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뜨거웠던 프로야구 FA 시장, 그 빛과 그림자

2013. 11. 25. 10:32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그야말로 '억' 소리가 날 만큼 뜨거웠다. 관심을 모았던 프로야구 FA 시장은 결국 몸값 총액 500억 원을 돌파하는 '돈 잔치'가 됐다. 선수 최고 몸값과 구단 최다 지출 기록도 올해 모두 깨졌다. 거물급 선수들의 이적이 한꺼번에 발생하면서 프로야구 판도가 완전히 뒤틀리고 있다.

 

이렇게나 판이 커진 FA 시장은 이제껏 없었다. 단 며칠 사이에 15명의 FA 선수들이 새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고, 무려 523억5000만원이라는 거금이 오갔다.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던 올해 FA 시장을 주도한 건 '최하위' 한화였다. 한화는 '국가대표 테이블 세터' 정근우(전 SK·4년 70억 원)와 이용규(전 KIA·4년 67억)를 한꺼번에 데려와 가장 눈에 띄는 전력 보강에 성공했다.




[출처 - 서울신문]



한화는 17일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 나온 국가대표 ‘테이블 세터’ 정근우(31), 이용규(28)와 전격적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내야수 정근우와는 계약금 35억원에 연봉 7억원, 옵션 7억원 등 4년간 총액 70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외야수 이용규와는 계약금 32억원에 연봉 7억원, 옵션 7억원 등 4년간 총액 67억원에 사인했다.


한화는 두 선수가 원 소속 구단과의 협상 마감일인 16일까지 재계약하지 못하자 다음 날 새벽 기다렸다는 듯이 낚아 올렸다. 앞서 한화는 이대수(4년 총액 20억원), 한상훈(4년 총액 13억원), 박정진(2년 총액 8억원) 등 내부 FA 3명과도 재계약했다.


'한화 178억 FA베팅,NC 내년 4강 희망가…최준석은', 2013-11-18, 서울신문



한화가 이들을 영입하는 데 쏟아 부은 액수는 무려 137억이다. 여기에 원 소속팀에 건넬 보상금액까지 더하면 최소 150억이 넘는다. 3명의 내부 FA를 모두 잡으면서 지출한 41억 원까지 합치면 단 며칠 사이에 200억 원에 가까운 거액을 쏟아 부었다. 한화가 이렇게 화끈하게 지갑을 열 수 있었던 이유는 따로 있다. 지난해 류현진을 LA 다저스로 보내면서 거머쥔 포스팅 금액인 2573만 7737달러(약 280억 원)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성적 부진을 타개하고자 김응용 감독 체제로 개편됐지만 여전히 최하위에 머무르자 일종의 마지막 카드를 꺼내든 셈이다.

 

가장 눈길을 끈 구단이 한화였다면, 선수로는 강민호(롯데)가 첫 손에 꼽힌다. 강민호는 4년 75억 원에 롯데 잔류를 발표하고 역대 최고 몸값 선수 기록을 갈아치웠다. 강민호는 빼어난 공격력과 20대의 젊은 포수라는 강점이 프로야구계의 전반적인 포수 기근 현상과 맞아떨어지면서 일찌감치 'FA 최대어'로 평가받았다. '100억 계약설'도 나돌았지만 강민호는 결국 자신을 키워준 롯데와 열광적인 팬들이 있는 부산에 남기로 했다.

 



[출처 - 서울신문]



‘마스크’ 강민호(28)가 국내 프로야구 역대 자유계약선수(FA) 최고액 ‘대박’을 터뜨렸다. 롯데는 13일 포수 강민호와 4년간 계약금 35억원, 연봉 10억원 등 총액 75억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는 2005년 삼성과 4년간 60억원에 계약한 심정수(은퇴)를 훌쩍 넘어선 역대 FA 최고 몸값이다. ‘옵션’도 없어 눈길을 더했다.


