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대한 오해와 편견, 중국을 인터뷰하다

2013. 11. 18. 13:12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이제는 ‘제국’이라 불러도 손색없을 정도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 중국에 대한 관심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가 떠올리는 중국은 왠지 아직도 ‘후줄근한 이미지’에 머물러 있습니다. 일당 독재나 숨 막히는 검열, 혹은 싸구려 대량생산과 돈만 아는 왕서방? 그런 정도지요. 아마도 경제적으로는 발전했을지 모르지만 아직까지 정치나 사회면에서는 우리가 한 수 위 아닌가 하는 생각들을 은연중에 갖고 계신 것이겠지요.


많은 사람들은 또 이런 얘기도 합니다. “중국은 언제 민주화 되는 거야? 인제 먹고 살만 해 졌으니 민주화 요구가 터져 나올 것 같은데…” “민주화되고 전면적으로 자유시장경제가 도입되면 옛 소련처럼 붕괴되는 거 아냐?” 그런 궁금증이 있으셨다면 중국 전문가인 조영남 서울대 교수가 쓴 <용과 춤을 추자>(민음사)라는 책을 한 번 보셔도 좋겠습니다. 사실 그런 질문들 자체가 조 교수가 늘 강연에서 듣던 질문들이고, 이 책은 그 답이랍니다.




[출처 - 교보문고]



중국은 이미 2011년에 1인당 국민소득이 5400달러에 달했다. 한국은 민주화를 시작한 1987년에 3500달러였으니 이미 경제수준은 넘어선 셈이다. 베이징·톈진·상하이 등 1만 달러가 넘어선 지역의 주민들은 되레 ‘서유럽식’ 민주화에 반대하며 교육·주택·의료에 더 관심이 있다고 말한다. 지난 30년 동안 연평균 9.9%의 경제성장을 거듭하면서 국민들은 공산당을 신뢰하고 있다. 우리는 ‘민주화’만이 정치발전이라고 생각하면서 중국 정치의 후진성을 지적하지만 중국은 국가 기능 수행의 발전, 즉 ‘정치 제도’의 발전에 초점을 맞춰왔다. 조 교수는 “언젠가 공산당의 권력 독점이 약해지더라도 정치체제의 구성과 운영이 바뀌는 것이지 붕괴는 아니다”라고 말한다.


[경향신문 2012-06-30]“중국의 강대국 부상 한국적 관점에서 봐야”



한 마디로 중국에는 경제성장을 위해선 사회 안정이 필수적이고 공산당 일당 독재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합의가 돼 있다는 겁니다. 더욱이 중요한 건 중국이 이뤄낸 성과가 넓은 땅덩이와 풍부한 노동력만으로 이뤄진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책은 중국의 경제발전이 “철저한 준비와 올바른 정책 판단, 일관되고 강력한 정책 추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합니다.


중국공산당만 봐도 나름대로 유능한 정치엘리트의 충원, 당내 민주화의 확대 등 다양한 개혁을 추진해 왔습니다. 특정 파벌이나 개인이 권력을 독점하는 건 있을 수 없습니다. 정책이나 인사 결정도 비록 엘리트들끼리기는 하지만 협의와 타협을 통해 진행됩니다. 소수파에게도 일정 몫을 배분하기도 하고요. 집권만 하면 모든 공직과 부와 명예를 싹쓸이 하려 드는 한국 정치가 중국 정치보다 낫다고 할 수 있을까요?


사실 우리는 바로 옆에 있는 나라니까 중국을 너무도 잘 안다고 생각한 나머지 자만에 빠져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조 교수는 베이징에 머물던 1997년에 이미 “좋은 시절은 끝났다. 이제 중국의 부상이 시작됐다. 이제 한국은 중국의 그늘 아래에서 살아야 할 것이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합니다. 지금 그 말은 거의 현실화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중국은 2020년쯤 경제규모 면에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더 중요한 것은 중국이 미국처럼 ‘세계의 시장’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지요. 일본이 경제대국이지만 시장개방에 인색해 ‘경제동물’이란 오명을 뒤집어 쓴 것과 다른 점입니다. 중국의 세계강대국 부상은 이제 현실입니다. 물론 미국처럼 모든 면에서 전 세계를 압도하기는 시간이 걸릴 지도 모르지요.


<중국을 인터뷰하다>(창비) 역시 중국에 대한 우리의 선입견을 깨는 데 도움을 주는 책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현재 눈으로 보이는 중국의 실망스런 모습만을 보고 중국의 미래를 판단하려 하지만, 저자들이 인터뷰한 11명의 중국인들이 품고 있는 ‘다른 미래’를 보신다면 생각이 달라지실 지도 모릅니다.




[출처 - 교보문고]



그들은 한결같이 변혁을 꿈꾼다. 첸리췬은 루쉰의 말을 소개한다. “이전에 부귀와 권세를 가졌던 사람은 복고를 하려하고, 현재 부귀와 권세를 가진 사람은 현상을 유지하려 하고, 과거에도 지금도 아무것도 없는 사람은 개혁을 하려 한다.” 지금 중국도 마찬가지다. 마오쩌둥 시절로 되돌아가자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개혁이란 허울 아래 본인의 밥그릇을 더 크게 만들려는 이들도 있다. 첸리췬은 “부귀와 권세를 갖지 못한 약자집단, 노동자·농민·도시빈민을 주체로 한 개혁”을 표방한다.


[경향신문 2013-08-10]다른 중국을 꿈꾸는 ‘문제적 지식인’들의 생생한 목소리



중국사회를 바꿔 나가고자 이론과 실천 양면에서 애쓰고 있는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 보면 우리가 중국 사회를 매우 단편적으로만 이해하고 있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게 됩니다. 무엇보다도 문화대혁명, 텐안먼사태 등을 겪어 온 이들의 목소리는 얼치기 이상주의자들의 치기와는 격이 다릅니다. 무엇보다 신중하고 무겁지만 변화에 대한 강한 열망과 깊은 믿음이 배어 있습니다. 더욱이 중국뿐만 아니라 우리사회가 겪고 있는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나지막이 떠올려보게 되는 구절들이 많습니다. 한 번 음미해 보시죠.


“변화와 개혁은 상처를 적게 주면서 이뤄져야 하고, 변화가 온 다음에는 더 엉망이 되지 않도록 잘 추슬러야 합니다. 기본권리에 대해서는 계속 행동해나가야 사회가 나아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걸 이용해 정권을 어쩌자 하면 무슨 판이 벌어질지 모릅니다. 저는 오히려 사람들이 기본 권리에 대해 조금씩 조금씩 따져나가고 바꿔나가는 변화에 믿음이 갑니다.”(장률) 


“한 사회가 얼마나 건강한지, 정상인지를 알기 위해서 굳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매일 정치적 구호를 입에 달고 사는지를 봐야 하는 것은 아니지요.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진정으로 일상생활에서 권리를 의식하고 각성하고 있는 지입니다.”(한둥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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