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무가지 신문은 어디로 갔을까?

2013. 11. 21. 10:32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5일 오전 7시 30분, 2호선과 6호선 환승역인 신당역에는 출근 및 등교하는 사람들로 어느 때처럼 붐빈다. 그러나 지하철 한 칸에 탄 80~90명의 사람들의 절반 이상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를 보고 있었다. 간혹 무가지를 보는 사람은 중장년층이 대부분이고, 젊은이층은 스마트폰 삼매경에 빠져있다. 아침마다 지하철 칸을 돌아다니며 신문을 수거해가든 사람의 모습도 예전에 비해 눈에 띄지 않았다. 지하철에 탄 한 20대 승객은 “아침에 복잡한 지하철에서 신문을 꺼내보기가 거추장스럽다”고 말했다.


아세아경제 2012-07-09



지하철 역 앞에서 나눠주는 무가지 신문을 들고 보는 사람들, 그리고 다 읽은 신문들을 수거하던 할아버지. 몇 년 전 만해도 출 퇴근 시간의 지하철 풍경이었는데요. 요즘엔 어찌된 일인지 이런 풍경이 사라졌습니다. 예전엔 그렇게도 많았던 무가지 신문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요? 




[출처 - 서울신문]


바로 스마트폰이 상용화되면서부터 종이신문 대신 모바일뉴스가 그 자릴 대신하고, 지하철 스크린도어에 이미지 광고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무가지신문이 힘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무료 와이파이 존이 확대되면서 아침 출근길의 지하철을 뒤덮었던 무가지 신문은 광고 급감, 경영악화, 종합일간지의 견제 등으로 미디어환경의 변화에 도전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는 무가지들의 폐간을 불러왔는데요. 무가지는 10년 전 호황을 누리던 스포츠지를 누르고 지하철 신문시장을 평정했고, 지하철 가판대까지 퇴출시킨 장본인입니다. 그런 무가지가 이제는 스마트폰에 자리를 빼앗기고 있는 것입니다. 인간사에서 패한 것은 사라진다더니, 무가지를 두고 하는 말일 듯합니다.


국내 첫 무가지인 메트로가 창간된 2002년 당시, 창간과 함께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종이 신문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기존 신문보다 작은 타블로이드 판형, 주요 뉴스를 짧은 호흡의 기사로 전달하는 특징은 무가지의 ‘강점’으로 자리 잡으며 독자들의 호응을 받았습니다. 당시 신문과 광고업계 역시 꽤 낙관적이었는데요.



지난 7일로 창간 100일을 맞은 다국적 무료 일간지인 메트로의 시장안착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어느 나라보다 전국 일간지의 경쟁이 치열한 우리 신문시장에서 메트로가 과연 생존할 수 있을 것인가.

메트로의 최대 수입원은 단연 광고매출이다. 메트로측은 이와 관련, 6∼8월 동안 월평균 30%씩 매출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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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트로의 2대 주주인 대한매일은 지난 7일자에 <무료일간지 ‘메트로’ 창간 100일>이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광고가 늘어 이르면 연말부터 32∼40면으로 증면을 검토중”이라고 보도하며 “서울메트로는 홍콩 메트로의 신장률을 훨씬 능가하는 수준이며 우리 신문시장 규모를 볼 때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메트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는 이규행 메트로 사장의 말을 전했다.


미디어 오늘 2002-09-17




[출처 - 서울신문]


메트로가 성공을 거두자 2003년 ‘더데일리’와 ‘AM7’이 창간됐고, 2004년 ‘굿모닝서울’과 ‘스포츠한국’, ‘데일리줌’ 등이 연이어 창간됐습니다. 종합일간지 시장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던 세계일보도 한 때 무가지 전환을 고려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올 만큼, 무가지의 인기는 높았는데요. 일부 조사에서는 중앙일간지보다 높은 열독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오기도 했습니다. 2006년에는 CBS가 ‘데일리노컷뉴스’를 창간했고, 2007년과 2008년에는 석간 무가지인 ‘더시티’와 ‘이브닝’이 각각 창간됐습니다. 하지만 이는 10년이 채 가지 못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2004년 ‘3대 메이저’인 메트로와 포커스, AM7의 발행부수는 약 200만부에 달했다. 그러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신문=공짜’라는 인식을 확산시켰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선정적 기사나 광고가 지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등 신문의 질이 저하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무가지를 보면서 신문 구독을 끊는 독자들이 늘어났다는 조사 결과에서 알 수 있듯, 신문시장의 전반적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경쟁이 심화되자 <굿모닝서울>과 <데일리줌> 등 몇몇 무가지들이 경영난에 시달리며 폐간되기도 했다.