4년 75억 ‘초대박’ 강민호 FA 새역사, 2013-11-14, 서울신문



이밖에도 삼성에 잔류한 장원삼(4년 60억 원), 두산에서 NC로 둥지를 옮긴 이종욱(4년 50억 원)과 손시헌(4년 30억 원), 두산에서 롯데로 옮긴 최준석(4년 35억 원) 등이 돈방석에 앉았다. 역대 FA 고액 계약 순위에는 새로운 얼굴들이 1~4위를 휩쓸었고, 10위권의 마지노선마저 50억 원이 될 정도였다. 수준급 선수들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과열된 FA 시장 효과를 톡톡히 본 선수들도 많았다. 이대형(KIA·4년 24억 원)과 이대수(한화·4년 20억 원)는 올해 썩 좋지 않은 성적에도 대박의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올해 39세의 나이로 최고령 타격왕 타이틀을 거머쥔 LG 이병규도 3년 25억5천만 원에 달하는 대형 계약의 주인공이 됐다.

 

처음으로 FA 제도가 도입된 지난 2000년과 비교하면 규모 자체가 엄청나게 커졌다. 당시엔 FA 선수들의 몸값 총액이 23억9000만원에 그쳤다. 이강철(삼성·3년 8억 원)과 김동수(삼성·3년 8억 원), 송진우(한화·3년 7억 원), 송유석(LG·1년 7500만원), 김정수(해태·1년 5000만원) 등 5명이 새로운 제도의 첫 주인공들이었다. 당시엔 총액이 10억 원을 넘는 대형 계약이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FA 선수들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FA 최고액' 강민호의 계약 총액은 13년 전 최고 몸값을 기록한 이강철과 김동수의 10배에 달하며, FA 시장 전체 계약 규모도 올해는 당시의 22배에 달한다.

 

이 같은 '쩐의 전쟁'에 팬들은 시즌이 끝난 뒤에도 프로야구에 대한 관심을 좀처럼 놓지 못하고 있다. 일찌감치 다음 시즌을 밝게 예감하는 흥행 요소가 갖춰졌다는 이야기다. 올해 프로야구는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진출과 박찬호의 은퇴 등으로 상승 곡선을 그리던 관중수가 7년 만에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다음 시즌에도 윤석민, 오승환 등 특급 스타들의 해외 이적으로 흥행 전선에 먹구름이 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FA 시장이 더없이 뜨겁게 진행되면서 다음 시즌을 향한 팬들의 관심은 더욱 커졌다.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새로운 유니폼을 입고 활약하는 모습과, FA 선수들의 이적으로 생겨난 새로운 라이벌 대결 등 흥행 측면에서 긍정적인 요소가 확실히 늘어난 분위기다.

 



[출처 - 서울신문]



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쩐의 전쟁’ 끝에 일찌감치 문을 닫았지만, 해외 무대에서 뛰거나 진출을 노리는 선수들의 거취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미프로야구(MLB) 추신수와 일본프로야구(NPB) 이대호의 새 둥지가 어디인지, 오승환(이상 31)과 윤석민(27)의 거취는 어떻게 결론이 날지 야구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리만 남았네, FA ‘쩐의 전쟁’, 2013-11-21, 서울신문



하지만 빛이 있다면 그림자도 따라붙는 법이다. 치솟는 FA 몸값에 대한 부작용에 대해서도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가장 먼저 'FA 잭팟'과 상반되는 최저연봉급 선수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첫 손에 꼽힌다. 물론 FA 대박은 수많은 '연습생 신화'를 꿈꾸는 선수들의 희망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연봉 격차가 지나치게 커질 경우엔 선수들 간 위화감이 생겨 팀워크 형성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 프로야구 최저연봉은 2400만원으로, 남자 프로농구(3500만원)와 여자 프로농구(3000만원), 남자 프로배구(3000만원)보다 매우 낮다. 연봉 최상위층의 일부 선수들보다 훨씬 많은 생계형 야구인들의 복지에도 관심이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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