열기가 음반 쪽으로 옮겨온 느낌. 이 드라마의 주제가로 드라마 앞뒤와 중간에 삽입되고 있는 마지막 승부(김민교 노래)와 우정의 테마 등 경음악들이 담긴 음반이 도레미레코드에서 지난달 나와 이미 음반 판매 상위권에 올라있으며 최근에는 이 드라마의 삽입곡인 장동건의 테마곡으로 월요일 방영 때 등장하는 다시 시작해(이창권 노래)와 연주곡들이 담긴 음반이 삼성나이세스에서 나왔다.
드라마 마지막 승부 열풍 음반에도 불어 (동아일보, 1994-02-02)
이런 농구의 인기는 이미 1994년에 유행했던 대중문화에서도 엿볼 수 있는데요. 지금 생각해도 그야말로 꿈의 캐스팅인 장동건, 심은하, 손지창, 신은경 등이 열연한 승부와 좌절, 꿈의 농구 드라마 마지막 승부도 1994년 새해를 장식했던 드라마입니다. 20년이 넘었지만 아직까지도 농구 관련 뉴스만 나오면 배경음악으로 깔리곤 하는 게 마지막 승부의 주제가라고 하죠. 당시 최고의 인기 드라마답게 인기 최고였던 농구선수 문경은, 이상민 그리고 그 선배 뻘인 허재까지 출연했었다고 합니다. 문경은, 우지원 등 1994년을 주름잡았던 농구선수들은 20년의 세월을 뛰어 넘어 이번 2013년의 '응답하라 1994'에도 카메오 출연했다고 하니 어쩌면 진짜 주인공은 농구선수들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드네요.
[출처 - 대원CI]
우리나라 10대들은 가장 감명깊게 읽은 책으로 슬램덩크,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십대들의 쪽지 등을 꼽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서전문지인 월간 뿌리와 날개가 서울개포고와 경기도 의정부중학생 19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학생들은 이 책들이 10대들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어른들이 꼭 읽어야 할 책들이라고 지적했다. 이 가운데 중학교 2학년 남학생들은 감명 깊게 읽은 책으로 만화 슬램덩크를 가장 많이(30%) 꼽았으며 그 다음올 이원복 교수의 만화전집 먼나라 이웃나라(19.4%) 등을 지적했다. 특히 슬램덩크는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끝까지 해내는 주인공의 모습이 잘 그려져 있어 인기가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슬램덩크 10대들에 최고 인기(동아일보, 1994-07-30)
농구의 인기는 만화책에서도 뜨거웠는데요. '응답하라 1994'에서도 등장하는 슬램덩크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만화를 잘 안 보시는 분들도 강백호와 서태웅이라는 이름을 들어보셨을 텐데요. 두 불량 청소년이 농구를 통해 성장하고 우정을 나눈다는 이 만화는 1994년 당시 10대에게 가장 사랑받는 도서였다고 합니다. 1994년은 그야말로 농구의 해였다고 봐도 손색이 없겠네요.
신세대 문화대통령의 원조 서태지와 아이들
'응답하라 1997'의 인기비결 중 하나는 시청자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철저한 고증에 있었습니다. 'H.O.T'와 '젝스키스' 팬덤을 중심으로 당신 인기 있었던 유행가와 소품들을 적재적소에 사용했죠. 이런 인기비결을 '응답하라 1994'에서도 이어간다고 합니다. 이번에는 서태지라고 합니다.
[출처 - tvN]
1994년을 배경으로 한 시즌2의 키워드는 서태지다. 1992년 ‘난 알아요!’로 데뷔한 서태지와 아이들은 1집 ‘환상속의 그대’ 2집 ‘하여가’ 등이 연속으로 밀리언셀러를 기록하며 ‘문화대통령’에 등극했다. 1994년 당시 서태지와 아이들은 3집 ‘발해를 꿈꾸며’를 발표해 히트행진을 이어가고 있었다. 서태지와 함께 청소년시절을 보낸 이른바 3~40대 ‘서태지 세대’들은 아직도 깊은 충성심을 발휘하고 있다. 서태지는 지난 10일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가장 먼저 배우 이은성과의 결혼사실을 발표했다. 서태지 팬들은 결혼사실에 상관없이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응답하라 시즌2, ‘서태지로 H.O.T. 아성에 도전’ (OSEN, 2013-05-21)
1994년 서태지는 통일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발해를 꿈꾸며'와 10대들의 본격적인 저항을 노래하는 '교실 이데아'로 이슈를 넘어 사회현상이자 문화 대통령으로 등극했습니다. 과연 만개하기 시작한 1994년 당시 신세대 문화를 어떻게 그려냈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1994년의 비극, 성수대교 붕괴
1994년에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응답하라 1997에서도 IMF사태가 비중 있게 쓰였던 것처럼 '응답하라 1994'에서는 성수대교 붕괴가 주요 소재로 쓰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부끄러운 한국 현대사의 한 페이지를 신문에서는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출처 - tvN]
출근길 수십여 명의 무고한 인명을 앗아간 성수대교 붕괴 참사의 원인은 무엇일까. 우선 이번 사고는 대부분의 다리 붕괴사고가 상판 한 부분이 떨어져나가면서 상판이 비스듬히 무너졌던 것과 달리 상판의 한 부분이 칼로 벤 듯 순식간에 폭삭 가라앉는 전례 없는 양상을 띠었다. 토목 전문가들은 이런 점 때문에 이번 사고가 결함이 발생하고서도 상당한 기간 방치되다 곪을 대로 곪은 상태에서 사고가 터진 것으로 보고 있다.
대참사 부른 성수대교 붕괴사고 원인 공법-관리 부실 예고된 재앙(한겨레, 1994-10-22)
맞지 않는 공법, 부실한 관리와 공사 등 여러 원인이 누적되어 마른하늘의 날벼락처럼 출근길에 많은 사람들이 이유도 모른 채 사망한 어처구니없는 사고였죠. 당시 외국 언론에서도 대서특필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비극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다음해인 1995년에는 삼풍백화점 붕괴, 1997년에는 IMF 국가부도사태라는 참사가 연이어 터집니다. '응답하라 1994'에서도 주요 인물 중 한 명이 이 성수대교 붕괴 사고에 휘말리지 않을지 조심스레 예상해봅니다.
[출처 - tvN]
'응답하라 1994'는 '응답하라 1997' 못지않게 많은 화제 거리를 가진 1994년을 무대로 다시 한 번 인기 몰이를 시작합니다. 과연 '응칠 앓이'만큼 '응사 앓이'가 많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응답하라 1997'이 성공했던 이유는 추억을 자극한 복고 열풍도 있지만 무엇보다 재밌게 잘 만든 트렌디 드라마였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도 '응답하라 1994'를 통해 그 시절 추억에 빠져보는 건 어떨까요.
ⓒ다독다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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