경기 불황으로 인한 광고시장의 위축도 수익의 거의 대부분을 광고에 의존하는 무가지 시장에 큰 타격이었다는 분석이다. 경 국장은 “전반적으로 광고 시장 자체가 좋지 않다”며 “게다가 무가지에 들어가는 광고는 단가가 일간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낮다”고 말했다. 그는 “메트로나 포커스도 열독률이 떨어지는 상태”라며 “(무가지 시장에 대해) 재작년부터 어렵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왔다”고 말했다.


 미디어 오늘 2013-03-29 



2003년 창간돼 무가지 ‘3대 메이저’ 중 하나로 불리었던 문화일보 자매지 AM7 역시 폐간의 수순을 밟았는데요.



지하철 무가지 AM7이 4월1일부터 무기한 휴간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AM7은 29일자 표지면에 “4월1일부터 무기한 휴간, 독자 여러분 감사합니다”라는 제목을 내보냈다. AM7은 1면에 ‘독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이라는 사고(社告)를 싣고, “2003년 11월17일에 첫 선을 보인 AM7이 지령 2339호가 나오기까지 9년 4개월여 동안 아침 출근길 전국 지하철역사에서 독자여러분을 만나왔던 AM7이 4월1일부터 무기한 휴간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AM7은 휴간이 있기까지 “미디어 환경 변화를 포함한 복합적인 요인들과 고충이 있었음을 알려드린다”며 “변함없는 ‘출근길 동반자’로 제자리를 지키지 못하게 된 점에 대해 독자 여러분들게 머리숙여 사과 드린다”고 말해 스마트폰 등 지하철을 중심으로 한 출근길 문화가 바뀌고 모바일 등의 IT 기기가 무가지 시장을 대체하는 등 내부적 경영상황의 변화가 있었음을 드러냈다.


-노컷뉴스 2013-03-29 -



10여개의 타블로이드판 주간, 석간 무료신문이 난립하며 춘추전국시대를 열었던 무가지 시장이 10년여 만에 현재는 메트로, 포커스, 노컷 뉴스 등 3~4개 매체만이 남은 상태입니다.




[출처 - 노컷뉴스]


무료신문 시장의 위축으로 업계에선 ‘위기’를 운운하는 상황입니다. 무료신문들이 줄이어 휴간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데요. 하지만 독자의 요구에 맞게 뉴스 서비스를 다양화하고 모바일에 특성화된 모델을 개발하면 무료신문이 자리를 지킬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됩니다. 



메트로신문사 대표를 지냈고 포커스 창간에도 관여한 조충연 시티미디어 대표는 “무료신문은 창간 당시 독자들이 뉴스에 접근하기 쉽도록 했고 뉴스가 활발히 유통되게 해 수요가 있었다”면서 “이제 모바일 환경에 맞게, 독자의 요구에 맞게 뉴스서비스를 다양화할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뉴스자체의 수요는 늘 있을 수밖에 없으므로 플랫폼에 얽매이지 않고 독자의 뉴스 접근성을 높일 수 있도록 수익모델을 개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기자협회 2013-04-03



무가지 뿐 아니라 잡지계도 불황은 마찬가지입니다. 무비위크는 지난 3월 571호 발행을 끝으로 발행을 종료했습니다. 무비위크는 2001년 창간해 ‘씨네21’과 함께 국내영화 전문지 명맥을 이어왔지만 결국 ‘씨네21’만이 남게 됐습니다. 영화 전문지는 1990년대부터 ‘키노’ ‘프리미어’ ‘필름2.0’등 영화전문지들의 전성시대가 있었지만, 역시 무가지 범람과 미디어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결국 폐간으로 이어졌습니다.


무가지를 포함한 종이 매체의 불황. 누군가는 새로운 매체로의 탄생으로 낙관적으로 바라보기도 하고 누군가는 사라지는 매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지난봄에 폐간된 AM7은 마지막 인사말에서 “복간의 꿈을 접지 않겠다”며 “오직 종이신문만이 뉴스로 세상을 보는 온전한 창을 만든다”고 마지막까지 희망의 말을 남겼는데요. 급변하는 종이 신문 시장 속에서 위태롭게 자신의 길을 나아가는 무가지 신문. 앞으로 어떻게 될 지는 지켜봐야 하겠죠.




ⓒ 다독다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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