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1. 12. 09:54ㆍ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출판마케팅과 무관한 사람도 제목이 책의 운명을 가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은 잘 알고 계실 테지요. 독자가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책 제목은 사람으로 치면 첫 인상과도 같습니다. 출판인들이 책 제목을 출판 마케팅의 시작과 끝이라고 하는데도 충분한 이유가 있는 셈이지요. 물론 양서는 결국 내용으로 승부를 보게 마련이지만 치열한 출판시장에서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먼저 이목을 끌어당겨야 함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 같네요.
하루에도 수십 종씩 쏟아지는 신간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간혹 눈길을 강하게 붙드는 제목의 책들을 발견합니다. 그 안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듯 임팩트 강한 제목의 책들이 종종 눈에 들어오지요. 독자입장에서는 당연히 그런 책들에 먼저 손이 갑니다. 궁금증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제목, 단어 하나만으로 영상 이미지가 강렬히 박히는 제목, 입소문을 퍼뜨리기에 적합한 제목, 혹은 시대의 흐름과 분위기를 반영한 제목들은 독자의 선택을 받고 이 치열한 경쟁에서 오래 얼굴을 내미는 책으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어떤 제목이 소위 ‘성공하는 제목’일까요? 절대적 기준은 없지만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거나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제목들을 소개해보려 합니다.
1. 시대의 분위기와 흐름을 대변해주어 사회적 상징어가 된 제목들
[출처 - 교보문고]
가장 대표적인 예로 우석훈, 박권일의 <88만원 세대>가 있습니다. <88만원 세대>란 단순한 책 제목을 넘어 사회적 의미를 지닌 상징어가 되었습니다. 이 책이 출간된 후 88만원 세대는 ‘학자금대출에 허덕이고 높은 실업률에 절망하며, 아르바이트나 계약직으로 고용불안에 떠는 20대’를 대표하는 단어가 되었죠.
같은 예로 미국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인 댄 킨들런의 저서 <알파걸>이 있습니다. 알파걸이란 공부, 리더십, 운동 등 모든 면에서 남학생을 능가하는 ‘열정적이고 재능 많은’ 여학생 집단을 일컫는 표현이죠. 책이 출간된 후 ‘알파걸’은 새로운 트렌드를 형성하는 소녀집단을 표현하는 상징어가 되었고 이제는 이 새로운 혁신적 소녀집단을 다른 단어로 표현할 길이 없어 보입니다.
이밖에도 워킹푸어, 디지로그, 블루오션 등 많은 제목들이 시대의 흐름과 분위기를 간파하여 독자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2. 구체적이고 강렬한 이미지를 느낄 수 있는 제목들
[출처 - 교보문고]
<바리데기>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데기(떼기)’의 뉘앙스가 주는 강렬하고 부정적인 느낌과 신화 속 바리공주, 바리가 주는, 운명을 헤쳐 가는 강한 여자의 이미지가 오버랩 되지 않으시나요? 바리데기 설화는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생소한 것이어서 호기심을 자극하기에도 충분합니다. ‘바리데기’라는 제목과 함께 표지를 장식하는 여인의 담채초상화 역시 강렬한 이미지를 뿜어내는데 한 몫하고 있고요. 고통과 아픔을 이겨내고 온 몸으로 희망을 담아낸 여인의 이야기를 ‘바리데기’라는 제목만큼 강렬히 전달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이밖에도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파피용>, 이정명의 <바람의 화원>, 오쿠다 히데오의 <남쪽으로 튀어> 등 흥미진진한 소설을 상징하는 이미지를 지닌 제목들이 독자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3. 호기심을 부채질하는 제목들
[출처 - 교보문고]
<펭귄을 날게 하라>는 대체 어떤 책일까요? 제목만 듣고는 짐작하기가 어렵습니다. 이 책은 일본 아사히야마 동물원의 성공 스토리를 픽션화한 경영우화입니다. 표지에도 하늘을 나는 펭귄을 등장시킴으로써 ‘뒤뚱거리며 느리게 걷는 펭귄’과는 확연히 다른 독창성과 창조성을 발휘하였죠. 따라서 ‘펭귄을 날게 하라’는 책의 내용인 ‘상상’과 ‘창조’를 우회적으로 담고 있는 제목이면서 동시에 독자의 호기심을 마구 부채질하는데 성공한 제목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라는 제목은 어떠신지요? <이런 남자 제발 만나지 마라>,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에너지 버스> 등이 모두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해 기꺼이 지갑을 열게 만든 제목들이죠.
4. 저자의 명성과 인지도를 십분 활용한 제목들
[출처 - 교보문고]
유명 저자일수록 이름을 활용한 제목이 관심을 받는 것은 당연지사. 그 자체로 이미 마케팅효과가 크니까요. 저자의 명성을 제목에 그대로 쓴 책으로는 먼저‘정민 선생님’시리즈가 있습니다. 유명 인문학자인 한양대 정민 교수님의 이름을 그대로 제목으로 착안, <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고전 독서법>, <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이야기> 등이 많은 독자들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시골의사’라는 타이틀로 더 유명한 박경철의 ‘시골의사’시리즈도 있습니다. 의사로, 방송인으로, 증권전문가 및 에세이스트로 다방면에 명성을 날리고 있는 박경철의 이름을 그대로 제목으로 사용한 경우이지요.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시골의사 박경철의 자기혁명> 등이 모두 베스트셀러로 수 만 권 판매고를 올렸습니다.
이밖에도 알랭 드 보통, 마이클 샌델, 유시민 등 이름이 곧 브랜드인 저자들의 경우 제목에 그대로 반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5. 숫자를 활용해 눈에 띄는 효과를 표현한 제목들
[출처 - 교보문고]
몇 해 전에는 ‘○○하기 전에 해야 할 ○○가지’라는 제목을 단 책들이 시중에 즐비했습니다. 숫자를 그대로 제시하여 정확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은 암시를 주는 제목들이 큰 성공을 거두었죠. 이런 제목의 책들은 비즈니스나 경제, 실용서적에 특히 효과적입니다.
다카이 노부오의 <3분력>이나 후루이치 유키오의 <1일 30분> 같은 책들이 그 대표적인 성공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숫자가 주는 강렬한 인상 때문에 책을 읽고 매우 구체적이고 실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입니다.
성급한 독자는 제목만을 보고 선뜻 책을 구입하기도 합니다. 좋은 책이 ‘나쁜’제목을 만나 빛을 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제목을 통해 독자와 소통하기도 하죠. 제목은 책의 얼굴이라 할 만큼 한 권의 책을 좌지우지하는 위력을 갖고 있습니다. 좋은 책이 좋은 제목을 만나 독자에게 오래오래 사랑받는다면 책으로서는 이보다 멋진 운명이 또 어디 있을까 싶네요.
참고자료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엮음 <함께 쓰는 출판 마케팅>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2009/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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